육군 2포병여단 장병들이 K-9 자주포 진지에 설치된 투광등을 밝게 켠 채 적의 야간 도발에 대비한 훈련을 하고 있다.  /화천=허문찬기자  sweat@hankyung.com
육군 2포병여단 장병들이 K-9 자주포 진지에 설치된 투광등을 밝게 켠 채 적의 야간 도발에 대비한 훈련을 하고 있다. /화천=허문찬기자 sweat@hankyung.com
“1사1병영 파트너인 태원전기 덕분에 주야를 막론하고 완벽한 전투 대비태세를 갖추게 됐습니다.”

유경준 육군 2포병여단 100대대 대대장은 “소통과 민군 협력을 강조하는 ‘국방 3.0’ 시대를 맞아 2포병여단과 태원전기는 대표적 모범사례”라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해 10월 국방부와 한국경제신문이 공동 진행하는 ‘1사1병영’ 캠페인을 통해 2포병여단과 한 가족이 된 태원전기가 지난 4월 지원해준 350개 발광다이오드(LED) 투광등으로 전투력이 향상됐기 때문이다.

전차와 장갑차 등으로 경기 북부 휴전선 인근을 지키는 육군 2기갑여단에는 올해 새로운 명물이 생겼다. 이 부대와 1사1병영 자매결연을 맺은 LG이노텍이 파주시와 함께 5000여권의 책을 갖춘 병영 도서관을 연 것. 야전부대에 이 같은 규모의 진중 도서관이 설립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LED 투광등, 야간훈련 애로 해소

경기 화천의 100대대는 휴전선과 9.2㎞ 떨어져 있다. 유사시 주 화력인 K-9 자주포로 적을 제압하는 임무를 수행해야 하는 만큼 신속성이 생명이다. 종전에는 머리걸이등이나 손전등에 의존해 야간훈련을 하다보니 불편이 적지 않았다. 제한된 예산 여건상 부대원 300여명을 위한 조명장비를 갖추기 위해 장교들이 사비를 털어 전등을 지원하기도 했다.

유 대대장은 “LED 투광등 설치 전엔 병사들이 야간훈련 때 시야 확보에 어려움이 있어 부상을 당하는 일도 있었다”며 “투광등을 달게된 뒤 비전투손실을 최소화하고 병사들도 자신감을 갖고 훈련에 임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LED 조명은 형광등보다 30% 밝고 수명은 5배 긴 반면 전력 소비량은 40~60% 적다.

태원전기는 인천국제공항과 신라호텔 등에 LED 조명을 공급하고 있는 한국의 대표 중견기업이다. 지난해 1063억원의 매출에 29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다. 이세용 태원전기 회장은 2007년 우리역사연구재단을 설립하는 등 역사를 널리 알리는 데도 힘을 쏟고 있다. 이 회장은 “튼튼한 안보는 경제의 초석”이라며 “1사1병영을 통해 기업의 사회적 역할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어 “앞으로 1사1병영 자매결연이 국내 모든 부대로 확대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태원전기는 올 하반기 중 이 부대에서 전역을 앞둔 모범 사병들을 채용할 계획이다. 또 2포병여단은 오는 10월 태원전기 창사기념일에 맞춰 생산직 사원 80여명을 대상으로 1박2일간 병영체험 훈련을 진행할 예정이다. 내년에는 사무직 직원 등에게도 안보 견학 기회를 제공할 방침이다.

○진중 도서관, 장병 자기계발

파주에 LED 공장이 있는 LG이노텍은 지역 부대인 2기갑여단과 지난해 자매결연을 맺고 군 장병들을 위한 지원 방안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충성부대’로 불리는 2기갑여단의 별칭을 따라 ‘충성도서관’으로 이름 붙여진 병영 도서관은 지난 4월10일 문을 열었다. 파주시가 1억원을 들여 낡은 불교 법당을 리모델링했고, LG이노텍이 1500권의 책과 최신형 LED 조명 110개, 영상 학습을 위한 빔프로젝트를 기증했다. 기존 본청 건물의 옛날 도서관에 있던 책 2000~2500권을 더하고, 파주시에서 매달 새로 나온 책을 제공해주면서 현재는 장서 규모가 5000권에 달한다. 부대 간부들이 기증한 책도 보탬이 됐다.

도서관이 열린 이후로 많은 변화가 생겼다. 도서관이나 생활관에서 책을 읽는 병사가 부쩍 늘었다. 병사들은 일과시간이 끝나면 언제든 도서관에 들를 수 있고, 2주까지 책을 빌려 읽을 수 있다. 도서관 내에 8석 규모로 공부방이 마련되면서 공부하는 사람도 늘었다. 특히 검정고시 시험을 준비하는 장병들에게 큰 도움이 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소설부터 인문학, 어린이 책까지 골고루 있기 때문에 주말에는 아이들을 데리고 같이 오는 군 간부들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양태석 정훈참모는 “7월 혹은 8월부터는 외부 인사를 초청해 도서관에서 문화 강좌를 여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LG이노텍과 2기갑여단은 이외에도 다양한 협력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10월에는 LG이노텍 임직원과 가족들이 2기갑여단에서 병영체험을 했다.

화천=정성택 기자/임근호 기자 naiv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