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중 알코올농도 측정을 위해 파출소로 이동할 것을 요구받고도 도주한 운전자에게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 무죄가 선고됐다.

대전지법 서산지원 제1형사부(성보기 부장판사)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과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양모(39)씨에 대해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측정 거부) 부분 무죄를 선고했다고 21일 밝혔다.

양씨는 지난해 6월 9일 오후 7시 35분께 충남 태안에서 술을 마신 채 승용차를 몰고 가던 중 마주오던 차량을 충돌, 3명에게 전치 3∼6주의 상처를 입힌 뒤 출동한 경찰관으로부터 음주측정을 위해 인접 파출소로 이동할 것을 요구받고도 그대로 달아났다.

재판부는 "음주측정 거부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경찰관의 적법한 호흡조사 측정요구가 있어야 한다"며 "그런데 이 사건의 경우 파출소로 이동해 음주측정을 받으라는 요구를 받은 데 불과할 뿐이므로 그것만으로는 적법한 호흡조사 측정 요구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무죄 선고이유를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어 "수사 절차로서 동행 또는 특정 장소 출두를 의무화하는 것은 체포, 구금에 있어서의 영장주의나 강제수사 법정주의에 반할 소지가 크다"고 덧붙였다.

양씨는 그러나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 혐의는 유죄로 인정돼 징역 6월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이 사건 가해차량이 무보험 차량으로 피해자들에 대한 적정한 구제가 어려움에도 현재까지 피고인이 피해 회복을 위한 진지한 노력을 기울인 흔적을 찾아볼 수 없어 실형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서산연합뉴스) 정윤덕 기자 cobr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