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바이올리니스트 최예은 씨가 21일 공연에 앞서 바이올린을 안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정동헌 기자 dhchung@hankyung.com
차세대 바이올리니스트 최예은 씨가 21일 공연에 앞서 바이올린을 안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정동헌 기자 dhchung@hankyung.com
지난 14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안네 소피 무터 & 무터 비르투오지’ 공연. 관객의 눈길을 가장 많이 끈 사람은 절정의 기량을 마음껏 뽐낸 ‘바이올린의 여제(女帝)’ 안네 소피 무터였다. 젊은 연주자 14명과 함께한 이날 무대에서 무터의 가장 가까운 자리를 차지했던 사람은 한국의 바이올리니스트 최예은 씨(25)다. 공연이 끝나고 무터가 가장 먼저 다가가 포옹을 한 사람도 그였다.

20일 서울 여의도에서 만난 최씨는 “무터 선생님과 함께 연주할 때 가장 인상적인 점은 매 순간 넘쳐나는 에너지”라며 “사적인 부분에서도 조언을 아끼지 않는, 이름 그대로 엄마(독일어로 Mutter) 같은 분”이라고 말했다.

최씨는 지난달 한국인 최초로 유럽문화상 신인 연주상을 받은 차세대 유망 바이올리니스트다. 2005년부터 젊은 음악가들을 지원하기 위해 만들어진 무터재단의 후원을 받고 있다. 재단의 지원을 받는 인원은 유리 바슈메트 콩쿠르 대상을 받은 비올리스트 이화윤 등 7명이다.

무터와 최씨의 사이는 각별하다. 최씨가 쓰고 있는 바이올린은 무터재단이 빌려준 1710년산 이탈리아 바이올린 ‘로제리’다. 최씨와 무터가 함께 2년 동안 유럽의 악기상을 돌아다닌 끝에 런던에서 찾은 악기다. 지난달 세계적 음반 레이블 ‘도이치그라모폰(DG)’에서 발매한 첫 음반도 무터가 직접 음반사에 추천하고 제작비 절반을 보탰다. 무터재단에서도 전례없던 일이라고 한다.

다른 연주자들이 질투를 하지는 않을까. “이번에 함께 한국을 찾은 친구들이 모두 제 음반을 한 장씩 구입해 사인을 해달라고 하더라고요. 고마운 마음에 사인을 하면서 많이 울었어요.”

최씨는 세계적 바이올리니스트 안나 추마첸코의 제자이기도 하다. 무터와 추마첸코는 정 반대의 인물이다. “무터가 새로운 음악을 찾아내 사람들에게 적극적으로 알리려는 인물이라면 추마첸코는 연주활동을 최대한 줄이고 자신만의 음악적 세계를 지켜내려는 인물”이라는 것이 최씨의 평가다.

두 사람의 영향을 받으며 혼란을 겪은 적도 있지만 결과적으로 어느 한 사람을 좇지 않고 자신만의 정체성을 찾을 수 있었다.

“두 분의 공통점이 있어요. 음악을 할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고 매사에 최선을 다하는 점은 똑같아요. 감사하는 마음으로 에너지를 내는 두 분의 모습이 제게는 버팀목이에요.”

무터와 함께 아시아 투어를 끝냈지만 최씨의 스케줄은 빡빡하다. 21일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슈베르트, 프로코피예프, 브람스의 바이올린 소나타를 들려줄 계획이다. 이어 일본으로 건너가 샤를 뒤투아가 지휘하는 로열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멘델스존 바이올린 협주곡을 연주한다.

“무터 선생님은 지휘자 카라얀의 도움을 받으면서 젊은 연주자들을 지원할 재단을 만들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해요.”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