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장 '甲의 횡포' 제동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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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번홀 치고 중단해도 9개홀 요금 부과
공정위, 한경 보도후 조사
골프장 이용약관 개정나서
과중한 위약금도 손볼듯
공정위, 한경 보도후 조사
골프장 이용약관 개정나서
과중한 위약금도 손볼듯

#2. B씨는 골프장 가는 도중에 가벼운 교통사고를 당했다. 골프장에 도착한 뒤 목에 통증이 심해져 라운드를 취소했다. 그런데 골프장은 B씨에게 그린피의 절반과 제세공과금을 부과했다.
골퍼들에게 경기·예약 취소비용과 요금을 무겁게 부과하는 ‘골프장의 갑(甲)질’에 공정거래위원회가 제동을 걸고 나섰다. 2002년 ‘골프장 이용 표준약관’을 내놨으나 골프장의 행태는 크게 변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경제신문이 지난 5월31일자로 “천재지변 등으로 라운드가 중단돼도 홀별로 그린피를 정산하는 골프장이 10곳 중 1곳에 불과하다”고 보도하자 공정위가 최근 골프장 이용요금 실태 조사와 표준약관 개정작업에 착수했다.
◆라운드 중단 시 홀별 정산
현행 공정위 표준약관에 따르면 ‘강설, 폭우, 안개, 기타 천재지변 등의 불가항력적인 사유로 첫 번째 홀까지 마치지 못한 경우 이용요금 전액을 환불하고, 아홉 번째 홀까지 마치지 못하면 이용요금의 50%를 환불한다’고 돼 있다. 1번 홀을 마치는 순간 9홀 그린피가 부과된다는 얘기다.
이유태 공정위 약관심사과장은 “과거에는 일단 라운드를 시작하면 일절 돌려주지 않아 이를 시정하기 위해 2002년 약관을 만들었다”며 “최근 시장 상황이 변하면서 홀별 정산하는 방향으로 개정이 가능한지를 종합적으로 감안해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명무실한 표준약관
표준약관은 비회원 이용자가 주말이나 공휴일은 4일 전, 평일은 3일 전까지 취소하면 예약금 전액을 환불토록 했고 2일 전부터는 예약금 중 50%를 환불토록 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골프장들은 입장료의 10% 범위까지 받도록 한 예약금을 대부분 받지 않는다. 그 대신 예약된 날짜에 임박해 취소할 경우 과중한 위약금을 물리고 있다. 남서울CC는 주말 예약을 전날 취소할 경우 3인 그린피 요금을 위약금으로 부과한다. 회원 우대 요금 기준으로 63만원을 내야 한다. 뉴코리아CC는 2명의 그린피(비회원 요금 기준 38만원)를 지급해야 한다. 리베라CC는 2일 전엔 20만원, 전날이나 당일 취소는 30만원을 받고 있다.
◆불합리한 환불규정
약관은 골프장에 도착한 뒤 라운드 시작 전 취소한 경우 이용요금의 50%를 환불토록 규정하고 있다. 개인 사정이 어떻든 라운드를 못하면 무조건 절반의 그린피와 제세공과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얘기다.
박인혁 한국골프소비자모임 사무국장은 “라운드 전 불가피한 개인 사정으로 취소한 경우 입장료 전액을 환불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골프소비자모임은 공정위 약관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개정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다.
◆캐디피·카트비 처리는 어떻게
캐디피와 카트비 정산 문제도 개정 약관에 포함될지 관심사다. 서천범 한국레저산업연구소장은 “캐디피와 카트비도 경기를 마친 홀까지 홀별로 정산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주장했다.
이유태 공정위 과장은 “충분한 조사를 거쳐 타당성을 검토한 뒤 불합리한 부분을 시정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골프장 업주들의 모임인 한국골프장경영협회는 이에 대해 “공정위 의견과 앞으로의 움직임을 보고 판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