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감 몰아주기 규제, 밀어내기를 방지하기 위한 이른바 ‘남양유업법’ 등 경제민주화 쟁점 법안에 대해 재계는 물론 청와대와 정부가 잇따라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기업 지배구조 선진화와 시장 불공정 행위 근절, 갑을(甲乙) 균형 성장이라는 당초 취지와는 달리 국회의 일부 인기영합적인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이 기업의 손발을 묶는 과도한 규제로 변질되고 있다는 게 청와대와 정부의 지적이다. 이에 따라 6월 임시국회에서 경제민주화 관련 입법대전을 예고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17일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경제민주화 관련 정책이나 입법 활동이 기업 경영 활동이나 투자를 위축시키는 방향으로 왜곡되거나 변질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우리가 절대로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일자리는 근본적으로 민간 부문에서 만든다는 것”이라며 “그러려면 성실한 기업인을 격려하고 신나게 해서 모두가 한번 해보자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경제민주화의 바람직한 방향에 대해 다시 한번 언급한 것은 자칫 국회 경제민주화 논의가 과잉 입법으로 흐르면 국가 경제의 활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열린 국민경제자문회의에서도 “경제민주화가 성실한 투자자들의 심리를 위축시키는 방망이가 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정부도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국회에 전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8일 노대래 공정거래위원장, 김덕중 국세청장, 백운찬 관세청장 등과 조찬 만남을 하고 경제민주화 관련 정책의 추진 방향을 논의할 예정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이번 회동은 기업 옥죄기로 흘러가는 경제민주화 추진 방향을 중간 점검하고 경제민주화 및 지하경제 양성화 대책이 경제 활성화와 조화를 이루는 방안을 찾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여야는 이번 주부터 경제민주화 법안 처리를 위한 상임위원회를 본격 가동하고 주요 쟁점 법안에 대한 절충점 모색에 나서고 있다. 새누리당은 대선 공약으로 내세웠던 경제민주화 정책은 차질없이 추진하되 공약 범위를 벗어난 정책에는 분명하게 선을 긋는다는 방침이다.

이정호/정종태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