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PB 도입 10년(上)]위기가 기회?…자체브랜드 폭풍 성장
대형마트가 자체 브랜드(Private Brand·Private Label)를 진열대에 대거 올리며 위기를 기회로 바꾸고 있다. 성장 위기(소비부진·의무휴무)에서 벗어나기 위해 '정면 승부'를 건 셈이다.

PL·PB 상품은 마케팅·물류비용 절감으로 고(高)마진이 가능하다. 따라서 가격도 일반 브랜드(NB) 상품보다 20~30% 정도 싸다. PL·PB 상품이 국내 최초로 마트에 등장한 시기는 10여년 전이지만 장기불황 탓에 지난해부터 상품 개발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18일 대형마트에 따르면 올들어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3대 마트'의 전체 매출 가운데 PL·PB 상품의 비중은 모두 20%를 훌쩍 뛰어넘었다.

시장점유율 1위 이마트는 지난 2006년 신선·가공식품, 일상용품과 주방용품 등을 위주로 PL·PB 상품을 최초로 진열대에 올렸다. 이후 패션·잡화, 웰빙식품, 애완용품 등으로 품목을 넓혀 현재 1만8000여개 품목에 이르는 PL 라인을 구축했다.

이마트 PL 매출 비중은 2012년말 기준으로 전체 매출의 23%(3조3000억원)에 이른다. 2006년 당시 매출 비중인 7%(4500억원)에 비하면 8년 만에 무려 640% 신장했다.

이마트 관계자는 "2006년 12월 PL 브랜드 개발과 품질 향상을 담당하는 '브랜드 관리팀'과 '품질 관리팀'을 신설했었다"면서 "이를 2010년 12월에 '브랜드 관리팀'과 ''브랜드 전략팀'으로 나누고, '품질 관리팀'을 '품질혁신 담당'으로 모두 격상시켜 PL 상품 개발과 품질 관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마트의 PB 상품 매출 비중 역시 2008년 17%대에서 2012년 24.6%로 4년 만에 급증했다.

롯데마트는 2009년 10월 할인점 PB의 새로운 전략 모델로 '제 3세대 PB'를 선언하며 PB 상품의 품질 위주 전략을 발표한 바 있다. 이후 2011년 4월 새로운 PB 브랜드인 'CHOICE L(초이스엘)'을 내놓으며 전략을 업그레이드했다. '통큰', '손큰' 브랜드 등이 그 실례다.

최춘석 롯데마트 상품본부장은 "대형마트를 대표하는 PB 상품의 선호도가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며 "이에 따라 PB 상품도 가격경쟁력만이 아닌 상품 컨셉과 품질, 판매 방식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측면에서 상품 가치를 높여 발전해 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홈플러스는 2001년 PB상품을 국내 최초로 론칭한 곳이다. 홈플러스는 현재 1만3000여개에 달하는 PB 아이템을 판매중이다.

쌀, 계란, 후라이팬, 복사지, 세제 등과 같은 생필품을 비롯해 패션의류, 잡화, 소형가전 등으로 다양하며 지난해 기준 전체 매출액 중 PB상품 비중은 약 26%를 차지했다.

홈플러스 PR팀 강영일 팀장은 "PB는 유통단계 및 마케팅 비용을 줄여 생산단가를 낮출 수 있기 때문에 소비자에게 '품질 대비 저렴한 가격'이라는 경제적 혜택을 제공하는 것은 물론 중소제조업체에게도 사업진출 기회를 제공하고 판로를 확대한다는 측면에서 그 규모가 매년 확대되고 있는 추세"라고 강조했다.
[대형마트 PB 도입 10년(上)]위기가 기회?…자체브랜드 폭풍 성장
박유미 미래에셋증권 유통담당 애널리스트는 "장기불황으로 인해 소비자들이 점차 저렴한 생필품을 선호하게 되면서 우리나라에서도 과거 일본과 유사한 PB 상품의 고성장세가 이어질 수 있다"며 "이마트는 1996년 이래 PB 상품 개발을 계속하고 있며 PB 상품의 매출기여도를 2006년 12%에서 2012년 24%까지 높였고 매출총이익률도 향상됐다"고 분석했다.

이어 "앞으로 유통업자들은 PB 상품 판매를 통해 원가의 약 40%에 해당하는 마케팅비와 물류비를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중간 유통과정을 줄일 수 있고 충분히 저렴한 가격 탓에 별도의 프로모션이 불필요하기 때문인데 PB상품의 매출총이익률은 일반 상품(30%)보다 높은 40~50%로 추정된다"고 덧붙였다.

한경닷컴 정현영 기자 jh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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