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 케어' 1등 노리는 유한킴벌리의 실험
'시니어 케어' 1등 노리는 유한킴벌리의 실험
“이걸 입으면 요실금 걱정 안 하고 외출할 수 있어요? 한 묶음 사면 얼마나 쓸 수 있어요?”

지난 14일 서울 종로 낙원상가 4층에 있는 유한킴벌리의 노인용품 전문매장 ‘골든프렌즈’ 1호점. 이곳을 찾은 양옥자 씨(76)가 매장 직원에게 이것저것 질문을 던졌다. 골든프렌즈는 유한킴벌리(최규복 대표·사진)가 지난해 11월 국내 최초로 문을 연 노인용품 전문매장이다. 요실금 팬티를 비롯해 노인용 체취 제거제, 스프링을 내장한 충격 흡수 구두까지 수십 종의 ‘시니어 케어(senior care)’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골든프렌즈는 국내 생활용품 업계가 요즘 주목하는 매장이다. 주요 생활용품 업체 마케팅 담당자들이 벤치마크 대상으로 꼽는다. 저출산과 경기부진으로 생활용품 시장이 침체에 빠진 가운데 업계의 차세대 성장동력 후보로 거론되는 시니어 케어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유한킴벌리의 실험이 이곳에서 이뤄지고 있어서다.

◆“노인용품이 새 성장동력”

지난해 매출 1조4128억원을 올린 유한킴벌리는 2020년까지 매출 규모를 5조원으로 늘린다는 중·장기 성장 목표를 세웠다. 이 중 20%는 노인용품 판매를 통해 벌어들이기로 했다.

이 회사의 주력 상품인 기저귀, 화장지, 생리대 등 생활용품은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 증가 둔화로 국내시장에서는 더 이상 성장하기 어렵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문수진 유한킴벌리 시니어케어사업부 이사는 “노인용품 하면 거동이 불편한 노인을 위한 요양용품을 많이 떠올리지만, 유한킴벌리는 활발하게 사회활동을 하는 ‘액티브 시니어’를 위한 제품에 집중할 것”이라며 “상품에 제한을 두지 않고 전방위로 성장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첫 ‘작품’은 요실금 환자들에게 폭발적인 관심을 얻고 있는 요실금 팬티다. 지난해 10월 출시된 이후 지금까지 진행 중인 무료체험 행사에는 10만명이 넘게 참여했다. 요실금 증상이 있는 노인들을 위해 제작된 이 제품은 성별과 체형에 따라 사이즈가 다양하고 패드 두께가 5㎜ 이하로 얇아 입은 티가 나지 않는다. 국내 요실금 팬티 시장은 지난해 90억원 선에 그쳤으나 2020년에는 2000억원대로 커질 것으로 회사 측은 내다봤다.

유한킴벌리는 연내에 국내 최초로 50~70대를 겨냥한 노인 전용 화장품도 선보일 계획이다.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노인용품 신사업 공모전’을 열어 틈새 상품 발굴에도 나섰다. 입냄새 제거용 소독액을 내장한 ‘휴대용 치간 칫솔’, 손가락에 수분이 부족해 스마트폰 터치가 잘 안 되는 노인들을 위한 ‘스마트폰 골무’ 등의 판매를 검토 중이다.

◆대기업도 뛰어들어

다른 기업들도 유한킴벌리와 같이 노인들 지갑을 열기 위한 상품을 속속 내놓고 있다. 애경은 임플란트 시술을 받은 장년층 전용 치약 ‘2080 액티브40+ 임플라덴트’를 지난 4월 내놓았다. GS샵은 50대 이상 전용 인터넷몰 ‘오아후’를 같은 달 선보였다. 사이트의 글씨 크기를 키우고, 판매 품목을 줄인 인터넷 쇼핑몰로, 전자 결제에 어려움을 느끼는 장년층에게 전화로 구매를 대행해준다.

생활용품 업계 관계자는 “노인시장이 새 성장동력이 될 것이라는 데는 업계가 대체로 동의하지만 아직은 구색용으로 상품을 선보이는 데 그치는 수준”이라며 “대기업들도 유한킴벌리의 실험 성패 여부를 주목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