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국제경제읽기] 아베노믹스 실패보다 더 무서운 '브릭스 추락'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브릭스 성장 정체론 또 다른 현안
프런티어 시장에 관심 높일 필요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프런티어 시장에 관심 높일 필요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경제가 녹록지 않다. 세계은행 등이 이달 들어 내놓은 보고서에서 이들 나라의 올해 경제성장률이 가장 잘 나갔던 때에 비해 절반 정도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지금 전 세계인이 출구전략과 ‘아베노믹스’에 쏠려 있지만, 21세기 들어 또 하나의 성장축을 담당해 온 브릭스가 추락한다면 세계 경제 앞날은 불 보듯 뻔하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이들 국가가 정책적으로 심한 혼란을 겪고 있다는 점이다. 브릭스 국가들은 금융위기 여파로 경기가 둔화될 조짐을 보이자 금리인하 등을 통해 유효수요를 늘리기 위한 ‘뉴딜 정책’을 추진해 왔지만,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오히려 선진국의 양적완화로 풀린 돈이 자산시장에 유입되면서 실물경제와의 괴리가 심하게 발생하고 있다.
뉴딜 정책이란 1930년대의 혹독한 경기침체 국면을 극복하기 위해 당시 미국 대통령이었던 프랭클린 루스벨트가 추진한 일련의 정책을 말한다. 브릭스뿐 아니라 최근 들어서는 유효수요가 절대적으로 부족해 물가와 성장률이 동시에 떨어지고 대규모 실업 사태에 직면하고 있는 유로 회원국들도 ‘유럽판 뉴딜 정책’을 표방했다.
뉴딜 정책의 이론적 토대를 제공한 것은 존 메이너드 케인스다. 케인스 이론의 특징은 △노동시장에서 근로자의 화폐 환상과 임금의 하방 경직성 △상품시장에서 금리에 대한 소비, 투자 등 총수요의 비탄력성 △화폐시장에서 투기적 수요와 유동성 함정이 존재한다는 점을 들 수 있다.
특정국이 이런 상황에 놓여 있을 때는 정부가 직접 나서서 부족한 유효수요를 보전해줘야 경기가 회복될 수 있다고 본 것이 케인스의 구상이다. 이를 구체적으로 실천한 첫 작품이 뉴딜 정책이었다. 최소한 1970년대까지 케인시안식 처방은 경기 대책으로 적절했던 것으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1980년대에 들어서면서 미국을 비롯한 세계는 경기가 침체하고 물가가 상승하는 새로운 스태그플레이션 양상을 띠었다. 이 상황에 직면해 케인시안식 처방이 한계를 보이자 새로 등장한 것이 ‘레이거노믹스’였다. 이 정책은 총수요보다 총공급을 늘려야 물가와 경기침체를 동시에 잡을 수 있다고 봤다.
이 정책의 이론적 토대를 제공한 사람은 아서 래퍼다. 래퍼 교수는 “한 나라의 세율이 적정 수준을 넘어 비표준 지대에 놓여있을 때는 오히려 세율을 낮춰주는 것이 경제주체들에게 창의력과 경제하고자 하는 의욕을 고취시켜 경기와 세수를 동시에 회복시킬 수 있다”며 그 근거로 ‘래퍼 곡선(Laffer curve)’을 제시했다.
레이거노믹스의 본질은 정부가 미리 짜여진 수요에 맞춰 경기를 부양하는 뉴딜 정책과 달리 경제주체들에게 불확실한 미래에 대해 확신을 갖게 하고 잃어버린 활력을 어떻게 높이느냐에 달려 있다고 봤다. 이를 위해 캠플주사식 부양책에 의존하기보다는 감세와 규제완화, 기술혁신 등 보다 근본적인 처방을 권고했다.
브릭스 경제는 아직까지 통화공급을 늘리면 금리가 내려가 유동성 함정에 처해 있다고 보기는 힘들지만 종전처럼 소비와 투자가 늘지 않고 있다. 임금도 빠르게 하방 경직적으로 변하는 추세다. 얼핏 보기에는 케인시안적인 상황과 비슷하기 때문에 브릭스가 금융위기 이후 맞은 경기둔화에 뉴딜 정책처방으로 대응했다.
하지만 브릭스 경기둔화는 유효수요 부족 때문만은 아니다. 오히려 성장경로상 ‘불균형 또는 외연적 단계’에서 ‘균형 또는 내연적 단계’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심한 성장통(痛)을 겪고 있다. 전자는 성장 초기에 전후방 연관 효과가 높은 수출산업 위주로 생산요소의 양적 투입을 통해 성장하는 단계, 후자는 일정 궤도에 오르면 수출과 내수를 동시에 고려하면서 생산요소의 효율성을 제고시켜 성장하는 단계를 말한다.
특히 중국과 인도는 도시화 진전으로 농촌 잉여노동력이 급감하고 있어 ‘루이스 전환점(Lewisian turning point)’ 도달 여부가 새로운 관심사로 대두하고 있다. 루이스 전환점이란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아서 루이스가 제기한 개념으로, 신흥국에서 농촌 잉여노동력이 고갈되면 임금이 급등해 경기가 정체되는 현상을 말한다.
특정국이 성장과정에서 루이스 전환점에 도달하면 그때부터 인력 수요와 공급 간의 불일치로 노동자 임금이 급등하면서 ‘고비용-저효율’ 구조가 정착된다. 대외적으로도 경제 규모가 커지면서 유치 단계에서의 장점을 상실하고 높아진 경제위상에 맞게 내수시장이 발전하지 않음에 따라 교역상대국과 마찰을 자주 빚는다.
더욱이 출구전략 추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외자 이탈에 따른 자산시장 거품 붕괴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브라질은 토빈세를 전격 폐지했다. 통화가치가 급락하고 있는 인도는 외환시장에 개입하고 있다. 강력한 규제책에도 부동산 거품이 해소되지 않는 중국의 고민도 늘고 있다.
세계 경제에서 일본보다 더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국가군(群)이 브릭스다. 이들 국가가 당면한 현안을 풀기 위해서는 뉴딜 정책과 레이거노믹스, 외자 이탈 방지 등 복합처방이 필요하다. 쉽지 않은 문제다. 투자 관점에서 브릭스에 대한 기대 수익률을 낮추는 대신 프런티어 시장 등에 대한 관심을 높여야 할 때다.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더 우려스러운 것은 이들 국가가 정책적으로 심한 혼란을 겪고 있다는 점이다. 브릭스 국가들은 금융위기 여파로 경기가 둔화될 조짐을 보이자 금리인하 등을 통해 유효수요를 늘리기 위한 ‘뉴딜 정책’을 추진해 왔지만,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오히려 선진국의 양적완화로 풀린 돈이 자산시장에 유입되면서 실물경제와의 괴리가 심하게 발생하고 있다.
뉴딜 정책이란 1930년대의 혹독한 경기침체 국면을 극복하기 위해 당시 미국 대통령이었던 프랭클린 루스벨트가 추진한 일련의 정책을 말한다. 브릭스뿐 아니라 최근 들어서는 유효수요가 절대적으로 부족해 물가와 성장률이 동시에 떨어지고 대규모 실업 사태에 직면하고 있는 유로 회원국들도 ‘유럽판 뉴딜 정책’을 표방했다.
뉴딜 정책의 이론적 토대를 제공한 것은 존 메이너드 케인스다. 케인스 이론의 특징은 △노동시장에서 근로자의 화폐 환상과 임금의 하방 경직성 △상품시장에서 금리에 대한 소비, 투자 등 총수요의 비탄력성 △화폐시장에서 투기적 수요와 유동성 함정이 존재한다는 점을 들 수 있다.
특정국이 이런 상황에 놓여 있을 때는 정부가 직접 나서서 부족한 유효수요를 보전해줘야 경기가 회복될 수 있다고 본 것이 케인스의 구상이다. 이를 구체적으로 실천한 첫 작품이 뉴딜 정책이었다. 최소한 1970년대까지 케인시안식 처방은 경기 대책으로 적절했던 것으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1980년대에 들어서면서 미국을 비롯한 세계는 경기가 침체하고 물가가 상승하는 새로운 스태그플레이션 양상을 띠었다. 이 상황에 직면해 케인시안식 처방이 한계를 보이자 새로 등장한 것이 ‘레이거노믹스’였다. 이 정책은 총수요보다 총공급을 늘려야 물가와 경기침체를 동시에 잡을 수 있다고 봤다.
이 정책의 이론적 토대를 제공한 사람은 아서 래퍼다. 래퍼 교수는 “한 나라의 세율이 적정 수준을 넘어 비표준 지대에 놓여있을 때는 오히려 세율을 낮춰주는 것이 경제주체들에게 창의력과 경제하고자 하는 의욕을 고취시켜 경기와 세수를 동시에 회복시킬 수 있다”며 그 근거로 ‘래퍼 곡선(Laffer curve)’을 제시했다.
레이거노믹스의 본질은 정부가 미리 짜여진 수요에 맞춰 경기를 부양하는 뉴딜 정책과 달리 경제주체들에게 불확실한 미래에 대해 확신을 갖게 하고 잃어버린 활력을 어떻게 높이느냐에 달려 있다고 봤다. 이를 위해 캠플주사식 부양책에 의존하기보다는 감세와 규제완화, 기술혁신 등 보다 근본적인 처방을 권고했다.
브릭스 경제는 아직까지 통화공급을 늘리면 금리가 내려가 유동성 함정에 처해 있다고 보기는 힘들지만 종전처럼 소비와 투자가 늘지 않고 있다. 임금도 빠르게 하방 경직적으로 변하는 추세다. 얼핏 보기에는 케인시안적인 상황과 비슷하기 때문에 브릭스가 금융위기 이후 맞은 경기둔화에 뉴딜 정책처방으로 대응했다.
하지만 브릭스 경기둔화는 유효수요 부족 때문만은 아니다. 오히려 성장경로상 ‘불균형 또는 외연적 단계’에서 ‘균형 또는 내연적 단계’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심한 성장통(痛)을 겪고 있다. 전자는 성장 초기에 전후방 연관 효과가 높은 수출산업 위주로 생산요소의 양적 투입을 통해 성장하는 단계, 후자는 일정 궤도에 오르면 수출과 내수를 동시에 고려하면서 생산요소의 효율성을 제고시켜 성장하는 단계를 말한다.
특히 중국과 인도는 도시화 진전으로 농촌 잉여노동력이 급감하고 있어 ‘루이스 전환점(Lewisian turning point)’ 도달 여부가 새로운 관심사로 대두하고 있다. 루이스 전환점이란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아서 루이스가 제기한 개념으로, 신흥국에서 농촌 잉여노동력이 고갈되면 임금이 급등해 경기가 정체되는 현상을 말한다.
특정국이 성장과정에서 루이스 전환점에 도달하면 그때부터 인력 수요와 공급 간의 불일치로 노동자 임금이 급등하면서 ‘고비용-저효율’ 구조가 정착된다. 대외적으로도 경제 규모가 커지면서 유치 단계에서의 장점을 상실하고 높아진 경제위상에 맞게 내수시장이 발전하지 않음에 따라 교역상대국과 마찰을 자주 빚는다.
더욱이 출구전략 추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외자 이탈에 따른 자산시장 거품 붕괴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브라질은 토빈세를 전격 폐지했다. 통화가치가 급락하고 있는 인도는 외환시장에 개입하고 있다. 강력한 규제책에도 부동산 거품이 해소되지 않는 중국의 고민도 늘고 있다.
세계 경제에서 일본보다 더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국가군(群)이 브릭스다. 이들 국가가 당면한 현안을 풀기 위해서는 뉴딜 정책과 레이거노믹스, 외자 이탈 방지 등 복합처방이 필요하다. 쉽지 않은 문제다. 투자 관점에서 브릭스에 대한 기대 수익률을 낮추는 대신 프런티어 시장 등에 대한 관심을 높여야 할 때다.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