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팀 리포트] '안전 D등급' 군산 현대메트로타워에선 어떤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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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계 바꾸고 공사기간 10개월 줄이고…감리단장 해고까지
부실지적 감리단장 전격 해임…설계바꿔 공사 일사천리 진행
외벽 금가고 비만오면 물새…기초공사때 폐파일 사용 의혹…안전진단 '실질적 D등급' 받아
바로 옆 부지엔 2차공사 한창
부실지적 감리단장 전격 해임…설계바꿔 공사 일사천리 진행
외벽 금가고 비만오면 물새…기초공사때 폐파일 사용 의혹…안전진단 '실질적 D등급' 받아
바로 옆 부지엔 2차공사 한창
전북 군산시 대명동 군산고속버스터미널 인근에 들어선 현대메트로타워. 2011년 10월 입주가 시작된 이 아파트는 지상 100m 이상 높이의 33층 2개동과 31층 2개동 등 4개동(614가구)으로 지어졌다. 전북에서 가장 높은 초고층 아파트 단지여서 분양 때부터 군산시내 스카이라인을 바꾸는 대공사라는 이유로 유명했다.
공사비만 700억원. 감리업체 선정도 78개 업체가 응찰할 만큼 치열했다. 아파트를 지은 시행사는 1999년 설립된 현대주택건설. 군산에서만 아파트를 지어온 대표적인 지방 건설업체다. 그동안 군산 부도심에 아파트를 지어 모두 분양한 저력 있는 건설사라는 평가도 받고 있다.
◆건물 안전진단서 사실상 D등급
2011년 9월 완공된 이 아파트에 비가 새고 금이 가면서 주민들의 민원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지난해 2월 군산시의회는 ‘조사특별위원회’를 구성했다. 같은해 5월 시설안전공단이 부분정밀안전진단을 실시한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지은 지 1년이 채 되지 않았음에도 C등급 판정을 받았다. C등급은 곧바로 보수공사가 필요할 만큼 안전성이 낮다는 의미다.
하지만 조사특위는 시설안전공단보고서에 ‘주요 부재에 대한 보강공사가 필요하다’는 내용이 있으며, 이는 D등급에 해당하는 것이라고 못박았다. 시설안전공단 관계자도 조사특위 조사에서 이를 인정했다. 부재는 골조를 구성하는 기둥이나 보 등의 막대 모양 재료를 말한다.
안형준 건국대 건축학과 교수는 “D등급은 지진이나 태풍 등 자연재해 때 무너질 수 있는 위험한 수준이라는 얘기”라며 “주요 부재에 대한 보강 작업이 이뤄지지 않으면 제2의 삼풍사태가 벌어지지 말라는 법도 없다”고 우려했다.
◆부실 지적한 감리단장 해고
지금도 진행형인 군산의 랜드마크빌딩 현대메트로타워를 둘러싼 부실공사 논란의 시작은 시공 당시 감리단장을 맡았던 유영호 씨가 전격 해임된 200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군산시청은 2009년 1월 현대메트로타워의 사업계획을 승인했다. 현대주택건설은 3개월 후인 2009년 4월 현대메트로타워 공사에 들어갔다. 같은 해 3월30일 치열한 경쟁을 뚫고 유씨가 다니던 회사는 감리업체로 선정됐다. 유씨는 감리단장으로 직원 3~4명과 함께 4월23일부터 감리업무에 착수했다. 군산 최대 규모 공사의 감리를 이끈다는 자부심도 잠시, 난감한 상황과 부딪치게 된다. 며칠 지나지 않아 시공사가 예정에 없던 설계 변경을 갑작스럽게 요청해 온 것이다.
“EXT파일(기둥) 공법으로 설계돼 있던 기초 파일공사를 PHC파일 방식으로 바꾸겠다고 하더군요.” PHC파일 공법은 최대 직경 40~50㎝의 파일을 촘촘히 박아 땅속의 기둥으로 쓰는 방식이다. 가장 큰 50㎝의 파일을 쓰면 견딜 수 있는 하중은 100~120t 정도다. 그런데 30층 이상 초고층 아파트의 예상 하중은 150t 이상이다. 이런 건물에는 PHC파일에 선단 확장 보강판을 추가하는 방식인 EXT파일을 써야 하는 건 업계의 상식이다. 이 공사도 EXT공법 사용을 조건으로 건축허가를 받았다. 시공사의 기습적인 설계 변경 요청으로 유씨는 말뚝의 지지력을 측정하는 ‘재하시험’을 했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 시방서에서 규정한 기준에 훨씬 못 미쳤다.
“초고층 빌딩은 기초공사가 가장 중요합니다. 부실공사의 40% 정도는 기초공사 쪽에서 생기지요. 이런 중요한 설계 변경을 감리단에 요청하면서 군산시에는 경미한 설계 변경으로 둔갑시켜 요청했고요.”
설계 변경은 중요 설계 변경과 경미 설계 변경으로 나뉜다. 중요 설계 변경은 사업계획 변경 승인에 준하는 수준으로 취급되지만, 경미 설계 변경은 신고와 접수 절차만 거치면 된다. 시공사는 군산시와 암묵적으로 얘기가 끝난 상황이었고 감리단 도장만 찍으면 된다는 뉘앙스를 풍겼다고 유씨는 기억했다.
◆해고 후 일사천리로 진행된 공사
공사가 미뤄지자 시공사 측이 반격을 시작했다. 군산시에 유씨의 해고를 요청했다. 소파를 구입해 달라고 시공사에 요청하는 등 청렴의무를 위반했고, 자질과 역량 부족으로 문제없는 공사를 훼방하고 있다는 게 이유였다.
군산시는 시공사 요청을 받아들여 그해 7월 유씨를 해고하고 감리단장을 새로 임명했다. 건축구조·건축시공 분야 특급기술자로 전문공사 참여일수가 9000여일에 이르는 유씨가 자질부족으로 해고된 셈이다. 당시 유씨의 해임 승인에 관여한 시 관계자는 “절차를 거친 결정인 만큼 문제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유씨 해고 후 공사는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현대주택건설의 설계 변경도 즉각 받아들여졌다. 공사 기간도 40개월(2009년 4월~2012년 10월)에서 30개월(2009년 4월~2011년 9월)로 10개월 줄었다. 현대주택건설 관계자는 “설계 변경 과정에서 재하시험 등 각종 안전시험을 다시 거쳤다”며 “공기 단축은 휴일에도 공사를 진행하는 등 오랜 건설 노하우가 있어 가능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씨는 국민권익위원회에 사건을 신고했고, 2010년 12월 국민권익위는 ‘시행사가 신청한 공사변경 내용이 경미한 사항에 해당하지 않으면 사업계획 변경승인으로 처리하도록 지시해야 함에도 이를 이행하지 않았고, 아파트 공사와 관련해 건설기술자 명의 대여 등 불법행위가 발생하는 등 관련 업무를 소홀히 했다’며 군산시에 담당공무원 등 5명을 문책하라고 요구했다. 유씨의 주장이 국가기관에 의해 확인된 것이다.
◆현장 근로자 “폐파일 박았다” 증언 잇따라
현대메트로타워는 우여곡절 끝에 완공됐지만 건물 외벽에 금이 가고 결로(천장 벽 바닥에 이슬이 맺히는 현상)가 나타났다. 입주자 문모씨는 지난해 1월 ‘조금만 비가 와도 집으로 물이 스며든다’며 원인 규명을 요구하는 진정서를 군산시에 제출했다. 벽에 금이 가는 등 부실공사 징후가 곳곳에 나타나면서 군산시에 주민 민원이 계속 제기됐다. 이에 따라 군산시의회는 지난해 2월부터 8월까지 6개월간 시의회 조사특별위원회를 꾸려 전면 조사에 착수했다. 조사특위 조사 결과 붕괴 위험이 언급될 정도인 C등급을 받았다.
부실 공사를 인정하는 현장 근로자의 증언도 잇따랐다. 현대메트로타워 기초공사 현장에 참여한 인부 이모씨는 “2009년 11월15일 현대주택건설 고위 인사가 굴삭기를 동원해 잘려진 폐파일을 102동 지하주차장에 직접 심는 것을 봤다”며 “고층아파트 기초공사를 하면서 설계도면을 무시하고 폐파일을 심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증언했다.
조사특위의 6개월간 조사에서도 부실 공사가 추가로 확인됐다. 현대주택건설 하청업체인 D업체 소속 이모씨는 “고층 건물에서 가장 중요한 기초공사 현장이 눈가림식 공사로 진행됐다”고 양심선언했다. 조사특위는 최종 결과보고서를 통해 신속한 보수보강 실시와 지속적인 정기점검을 통해 안전성을 확보하라고 명령했다.
시공사·市·검찰 검은 커넥션?
군산시의 설계 변경 승인 과정도 의혹의 눈길을 받고 있다. 군산시의회 조사특위에서 활동한 한 의원은 “유영호 전 단장의 의견이 반영됐다면 지금 같은 부실공사가 생기지 않았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유 전 단장은 해임되기 한 달 전 군산시장, 건설국장, 건설과장을 차례로 면담하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같은해 7월8일에는 시장 앞으로 진정서도 넣었다. 조사특위 조사에서 대부분 사실로 밝혀진 설계 변경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한 진정서였다. 하지만 군산시는 유 전 단장의 주장을 귀담아듣지 않았다.
조사특위에 참여한 서동완 시의원(민주노동당)은 “이는 군산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라며 “있을 수 없는 일이고 공무원·시공사·수사당국 간에 이어진 지역 내 유착관계를 끊지 않고는 해결책이 없다”고 우려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수사기관의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점도 의문이다. 유 전 단장은 2011년 10월 군산시 공무원의 직무유기 및 시공사의 부실시공에 대해 검찰 수사를 의뢰했다. 사건을 접수한 전주지검 군산지청은 내사에 들어갔다. 하지만 내사가 한창 진행되던 중 건축시공기술자 공모씨가 말뚝공입량 측정기록지를 검토한 결과 ‘관입량 측정기록지가 현장에서 직접 실측되지 않고 추후에 조작된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자 군산지청의 내사도 공교롭게 중단됐다. 부실공사의 결정적 증거가 나왔음에도 수사로 전환하지 않고 사건을 덮어 버렸다는 의혹을 사는 대목이다. 사건 담당 오모 검사가 전주지검으로 발령난 직후인 같은해 2월21일 전주지검은 증거불충분으로 사건관련자 전원을 무혐의로 내사종결 처리했다.
이 의원은 “검찰의 철저한 수사가 이뤄지지 않은 점도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힘든 일”이라고 설명했다. 군산시 역시 시 건축과장 김모씨 등 5명을 주의 및 훈계 조치하는 선에서 징계를 끝냈다. 조사특위가 요구한 전근 요청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한 시의원은 “단순히 일개 공무원 차원에서 벌어진 일이라고 보기 힘들다”며 “공무원·시공사 등의 총체적 유착관계를 보여주는 토착비리의 전형으로 짐작된다”고 전했다.
부실공사 논란 속에서 지난달 40층 높이의 현대메트로타워 2차 공사가 현대메트로타워 1차 건물 바로 옆에서 시작됐다.
군산=이지훈 기자 lizi@hankyung.com
군산 현대메트로타워 정정·반론보도문
지난 6월15일자 ‘안전D등급 군산 현대메트로타워 어떤 일이…’ 제목의 기사에서 군산 현대메트로타워가 부실 시공돼 안전에 문제가 있다는 취지의 보도를 했습니다. 그러나 기사 제목상의 ‘안전 D등급’은 잘못된 표현이기에 ‘안전 C등급’으로 바로잡습니다. 아울러 시행·시공사인 현대주택건설은 “건물 외벽에 금이 가고 결로현상이 생기는 등 부실공사 논란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며 PHC파일은 본당 지지력 산정에 의해 31~33층 건물에 사용할 수 있는 공법”이라고 알려왔습니다. 이 내용은 언론중재위원회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공사비만 700억원. 감리업체 선정도 78개 업체가 응찰할 만큼 치열했다. 아파트를 지은 시행사는 1999년 설립된 현대주택건설. 군산에서만 아파트를 지어온 대표적인 지방 건설업체다. 그동안 군산 부도심에 아파트를 지어 모두 분양한 저력 있는 건설사라는 평가도 받고 있다.
◆건물 안전진단서 사실상 D등급
2011년 9월 완공된 이 아파트에 비가 새고 금이 가면서 주민들의 민원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지난해 2월 군산시의회는 ‘조사특별위원회’를 구성했다. 같은해 5월 시설안전공단이 부분정밀안전진단을 실시한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지은 지 1년이 채 되지 않았음에도 C등급 판정을 받았다. C등급은 곧바로 보수공사가 필요할 만큼 안전성이 낮다는 의미다.
하지만 조사특위는 시설안전공단보고서에 ‘주요 부재에 대한 보강공사가 필요하다’는 내용이 있으며, 이는 D등급에 해당하는 것이라고 못박았다. 시설안전공단 관계자도 조사특위 조사에서 이를 인정했다. 부재는 골조를 구성하는 기둥이나 보 등의 막대 모양 재료를 말한다.
안형준 건국대 건축학과 교수는 “D등급은 지진이나 태풍 등 자연재해 때 무너질 수 있는 위험한 수준이라는 얘기”라며 “주요 부재에 대한 보강 작업이 이뤄지지 않으면 제2의 삼풍사태가 벌어지지 말라는 법도 없다”고 우려했다.
◆부실 지적한 감리단장 해고
지금도 진행형인 군산의 랜드마크빌딩 현대메트로타워를 둘러싼 부실공사 논란의 시작은 시공 당시 감리단장을 맡았던 유영호 씨가 전격 해임된 200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군산시청은 2009년 1월 현대메트로타워의 사업계획을 승인했다. 현대주택건설은 3개월 후인 2009년 4월 현대메트로타워 공사에 들어갔다. 같은 해 3월30일 치열한 경쟁을 뚫고 유씨가 다니던 회사는 감리업체로 선정됐다. 유씨는 감리단장으로 직원 3~4명과 함께 4월23일부터 감리업무에 착수했다. 군산 최대 규모 공사의 감리를 이끈다는 자부심도 잠시, 난감한 상황과 부딪치게 된다. 며칠 지나지 않아 시공사가 예정에 없던 설계 변경을 갑작스럽게 요청해 온 것이다.
“EXT파일(기둥) 공법으로 설계돼 있던 기초 파일공사를 PHC파일 방식으로 바꾸겠다고 하더군요.” PHC파일 공법은 최대 직경 40~50㎝의 파일을 촘촘히 박아 땅속의 기둥으로 쓰는 방식이다. 가장 큰 50㎝의 파일을 쓰면 견딜 수 있는 하중은 100~120t 정도다. 그런데 30층 이상 초고층 아파트의 예상 하중은 150t 이상이다. 이런 건물에는 PHC파일에 선단 확장 보강판을 추가하는 방식인 EXT파일을 써야 하는 건 업계의 상식이다. 이 공사도 EXT공법 사용을 조건으로 건축허가를 받았다. 시공사의 기습적인 설계 변경 요청으로 유씨는 말뚝의 지지력을 측정하는 ‘재하시험’을 했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 시방서에서 규정한 기준에 훨씬 못 미쳤다.
“초고층 빌딩은 기초공사가 가장 중요합니다. 부실공사의 40% 정도는 기초공사 쪽에서 생기지요. 이런 중요한 설계 변경을 감리단에 요청하면서 군산시에는 경미한 설계 변경으로 둔갑시켜 요청했고요.”
설계 변경은 중요 설계 변경과 경미 설계 변경으로 나뉜다. 중요 설계 변경은 사업계획 변경 승인에 준하는 수준으로 취급되지만, 경미 설계 변경은 신고와 접수 절차만 거치면 된다. 시공사는 군산시와 암묵적으로 얘기가 끝난 상황이었고 감리단 도장만 찍으면 된다는 뉘앙스를 풍겼다고 유씨는 기억했다.
◆해고 후 일사천리로 진행된 공사
공사가 미뤄지자 시공사 측이 반격을 시작했다. 군산시에 유씨의 해고를 요청했다. 소파를 구입해 달라고 시공사에 요청하는 등 청렴의무를 위반했고, 자질과 역량 부족으로 문제없는 공사를 훼방하고 있다는 게 이유였다.
군산시는 시공사 요청을 받아들여 그해 7월 유씨를 해고하고 감리단장을 새로 임명했다. 건축구조·건축시공 분야 특급기술자로 전문공사 참여일수가 9000여일에 이르는 유씨가 자질부족으로 해고된 셈이다. 당시 유씨의 해임 승인에 관여한 시 관계자는 “절차를 거친 결정인 만큼 문제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유씨 해고 후 공사는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현대주택건설의 설계 변경도 즉각 받아들여졌다. 공사 기간도 40개월(2009년 4월~2012년 10월)에서 30개월(2009년 4월~2011년 9월)로 10개월 줄었다. 현대주택건설 관계자는 “설계 변경 과정에서 재하시험 등 각종 안전시험을 다시 거쳤다”며 “공기 단축은 휴일에도 공사를 진행하는 등 오랜 건설 노하우가 있어 가능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씨는 국민권익위원회에 사건을 신고했고, 2010년 12월 국민권익위는 ‘시행사가 신청한 공사변경 내용이 경미한 사항에 해당하지 않으면 사업계획 변경승인으로 처리하도록 지시해야 함에도 이를 이행하지 않았고, 아파트 공사와 관련해 건설기술자 명의 대여 등 불법행위가 발생하는 등 관련 업무를 소홀히 했다’며 군산시에 담당공무원 등 5명을 문책하라고 요구했다. 유씨의 주장이 국가기관에 의해 확인된 것이다.
◆현장 근로자 “폐파일 박았다” 증언 잇따라
현대메트로타워는 우여곡절 끝에 완공됐지만 건물 외벽에 금이 가고 결로(천장 벽 바닥에 이슬이 맺히는 현상)가 나타났다. 입주자 문모씨는 지난해 1월 ‘조금만 비가 와도 집으로 물이 스며든다’며 원인 규명을 요구하는 진정서를 군산시에 제출했다. 벽에 금이 가는 등 부실공사 징후가 곳곳에 나타나면서 군산시에 주민 민원이 계속 제기됐다. 이에 따라 군산시의회는 지난해 2월부터 8월까지 6개월간 시의회 조사특별위원회를 꾸려 전면 조사에 착수했다. 조사특위 조사 결과 붕괴 위험이 언급될 정도인 C등급을 받았다.
부실 공사를 인정하는 현장 근로자의 증언도 잇따랐다. 현대메트로타워 기초공사 현장에 참여한 인부 이모씨는 “2009년 11월15일 현대주택건설 고위 인사가 굴삭기를 동원해 잘려진 폐파일을 102동 지하주차장에 직접 심는 것을 봤다”며 “고층아파트 기초공사를 하면서 설계도면을 무시하고 폐파일을 심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증언했다.
조사특위의 6개월간 조사에서도 부실 공사가 추가로 확인됐다. 현대주택건설 하청업체인 D업체 소속 이모씨는 “고층 건물에서 가장 중요한 기초공사 현장이 눈가림식 공사로 진행됐다”고 양심선언했다. 조사특위는 최종 결과보고서를 통해 신속한 보수보강 실시와 지속적인 정기점검을 통해 안전성을 확보하라고 명령했다.
시공사·市·검찰 검은 커넥션?
군산시의 설계 변경 승인 과정도 의혹의 눈길을 받고 있다. 군산시의회 조사특위에서 활동한 한 의원은 “유영호 전 단장의 의견이 반영됐다면 지금 같은 부실공사가 생기지 않았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유 전 단장은 해임되기 한 달 전 군산시장, 건설국장, 건설과장을 차례로 면담하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같은해 7월8일에는 시장 앞으로 진정서도 넣었다. 조사특위 조사에서 대부분 사실로 밝혀진 설계 변경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한 진정서였다. 하지만 군산시는 유 전 단장의 주장을 귀담아듣지 않았다.
조사특위에 참여한 서동완 시의원(민주노동당)은 “이는 군산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라며 “있을 수 없는 일이고 공무원·시공사·수사당국 간에 이어진 지역 내 유착관계를 끊지 않고는 해결책이 없다”고 우려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수사기관의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점도 의문이다. 유 전 단장은 2011년 10월 군산시 공무원의 직무유기 및 시공사의 부실시공에 대해 검찰 수사를 의뢰했다. 사건을 접수한 전주지검 군산지청은 내사에 들어갔다. 하지만 내사가 한창 진행되던 중 건축시공기술자 공모씨가 말뚝공입량 측정기록지를 검토한 결과 ‘관입량 측정기록지가 현장에서 직접 실측되지 않고 추후에 조작된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자 군산지청의 내사도 공교롭게 중단됐다. 부실공사의 결정적 증거가 나왔음에도 수사로 전환하지 않고 사건을 덮어 버렸다는 의혹을 사는 대목이다. 사건 담당 오모 검사가 전주지검으로 발령난 직후인 같은해 2월21일 전주지검은 증거불충분으로 사건관련자 전원을 무혐의로 내사종결 처리했다.
이 의원은 “검찰의 철저한 수사가 이뤄지지 않은 점도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힘든 일”이라고 설명했다. 군산시 역시 시 건축과장 김모씨 등 5명을 주의 및 훈계 조치하는 선에서 징계를 끝냈다. 조사특위가 요구한 전근 요청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한 시의원은 “단순히 일개 공무원 차원에서 벌어진 일이라고 보기 힘들다”며 “공무원·시공사 등의 총체적 유착관계를 보여주는 토착비리의 전형으로 짐작된다”고 전했다.
부실공사 논란 속에서 지난달 40층 높이의 현대메트로타워 2차 공사가 현대메트로타워 1차 건물 바로 옆에서 시작됐다.
군산=이지훈 기자 lizi@hankyung.com
군산 현대메트로타워 정정·반론보도문
지난 6월15일자 ‘안전D등급 군산 현대메트로타워 어떤 일이…’ 제목의 기사에서 군산 현대메트로타워가 부실 시공돼 안전에 문제가 있다는 취지의 보도를 했습니다. 그러나 기사 제목상의 ‘안전 D등급’은 잘못된 표현이기에 ‘안전 C등급’으로 바로잡습니다. 아울러 시행·시공사인 현대주택건설은 “건물 외벽에 금이 가고 결로현상이 생기는 등 부실공사 논란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며 PHC파일은 본당 지지력 산정에 의해 31~33층 건물에 사용할 수 있는 공법”이라고 알려왔습니다. 이 내용은 언론중재위원회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