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과 맛있는 만남] 안희정 충남지사 "자기 저수지에만 물 대듯 기업·노동자 싸우면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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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포 신청사 이제 자리잡아…주위 경관 좋고 업무환경 쾌적
가족과 떨어져 홀로 생활…상추 뜯어 직접 밥상도 차려
집 앞 쓰레기 치워준다고 좋은 정책 될 수 없어
親盧·非盧 구분 그만 얽매여야
가족과 떨어져 홀로 생활…상추 뜯어 직접 밥상도 차려
집 앞 쓰레기 치워준다고 좋은 정책 될 수 없어
親盧·非盧 구분 그만 얽매여야
‘노무현의 정치적 동업자’ ‘노무현의 왼팔’ ‘리틀 노무현’…. 안희정 충남지사(48) 하면 떠오르는 별명들이다. 안 지사는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노 전 대통령의 정치철학을 이어받은 대표적인 ‘친노(親盧)’ 정치인으로 꼽힌다. 2007년 대선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되자 스스로를 폐족(廢族)으로 불렀던 그였다. 2008년 18대 총선에서는 당시 민주당이 비리 전력자 공천심사 배제 원칙을 적용하면서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전력이 불거져 공천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그는 2010년 ‘6·2 지방선거’에서 충남지사에 당선되면서 화려하게 부활했다. 안 지사는 취임 3년째를 맞으면서 ‘노무현의 그늘’에서 벗어나 정치인으로 홀로서기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충남지사 취임 이후 ‘아마추어 도지사’라는 우려를 불식시키며 ‘민선 5기 시·도지사 공약이행 평가’에서 3년 연속 최고 등급(SA)을 받는 등 도정(道政)을 성공적으로 이끌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강성 운동권 학생에서 친노 정치인, 잠재적 대권주자로 거론되는 행정가로 거듭나고 있는 안 지사를 지난달 27일 충남도청 부근 산채정식집 ‘그때그집’에서 만났다.
◆80년 만에 ‘내포신도시 시대’ 열다
그때그집은 충남도청에서도 자동차로 10여분 떨어진 한적한 논밭 안쪽에 자리잡고 있어 첫 방문길에는 헤매기 십상이다. 내부는 좁고 허름했다. 이곳을 추천한 이유를 물었다. “도청이 근처로 이사오면서 이곳이 맛집이라고 직원들이 추천하더군요. 예전 고향집에 온 것 같은 기분을 주는 곳이지요. 이름처럼 그때그때 제철 나물도 잘 무쳐 내오고…. 더덕구이가 아주 별미입니다.”
인터뷰를 시작한 지 5분도 채 지나지 않아 갖가지 반찬이 차려지기 시작했다. 정갈하게 무친 오이꽃나물 등 먹음직스러운 나물반찬이 순식간에 한 상 차려졌다.
갑자기 안 지사가 “스스로 차린 밥상을 보여주겠다”며 휴대폰에 저장된 사진을 보여줬다. 된장찌개, 열무김치, 오므라이스, 김, 간장이 전부인 소박한 밥상이었다.
대전시 중구 중앙로에 있던 충남도청은 홍성·예산군 내포신도시로 이전해 지난 4월4일 개청식을 했다. 1932년 공주에 있던 충남도청이 대전으로 이전한 지 80년 만이다. 대부분의 도청 공무원이 대전에 있는 가족과 떨어져 지내듯이 안 지사도 두 아들이 경기도 용인에서 대학과 고등학교를 다니고 있어 부인과 이산가족 생활을 하고 있다. 전임 도지사 시절에는 공관에 밥과 빨래 등 일을 돌봐주는 가사 도우미가 있었지만 안 지사가 취임 뒤 그만두게 했다. “아내가 1주일에 한두 번 왔다 가는 것 빼고는 음식 차리는 일도 모두 제가 합니다. 텃밭에서 상추도 뜯어서 먹곤 하죠.”
‘80년 대전 시대’를 마감하고 내포신도시 시대를 연 기분은 어떨까. “대전에 있던 구(舊)청사는 1932년에 지어진 건물이어서 근무 환경이 좋지 않았습니다. 신청사는 업무 환경도 쾌적하고 뒤편에 용봉산이 있어서 경관도 좋습니다. 지난 4월 도청 이전을 마무리하면서 도정도 안정화 추세에 접어들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선심성 정책 줄여야 유능한 정부”
기다리던 더덕구이가 나왔다. “인터뷰는 천천히 하고 일단 식사부터 하죠. 더덕을 양념에 묻혀 석쇠에 구워 내오는데 맛이 일품입니다.” 더덕 한 점을 씹으니 매콤 쌉싸름한 맛이 입안을 채웠다.
공직 경험이 없는 안 지사는 2010년 지사 당선 때부터 도정을 잘 이끌 수 있을지 하는 우려가 도 안팎에서 나오기도 했다. “2008년 민주당 최고위원에 당선됐을 때가 공직 생활의 시작이라고 봐야겠죠. 노 전 대통령이 의원을 하던 시절 보좌관으로 일해 본 적도 없었습니다. 지방자치실무연구소 근무가 전부였죠. 공직자의 핵심은 생각이 다른 사람의 의견도 듣고 갈등을 조정하는 거라고 봅니다. 공정성에 대한 불신을 갖지 않도록 모든 사람의 얘기를 따뜻하게 들어줬습니다. 공직 생활을 하면서 가장 많이 배운 점이기도 합니다.”
그가 바라본 공직사회의 모습은 어떨지 궁금했다. “과거엔 관이 국가 권력을 불공평하게 집행한다는 불신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다릅니다. 관이 결정한다고 민간이 따라오지 않습니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어떻게 하면 공익을 위해 일을 잘할 수 있을까 고민해야 합니다. 공직사회가 깨끗하고 공정하고 투명해야 하는 것은 기본입니다. 요즘은 정부 홈페이지에 댓글 하나만 달면 공직자 부패가 해결될 정도로 반(反)부패 담론의 시대는 이미 지났습니다.”
선심성 정책에 대해서는 목소리를 높였다. “공직자도 실력이 있어야 합니다. 어떤 계획이든 선심성으로 하면 안 됩니다. 공공 재정을 수반하는 정책은 공공이 떠맡아야 하는지, 아니면 개인이 해야 하는지 경계선에 서 있습니다. 정부가 동네에 쌓인 눈이나 쓰레기를 치워주는 게 과연 좋을 정책일까요? 대부분 좋은 정책이 될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선거에서 이기려고 ‘내가 다 해줄게’라고 합니다. 유능하고 일 잘하는 정부가 되려면 이런 것을 최대한 줄여야 합니다.”
◆“친노라는 주홍글씨 붙이지 마라”
더덕구이 접시가 비워지자 돌솥밥이 나왔다. 안 지사의 개인사로 화제를 돌렸다. 충남 논산의 가난한 집안에서 2남3녀 중 셋째로 태어난 안 지사는 남대전고를 다닐 때 학생운동에 나섰다.
“고1 때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이 일어났습니다. 그때 대학생 형들이랑 시국을 토론하다가 경찰서에 잡혀갔습니다. 조사받고 나오니까 전학 조치를 하더군요. 서울 대방동에 있는 성남고로 전학왔지만 3개월만 다니고 그만뒀습니다.” 그는 1982년 검정고시에 합격하고 이듬해 고려대 철학과에 입학했다.
안 지사는 1988년 반미청년회 사건으로 체포돼 10개월간 교도소 생활을 했다. 1989년 김덕룡 전 의원의 비서로 정치에 입문한 그는 1994년 그의 인생을 좌우한 한 사람을 만나게 된다. 노 전 대통령이다. 1992년 총선에서 떨어진 노 전 대통령은 지방자치실무연구소를 차렸고, 안 지사는 당시 이광재 전 강원지사의 권유로 연구소 사무국장으로 합류했다. 이후 안 지사는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 캠프 정무팀장을 맡아 이 전 지사와 함께 노 전 대통령을 당선시킨 1등공신이 됐다.
‘좌(左)희정, 우(右)광재’ 중 한 명이었던 그이지만 정치 인생은 순탄치 않았다. 노무현 캠프의 금고지기 역할을 하면서 수십억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옥살이를 했다. 노무현 정부 시절에는 단 한 번도 공직을 맡지 못했다. 2007년 집권당인 열린우리당이 해체되고, 대선에서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에 참패하면서 그를 비롯한 친노(親盧) 세력은 2010년 ‘6·4 지방선거’ 이전까지 폐족을 자청해야 했다.
"제2 정주영 나오게 경제 생태계 다양성 보장을"
친노와 비노(非盧)의 갈등은 10여년이 지난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다. “저는 민주당이 대선후보로 세워 당선시킨 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 전 대통령을 모두 계승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친노냐 비노냐에 얽매여 있으면 우리가 풀어야 할 문제를 정면으로 직시하지 못합니다. 21세기에도 과거의 주홍글씨를 그대로 붙이고 있으니….”
◆“안철수는 민주당과 함께 가야”
첫 공직 생활에서 가장 힘든 점은 뭘까. 안 지사는 갑자기 담배를 꺼내 피웠다. 할 말이 많다고 했다.
“지방분권이 제대로 되려면 대통령 중심제의 폐해를 극복해야 합니다. 대통령의 권력이 지나치게 강하다 보니 표심을 겨냥한 지역 이기주의가 판을 치고 있습니다. 국가가 할 일은 시장경제가 제대로 돌아가도록 살피고, 외적의 침입을 막고, 국민 복지를 책임지는 것입니다. 생활치안, 소방, 환경보전, 교통체계 등은 지방자치단체가 하면 됩니다. 지금 지자체장의 업무는 국가의 고유 사무를 대리 집행하는 정도에 불과합니다.”
강성 운동권이었던 안 지사의 경제관이 궁금했다. 그는 “지난해 대선 이전부터 불거진 경제민주화 논란이 이분법 논리에만 매몰돼 있다”고 지적했다. “경제민주화라기보다 ‘지속 가능한 경제발전 전략’이라는 표현이 나을 것 같습니다. 제2의 정주영이나 이병철이 나오려면 경제 생태계의 다양성이 보장돼야 합니다. 경제계의 거목을 꿈꾸는 젊은 사람이 많아져야 좋은 생태계지요. 기업과 노동자들이 자기 저수지에만 물 대듯이 싸우면 안 됩니다.”
안 지사는 잠재적 대선주자로 분류되지만 중앙 무대에서 떨어져 있다 보니 안철수 의원, 박원순 서울시장만큼 관심을 받지 못한다는 지적이 많다. 간단명료한 답변이 돌아왔다. “젊은 친구들 말처럼 부러우면 지는 겁니다. 지금 제 입장에선 남의 밥상을 쳐다보지 않는 게 맞다는 겁니다.” 그는 “차기 대선을 얘기하기에는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 있다”며 “지금은 충남지사로서의 역할에 충실할 것”이라고 말을 아꼈다.
안철수 의원에 대해서는 “민주당과 함께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 의원이 다양한 현안에 대해 구체적으로 어떤 견해를 갖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지난 대선에서도 힘을 모은 것처럼 서로 생각하는 방향이 맞다면 함께 가야 합니다. 제가 민주당에만 24년째 몸담았으니 당연히 우리 당으로 안 의원을 모셔야겠죠.”
안희정 지사의 단골집 그때그집 더덕·도토리묵에 맛깔 난 산채나물 자랑
‘그때그집’은 충남 홍성군 홍성읍 월산리에 있는 산채정식집으로 2003년 문을 열었다. 내포신도시에 있는 충남도청과는 자동차로 10분 거리다. 도청대로를 따라 이동하다 덕산통사거리에서 보령, 서산 방면으로 1㎞ 정도 올라가면 나온다.
이 집의 대표 메뉴는 산채한정식이다. 갖가지 나물반찬과 더덕구이, 도토리묵, 조기구이에 돌솥밥이 나온다. 다른 한정식집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1만5000원에 맛볼 수 있다. 강원도 고지대에서 주인이 직접 채취한 오이꽃나물 등 청정 나물반찬은 이 집의 또 다른 자랑거리다. 한 가지 메뉴를 푸짐하게 즐기고 싶으면 더덕구이(2만원), 돌솥밥(1만2000원), 야채부침(1만원), 도토리묵(5000원)을 따로 주문할 수 있다.
좌석은 60석 규모로 다소 적은 편이다. 충남도청이 지난해 말 내포신도시로 이전하면서 도청 직원들도 점심 때 이곳을 자주 찾는다. (041)634-3214
홍성=임호범/강경민 기자 lhb@hankyung.com
◆80년 만에 ‘내포신도시 시대’ 열다
그때그집은 충남도청에서도 자동차로 10여분 떨어진 한적한 논밭 안쪽에 자리잡고 있어 첫 방문길에는 헤매기 십상이다. 내부는 좁고 허름했다. 이곳을 추천한 이유를 물었다. “도청이 근처로 이사오면서 이곳이 맛집이라고 직원들이 추천하더군요. 예전 고향집에 온 것 같은 기분을 주는 곳이지요. 이름처럼 그때그때 제철 나물도 잘 무쳐 내오고…. 더덕구이가 아주 별미입니다.”
인터뷰를 시작한 지 5분도 채 지나지 않아 갖가지 반찬이 차려지기 시작했다. 정갈하게 무친 오이꽃나물 등 먹음직스러운 나물반찬이 순식간에 한 상 차려졌다.
갑자기 안 지사가 “스스로 차린 밥상을 보여주겠다”며 휴대폰에 저장된 사진을 보여줬다. 된장찌개, 열무김치, 오므라이스, 김, 간장이 전부인 소박한 밥상이었다.
대전시 중구 중앙로에 있던 충남도청은 홍성·예산군 내포신도시로 이전해 지난 4월4일 개청식을 했다. 1932년 공주에 있던 충남도청이 대전으로 이전한 지 80년 만이다. 대부분의 도청 공무원이 대전에 있는 가족과 떨어져 지내듯이 안 지사도 두 아들이 경기도 용인에서 대학과 고등학교를 다니고 있어 부인과 이산가족 생활을 하고 있다. 전임 도지사 시절에는 공관에 밥과 빨래 등 일을 돌봐주는 가사 도우미가 있었지만 안 지사가 취임 뒤 그만두게 했다. “아내가 1주일에 한두 번 왔다 가는 것 빼고는 음식 차리는 일도 모두 제가 합니다. 텃밭에서 상추도 뜯어서 먹곤 하죠.”
‘80년 대전 시대’를 마감하고 내포신도시 시대를 연 기분은 어떨까. “대전에 있던 구(舊)청사는 1932년에 지어진 건물이어서 근무 환경이 좋지 않았습니다. 신청사는 업무 환경도 쾌적하고 뒤편에 용봉산이 있어서 경관도 좋습니다. 지난 4월 도청 이전을 마무리하면서 도정도 안정화 추세에 접어들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선심성 정책 줄여야 유능한 정부”
기다리던 더덕구이가 나왔다. “인터뷰는 천천히 하고 일단 식사부터 하죠. 더덕을 양념에 묻혀 석쇠에 구워 내오는데 맛이 일품입니다.” 더덕 한 점을 씹으니 매콤 쌉싸름한 맛이 입안을 채웠다.
공직 경험이 없는 안 지사는 2010년 지사 당선 때부터 도정을 잘 이끌 수 있을지 하는 우려가 도 안팎에서 나오기도 했다. “2008년 민주당 최고위원에 당선됐을 때가 공직 생활의 시작이라고 봐야겠죠. 노 전 대통령이 의원을 하던 시절 보좌관으로 일해 본 적도 없었습니다. 지방자치실무연구소 근무가 전부였죠. 공직자의 핵심은 생각이 다른 사람의 의견도 듣고 갈등을 조정하는 거라고 봅니다. 공정성에 대한 불신을 갖지 않도록 모든 사람의 얘기를 따뜻하게 들어줬습니다. 공직 생활을 하면서 가장 많이 배운 점이기도 합니다.”
그가 바라본 공직사회의 모습은 어떨지 궁금했다. “과거엔 관이 국가 권력을 불공평하게 집행한다는 불신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다릅니다. 관이 결정한다고 민간이 따라오지 않습니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어떻게 하면 공익을 위해 일을 잘할 수 있을까 고민해야 합니다. 공직사회가 깨끗하고 공정하고 투명해야 하는 것은 기본입니다. 요즘은 정부 홈페이지에 댓글 하나만 달면 공직자 부패가 해결될 정도로 반(反)부패 담론의 시대는 이미 지났습니다.”
선심성 정책에 대해서는 목소리를 높였다. “공직자도 실력이 있어야 합니다. 어떤 계획이든 선심성으로 하면 안 됩니다. 공공 재정을 수반하는 정책은 공공이 떠맡아야 하는지, 아니면 개인이 해야 하는지 경계선에 서 있습니다. 정부가 동네에 쌓인 눈이나 쓰레기를 치워주는 게 과연 좋을 정책일까요? 대부분 좋은 정책이 될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선거에서 이기려고 ‘내가 다 해줄게’라고 합니다. 유능하고 일 잘하는 정부가 되려면 이런 것을 최대한 줄여야 합니다.”
◆“친노라는 주홍글씨 붙이지 마라”
더덕구이 접시가 비워지자 돌솥밥이 나왔다. 안 지사의 개인사로 화제를 돌렸다. 충남 논산의 가난한 집안에서 2남3녀 중 셋째로 태어난 안 지사는 남대전고를 다닐 때 학생운동에 나섰다.
“고1 때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이 일어났습니다. 그때 대학생 형들이랑 시국을 토론하다가 경찰서에 잡혀갔습니다. 조사받고 나오니까 전학 조치를 하더군요. 서울 대방동에 있는 성남고로 전학왔지만 3개월만 다니고 그만뒀습니다.” 그는 1982년 검정고시에 합격하고 이듬해 고려대 철학과에 입학했다.
안 지사는 1988년 반미청년회 사건으로 체포돼 10개월간 교도소 생활을 했다. 1989년 김덕룡 전 의원의 비서로 정치에 입문한 그는 1994년 그의 인생을 좌우한 한 사람을 만나게 된다. 노 전 대통령이다. 1992년 총선에서 떨어진 노 전 대통령은 지방자치실무연구소를 차렸고, 안 지사는 당시 이광재 전 강원지사의 권유로 연구소 사무국장으로 합류했다. 이후 안 지사는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 캠프 정무팀장을 맡아 이 전 지사와 함께 노 전 대통령을 당선시킨 1등공신이 됐다.
‘좌(左)희정, 우(右)광재’ 중 한 명이었던 그이지만 정치 인생은 순탄치 않았다. 노무현 캠프의 금고지기 역할을 하면서 수십억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옥살이를 했다. 노무현 정부 시절에는 단 한 번도 공직을 맡지 못했다. 2007년 집권당인 열린우리당이 해체되고, 대선에서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에 참패하면서 그를 비롯한 친노(親盧) 세력은 2010년 ‘6·4 지방선거’ 이전까지 폐족을 자청해야 했다.
"제2 정주영 나오게 경제 생태계 다양성 보장을"
친노와 비노(非盧)의 갈등은 10여년이 지난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다. “저는 민주당이 대선후보로 세워 당선시킨 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 전 대통령을 모두 계승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친노냐 비노냐에 얽매여 있으면 우리가 풀어야 할 문제를 정면으로 직시하지 못합니다. 21세기에도 과거의 주홍글씨를 그대로 붙이고 있으니….”
◆“안철수는 민주당과 함께 가야”
첫 공직 생활에서 가장 힘든 점은 뭘까. 안 지사는 갑자기 담배를 꺼내 피웠다. 할 말이 많다고 했다.
“지방분권이 제대로 되려면 대통령 중심제의 폐해를 극복해야 합니다. 대통령의 권력이 지나치게 강하다 보니 표심을 겨냥한 지역 이기주의가 판을 치고 있습니다. 국가가 할 일은 시장경제가 제대로 돌아가도록 살피고, 외적의 침입을 막고, 국민 복지를 책임지는 것입니다. 생활치안, 소방, 환경보전, 교통체계 등은 지방자치단체가 하면 됩니다. 지금 지자체장의 업무는 국가의 고유 사무를 대리 집행하는 정도에 불과합니다.”
강성 운동권이었던 안 지사의 경제관이 궁금했다. 그는 “지난해 대선 이전부터 불거진 경제민주화 논란이 이분법 논리에만 매몰돼 있다”고 지적했다. “경제민주화라기보다 ‘지속 가능한 경제발전 전략’이라는 표현이 나을 것 같습니다. 제2의 정주영이나 이병철이 나오려면 경제 생태계의 다양성이 보장돼야 합니다. 경제계의 거목을 꿈꾸는 젊은 사람이 많아져야 좋은 생태계지요. 기업과 노동자들이 자기 저수지에만 물 대듯이 싸우면 안 됩니다.”
안 지사는 잠재적 대선주자로 분류되지만 중앙 무대에서 떨어져 있다 보니 안철수 의원, 박원순 서울시장만큼 관심을 받지 못한다는 지적이 많다. 간단명료한 답변이 돌아왔다. “젊은 친구들 말처럼 부러우면 지는 겁니다. 지금 제 입장에선 남의 밥상을 쳐다보지 않는 게 맞다는 겁니다.” 그는 “차기 대선을 얘기하기에는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 있다”며 “지금은 충남지사로서의 역할에 충실할 것”이라고 말을 아꼈다.
안철수 의원에 대해서는 “민주당과 함께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 의원이 다양한 현안에 대해 구체적으로 어떤 견해를 갖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지난 대선에서도 힘을 모은 것처럼 서로 생각하는 방향이 맞다면 함께 가야 합니다. 제가 민주당에만 24년째 몸담았으니 당연히 우리 당으로 안 의원을 모셔야겠죠.”
안희정 지사의 단골집 그때그집 더덕·도토리묵에 맛깔 난 산채나물 자랑
‘그때그집’은 충남 홍성군 홍성읍 월산리에 있는 산채정식집으로 2003년 문을 열었다. 내포신도시에 있는 충남도청과는 자동차로 10분 거리다. 도청대로를 따라 이동하다 덕산통사거리에서 보령, 서산 방면으로 1㎞ 정도 올라가면 나온다.
이 집의 대표 메뉴는 산채한정식이다. 갖가지 나물반찬과 더덕구이, 도토리묵, 조기구이에 돌솥밥이 나온다. 다른 한정식집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1만5000원에 맛볼 수 있다. 강원도 고지대에서 주인이 직접 채취한 오이꽃나물 등 청정 나물반찬은 이 집의 또 다른 자랑거리다. 한 가지 메뉴를 푸짐하게 즐기고 싶으면 더덕구이(2만원), 돌솥밥(1만2000원), 야채부침(1만원), 도토리묵(5000원)을 따로 주문할 수 있다.
좌석은 60석 규모로 다소 적은 편이다. 충남도청이 지난해 말 내포신도시로 이전하면서 도청 직원들도 점심 때 이곳을 자주 찾는다. (041)634-3214
홍성=임호범/강경민 기자 lh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