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장관급 회담] 첫 만남서 가시적 성과 어려워…남북·6자회담 '투트랙' 으로 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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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 북한경제포럼 전문가 조언
전문가들은 조만간 남북 합의로 열릴 장관급 회담을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첫 만남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기대하지 말고 △경계심을 놓지 않으면서 △남북회담과 6자회담의 의제를 별도로 가져가야 한다고 7일 조언했다. 한국경제신문과 현대경제연구원이 지난 5일 주최한 ‘북한 경제 글로벌포럼 2013’에 참석했던 전문가들은 정부의 차분한 대응을 주문하며 이같이 말했다.
①첫술에 배부르지 말아야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첫 회담에 많은 기대를 걸어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 눈에 띄는 성과를 기대하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많은 것을 얻기 위해 노력하다가는 자칫 대화 자체를 그르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개성공단 재가동과 금강산 관광 재개에 앞서 과거와 같은 상황의 재발 방지와 우리 국민의 신변 안전 보장 문제는 확실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성훈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센터 소장은 “장관급 회담이 한 번 열린다고 해서 뚜렷하게 큰 성과를 기대하긴 어렵다”며 “첫 회담에서 크게 합의를 이루거나 성과를 내기를 기대하는 것보다는 하나의 디딤돌로 삼아 박근혜정부의 대북정책인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본격적으로 전개하는 기틀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전 소장은 “5년 넘게 남북 간 회담이 없었기 때문에 끊어졌던 대화의 맥을 다시 잇는 데 집중해야 한다”며 “무리하지 말고 하나하나 이뤄나간다면 소득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용호 인하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역시 “모처럼의 대화 모멘텀을 만든 만큼 우리 정부가 너무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며 “차근차근 취할 것은 취하고, 줄 것은 주는 식으로 대화를 이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순직 현대경제연구원 수석연구원은 “회담에 앞서 우선적으로 금강산 관광 및 개성공단 재개와 관련한 재발 방지, 신변 안전 보장 등에 집중해야 한다”며 “연평도·천안함 사태에 대한 사과를 끌어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칫 대화 자체가 어그러질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②경계심 놓지 말아야
북한이 예상치 않은 상황에서 대화를 제의한 만큼 신중한 태도를 보일 필요가 있다는 조언도 많았다. 전 소장은 “북한이 갑자기 태도가 돌변해서 대화를 제의했을 때는 나름대로 노림수가 있기 때문”이라며 “경계심을 놓지 말고 신중하게 대화 국면을 풀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엄종식 전 통일부 차관은 정부의 탄력적 대응을 강조했다. 그는 “협상에서는 상대방의 태도가 어떤지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며 “북한 태도에 따라 탄력적이고 유연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남북 간 기 싸움을 최대한 지양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홍 수석연구원은 “지난 정부는 ‘대화를 위한 대화’는 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지금은 대화를 위한 대화도 필요한 상황”이라며 “북한과의 기 싸움보다는 대화를 이어가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③투트랙 전략으로 가야
전문가들은 북핵 문제와 남북 문제는 별도로 구분해 두 가지를 병행하는 ‘투트랙 전략’으로 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엄 전 차관은 “북핵 문제는 6자회담 프로세스로 가되 남북 간 대화는 남북한의 의제에 집중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비핵화가 남북관계 개선의 기존 전제 조건이기는 하지만 이것에 지나치게 얽매이면 시급한 현안마저 놓칠 수 있기 때문이란 이유에서다. 엄 전 차관은 따라서 “남북한 장관급 회담에서는 비핵화 문제가 아닌 개성공단 재가동과 금강산 관광 재개, 이산가족 상봉 등의 의제에 집중해야 한다”며 “비핵화 문제는 미·중·일·러시아를 포함한 6자회담 틀 속에서 논의하는 게 맞다”고 조언했다.
김영수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박 대통령이 핵을 이고 살 수 없다고 말한 만큼 비핵화는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의 전제 조건”이라며 “하지만 비핵화 문제를 다른 현안과 어떻게 병행시킬 것인지가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지난 정권에서도 비핵화 전제를 내걸었다가 5년 동안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며 “노무현정부도 그렇게 4년을 끌다가 임기 1년을 앞두고 분리해 정상회담을 성사시킨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용호 교수 역시 “핵 회담과 남북 간 실무회담을 별도로 병행하는 이원화 방식의 접근이 필요하다”며 “궁극적으로 비핵화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남북 간 회담을 활용하는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도병욱/정성택/추가영 기자 dodo@hankyung.com
①첫술에 배부르지 말아야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첫 회담에 많은 기대를 걸어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 눈에 띄는 성과를 기대하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많은 것을 얻기 위해 노력하다가는 자칫 대화 자체를 그르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개성공단 재가동과 금강산 관광 재개에 앞서 과거와 같은 상황의 재발 방지와 우리 국민의 신변 안전 보장 문제는 확실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성훈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센터 소장은 “장관급 회담이 한 번 열린다고 해서 뚜렷하게 큰 성과를 기대하긴 어렵다”며 “첫 회담에서 크게 합의를 이루거나 성과를 내기를 기대하는 것보다는 하나의 디딤돌로 삼아 박근혜정부의 대북정책인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본격적으로 전개하는 기틀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전 소장은 “5년 넘게 남북 간 회담이 없었기 때문에 끊어졌던 대화의 맥을 다시 잇는 데 집중해야 한다”며 “무리하지 말고 하나하나 이뤄나간다면 소득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용호 인하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역시 “모처럼의 대화 모멘텀을 만든 만큼 우리 정부가 너무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며 “차근차근 취할 것은 취하고, 줄 것은 주는 식으로 대화를 이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순직 현대경제연구원 수석연구원은 “회담에 앞서 우선적으로 금강산 관광 및 개성공단 재개와 관련한 재발 방지, 신변 안전 보장 등에 집중해야 한다”며 “연평도·천안함 사태에 대한 사과를 끌어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칫 대화 자체가 어그러질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②경계심 놓지 말아야
북한이 예상치 않은 상황에서 대화를 제의한 만큼 신중한 태도를 보일 필요가 있다는 조언도 많았다. 전 소장은 “북한이 갑자기 태도가 돌변해서 대화를 제의했을 때는 나름대로 노림수가 있기 때문”이라며 “경계심을 놓지 말고 신중하게 대화 국면을 풀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엄종식 전 통일부 차관은 정부의 탄력적 대응을 강조했다. 그는 “협상에서는 상대방의 태도가 어떤지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며 “북한 태도에 따라 탄력적이고 유연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남북 간 기 싸움을 최대한 지양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홍 수석연구원은 “지난 정부는 ‘대화를 위한 대화’는 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지금은 대화를 위한 대화도 필요한 상황”이라며 “북한과의 기 싸움보다는 대화를 이어가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③투트랙 전략으로 가야
전문가들은 북핵 문제와 남북 문제는 별도로 구분해 두 가지를 병행하는 ‘투트랙 전략’으로 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엄 전 차관은 “북핵 문제는 6자회담 프로세스로 가되 남북 간 대화는 남북한의 의제에 집중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비핵화가 남북관계 개선의 기존 전제 조건이기는 하지만 이것에 지나치게 얽매이면 시급한 현안마저 놓칠 수 있기 때문이란 이유에서다. 엄 전 차관은 따라서 “남북한 장관급 회담에서는 비핵화 문제가 아닌 개성공단 재가동과 금강산 관광 재개, 이산가족 상봉 등의 의제에 집중해야 한다”며 “비핵화 문제는 미·중·일·러시아를 포함한 6자회담 틀 속에서 논의하는 게 맞다”고 조언했다.
김영수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박 대통령이 핵을 이고 살 수 없다고 말한 만큼 비핵화는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의 전제 조건”이라며 “하지만 비핵화 문제를 다른 현안과 어떻게 병행시킬 것인지가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지난 정권에서도 비핵화 전제를 내걸었다가 5년 동안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며 “노무현정부도 그렇게 4년을 끌다가 임기 1년을 앞두고 분리해 정상회담을 성사시킨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용호 교수 역시 “핵 회담과 남북 간 실무회담을 별도로 병행하는 이원화 방식의 접근이 필요하다”며 “궁극적으로 비핵화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남북 간 회담을 활용하는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도병욱/정성택/추가영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