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 성인 1000만명 시대…몸속에 '합병증 재앙' 안고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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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헬스
공복 혈당 장애 급증…10명 중 5명 당뇨병 발병 몰라
美·유럽서 주목 '인크레틴' 혈당 높을때만 인슐린 분비
저혈당·체중증가 부작용 없고 신체 조절 기능 개선도
공복 혈당 장애 급증…10명 중 5명 당뇨병 발병 몰라
美·유럽서 주목 '인크레틴' 혈당 높을때만 인슐린 분비
저혈당·체중증가 부작용 없고 신체 조절 기능 개선도
국내 당뇨병 환자가 빠르게 늘고 있다. 대한당뇨병학회가 최근 발표한 ‘한국인의 당뇨병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당뇨병 환자 수는 지난해 320만명으로 추산된다. 당뇨병 전 단계로 불리는 공복 혈당 장애(650만명)까지 합치면 무려 1000만명에 육박한다. 의료계에선 ‘당뇨대란’의 재앙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당뇨병 환자 가운데 자신이 당뇨인지 모르는 사람이 절반이나 될 정도로 관리는 부실하다.
김대중 대한당뇨병학회 수석부총무(아주대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박근혜정부가 추진 중인 4대 중증질환의 보장성 강화와 관련해 뇌·심장 질환의 유병률을 낮추기 위해서는 그 원인이 되는 당뇨를 우선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환자 절반이 모르고 지내
당뇨병의 심각성은 한계 수위에 다다랐다. 당뇨병은 암, 뇌혈관질환, 심장질환에 이어 한국인 사망원인 4위다. 10여년 전 10위권에서 수직상승했다. 지난해 사망자만 1만1242명이다.
당뇨병학회에 따르면 당뇨병 환자는 췌장암, 자궁내막암, 유방암 발병률이 일반인에 비해 각각 4.9배, 4.1배, 2.2배나 높다. 심각한 것은 국내 당뇨병 환자 열 명 중 다섯 명(46%)은 본인이 당뇨병 환자임에도 그 사실을 모르고 있다는 점이다.
차봉연 당뇨병학회 이사장(서울성모병원 내분비내과 교수)은 “우리나라 사람들은 나이가 들면 으레 당뇨병이 오는 것처럼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며 “진단 당시 이미 당뇨병 합병증을 심각하게 동반하는 경우를 자주 보게 된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은 낮은 치료율로 이어진다. 국내 당뇨병 환자의 38%는 아무런 치료를 받지 않고 있다.
○합병증 나타났을 땐 늦어
당뇨병이 무서운 것은 합병증이다. 우리가 섭취한 음식은 소화 과정을 거쳐 핏속의 혈당으로 전환돼 세포 에너지원으로 쓰인다. 하지만 혈액 속에 과잉으로 남아 있는 고(高)혈당은 일종의 가시돌기 역할을 한다. 혈액을 통해 전신을 돌며 혈관을 갉아먹는다. 말초신경 손상도 일으킨다. 이 때문에 당뇨병을 방치하면 먼저 혈관 덩어리인 콩팥이 망가진다. 이런 만성신부전 상태가 되면 1주일에 세 차례나 투석을 해야 하기 때문에 일상생활이 어려워진다. 직장을 다니는 것은 고사하고 자신의 몸을 가누기도 어렵다. 발의 말초신경이 손상돼 오는 ‘당뇨 발’ 또는 ‘당뇨병성 피부궤양’도 흔한 합병증이다. 최악의 경우 발을 절단해야 한다.
몸에서 가장 예민한 혈관이 있는 망막에 당뇨병이 침투하면 실명(失明)을 유발한다. 이외에도 치매 발생 위험을 높인다. 치매의 40%는 동맥경화로 발생하는 혈관성 치매인데, 당뇨가 있으면 뇌혈관 동맥경화가 생겨 치매 발생 위험이 커진다.
임수 분당서울대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당뇨병은 신체 장기 조직이 크게 손상되기 전까지는 증상이 거의 없다”며 “몸에 이상이 생겨 합병증 발생을 진단받으면 이미 늦다”고 강조했다. 학회는 최근 전국 대형병원에 공문을 보내 증상이 없더라도 당뇨병 상태면 정기적으로 합병증 검사를 받도록 환자들에게 적극 권장할 것을 요청했다.
○인크레틴+인슐린 병용요법
당뇨병은 췌장에서 분비되는 혈당 조절 호르몬인 인슐린이 부족하거나 작용을 제대로 하지 못해 혈관 내에 포도당이 많이 남아 있는 질환이다.
따라서 기존의 일반적인 치료는 인슐린 분비량을 늘리는 방법으로 혈당을 조절해왔다. 하지만 저혈당 및 체중 증가 등의 부작용을 유발했다.
이를 보완한 것이 최근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인크레틴(DPP-4억제제) 치료제와 인슐린을 함께 쓰는 병용요법이다. 미국 유럽 등에서 광범위하게 활용하고 있는 당뇨병 치료의 새로운 패러다임이라고 할 수 있다.
DPP-4억제제는 혈당이 높을 때만 인슐린을 분비시키는 것이 특징이다. 저혈당증·체중 증가 등의 부작용이 없다. 신체 고유의 혈당 조절 기능을 개선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DPP-4억제제도 시간이 지날수록 효과가 떨어지면서 용량을 늘려야 하는 것이 문제다. 그래서 나온 것이 인슐린과 함께 쓰는 병용요법이다.
임 교수는 “인슐린은 공복혈당, DPP-4억제제는 식후혈당에 효과적인 치료법으로 상호 보완작용이 가능하다”며 “국내에서는 아직 초기단계이지만 일본에서는 당뇨병 환자의 20% 이상이 이 방법을 쓴다”고 말했다.
임 교수는 이어 “공복·식후 혈당 관리에 어려움을 겪는 당뇨 환자들의 목표 혈당을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며 “인크레틴+인슐린 병용요법 시 DPP-4억제제에 대해 보험적용이 되지 않아 많은 당뇨 환자들이 활용하기에는 한계가 있는데, 당뇨대란을 막기 위해 정부의 정책적인 검토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
김대중 대한당뇨병학회 수석부총무(아주대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박근혜정부가 추진 중인 4대 중증질환의 보장성 강화와 관련해 뇌·심장 질환의 유병률을 낮추기 위해서는 그 원인이 되는 당뇨를 우선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환자 절반이 모르고 지내
당뇨병의 심각성은 한계 수위에 다다랐다. 당뇨병은 암, 뇌혈관질환, 심장질환에 이어 한국인 사망원인 4위다. 10여년 전 10위권에서 수직상승했다. 지난해 사망자만 1만1242명이다.
당뇨병학회에 따르면 당뇨병 환자는 췌장암, 자궁내막암, 유방암 발병률이 일반인에 비해 각각 4.9배, 4.1배, 2.2배나 높다. 심각한 것은 국내 당뇨병 환자 열 명 중 다섯 명(46%)은 본인이 당뇨병 환자임에도 그 사실을 모르고 있다는 점이다.
차봉연 당뇨병학회 이사장(서울성모병원 내분비내과 교수)은 “우리나라 사람들은 나이가 들면 으레 당뇨병이 오는 것처럼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며 “진단 당시 이미 당뇨병 합병증을 심각하게 동반하는 경우를 자주 보게 된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은 낮은 치료율로 이어진다. 국내 당뇨병 환자의 38%는 아무런 치료를 받지 않고 있다.
○합병증 나타났을 땐 늦어
당뇨병이 무서운 것은 합병증이다. 우리가 섭취한 음식은 소화 과정을 거쳐 핏속의 혈당으로 전환돼 세포 에너지원으로 쓰인다. 하지만 혈액 속에 과잉으로 남아 있는 고(高)혈당은 일종의 가시돌기 역할을 한다. 혈액을 통해 전신을 돌며 혈관을 갉아먹는다. 말초신경 손상도 일으킨다. 이 때문에 당뇨병을 방치하면 먼저 혈관 덩어리인 콩팥이 망가진다. 이런 만성신부전 상태가 되면 1주일에 세 차례나 투석을 해야 하기 때문에 일상생활이 어려워진다. 직장을 다니는 것은 고사하고 자신의 몸을 가누기도 어렵다. 발의 말초신경이 손상돼 오는 ‘당뇨 발’ 또는 ‘당뇨병성 피부궤양’도 흔한 합병증이다. 최악의 경우 발을 절단해야 한다.
몸에서 가장 예민한 혈관이 있는 망막에 당뇨병이 침투하면 실명(失明)을 유발한다. 이외에도 치매 발생 위험을 높인다. 치매의 40%는 동맥경화로 발생하는 혈관성 치매인데, 당뇨가 있으면 뇌혈관 동맥경화가 생겨 치매 발생 위험이 커진다.
임수 분당서울대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당뇨병은 신체 장기 조직이 크게 손상되기 전까지는 증상이 거의 없다”며 “몸에 이상이 생겨 합병증 발생을 진단받으면 이미 늦다”고 강조했다. 학회는 최근 전국 대형병원에 공문을 보내 증상이 없더라도 당뇨병 상태면 정기적으로 합병증 검사를 받도록 환자들에게 적극 권장할 것을 요청했다.
○인크레틴+인슐린 병용요법
당뇨병은 췌장에서 분비되는 혈당 조절 호르몬인 인슐린이 부족하거나 작용을 제대로 하지 못해 혈관 내에 포도당이 많이 남아 있는 질환이다.
따라서 기존의 일반적인 치료는 인슐린 분비량을 늘리는 방법으로 혈당을 조절해왔다. 하지만 저혈당 및 체중 증가 등의 부작용을 유발했다.
이를 보완한 것이 최근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인크레틴(DPP-4억제제) 치료제와 인슐린을 함께 쓰는 병용요법이다. 미국 유럽 등에서 광범위하게 활용하고 있는 당뇨병 치료의 새로운 패러다임이라고 할 수 있다.
DPP-4억제제는 혈당이 높을 때만 인슐린을 분비시키는 것이 특징이다. 저혈당증·체중 증가 등의 부작용이 없다. 신체 고유의 혈당 조절 기능을 개선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DPP-4억제제도 시간이 지날수록 효과가 떨어지면서 용량을 늘려야 하는 것이 문제다. 그래서 나온 것이 인슐린과 함께 쓰는 병용요법이다.
임 교수는 “인슐린은 공복혈당, DPP-4억제제는 식후혈당에 효과적인 치료법으로 상호 보완작용이 가능하다”며 “국내에서는 아직 초기단계이지만 일본에서는 당뇨병 환자의 20% 이상이 이 방법을 쓴다”고 말했다.
임 교수는 이어 “공복·식후 혈당 관리에 어려움을 겪는 당뇨 환자들의 목표 혈당을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며 “인크레틴+인슐린 병용요법 시 DPP-4억제제에 대해 보험적용이 되지 않아 많은 당뇨 환자들이 활용하기에는 한계가 있는데, 당뇨대란을 막기 위해 정부의 정책적인 검토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