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청주시가 문화시설을 조성하기 위해 KT&G 연초장 부지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아까운 혈세 100억원을 낭비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당초 청주시는 감정가액인 250억원을 제시하고 KT&G 측은 400억원을 요구해 난항을 거듭하다 350억원에 최종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이 과정에서 청주시 관련 공무원이 KT&G 용역업체로부터 6억원의 거액을 받아챙긴 사실이 적발됐다.

경찰은 6일 KT&G 임직원 6명을 포함해 사건에 연루된 8명을 출국금지했다고 밝혔다. 출국금지 대상에는 민영진 KT&G 사장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그동안 2010년 KT&G가 청주공장 부지를 매각하면서 용역업체 N사를 통해 청주시 부동산 관련 공무원을 매수한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해 왔다.

경찰청 관계자는 “어제 체포한 청주시 공무원 이모씨가 청주공장 부지 매각과 관련해 N사에서 금품을 받은 게 확인됐다”며 “이 과정에서 N사 대표 A씨가 KT&G 측과 금품 액수를 협의해 이씨에게 6억6000만원을 준 게 드러났다”고 말했다.

◆청주시와 KT&G ‘은밀한 거래’

충북 청주시는 2010년 KT&G의 청주 연초제조창 부지 매입을 추진했다. 1946년 11월 경성전매국 청주연초공장으로 시작해 KT&G에서 인수한 이곳을 문화시설로 바꾸겠다는 계획이었다. 수백억원 규모의 매각 사업이라 KT&G에서는 사장 직속기구인 부동산사업단(현 부동산사업실)이 나섰다.

청주시는 매입 가격으로 부동산 감정가인 250억원을 제시했지만 KT&G 측은 400억원을 요구했다. 협상이 난항을 거듭하자 KT&G 측은 A씨에게 “청주시 측과 연결고리를 찾아달라”고 부탁했다. A씨는 당시 청주시 기업지원과장이던 이씨에게 KT&G에서 받은 용역비 13억6000만원 중 6억6000만원을 건넸다.

이씨는 같은 해 12월 당초 청주시가 제시한 가격보다 100억원 높은 350억원에 매매 계약을 성사시켰다. 경찰은 청주공장 부지 매각사업을 KT&G 사장 직속기구인 부동산사업단에서 진행했고, 수백억원 규모의 대형 사업이었다는 점에서 뇌물이 오간 사실을 민 사장이 몰랐을 리 없다고 보고 있다.

경찰은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뇌물수수 혐의로 이씨에 대해 이날 중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KT&G 임직원들이 이번 일에 깊이 개입한 정황이 확인돼 고위층 연루 여부도 수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경찰은 지난달 16일 N사를 압수수색해 관련 자료를 확보한 바 있다.

◆MB 때 선임된 민 사장 ‘퇴진 압박’인가


KT&G 측은 경찰 수사를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한 입장을 보이면서도 정권 초기 주요 공기업과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가 줄줄이 교체되는 와중에 임직원들이 수사선상에 올라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KT&G는 전매청과 담배인삼공사를 거쳐 2002년 민영화한 뒤 내부 승진을 통해 CEO를 임명해 왔다. 민 사장도 내부 출신으로 2010년 2월 CEO에 선임됐으며 올해 2월 재선임됐다.

KT&G가 올 들어 국세청 세무조사를 받고 경찰 수사를 받은 것도 민 사장이 이 전 대통령의 측근으로 분류된 것과 관련 있을 것이라는 게 KT&G 안팎의 관측이다.

KT&G는 겉으로는 민영화가 이뤄졌지만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는 지배주주가 없고 정부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기업은행(6.9%)이 가장 많은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KT&G 관계자는 “경찰이 제기하는 의혹에 적극 해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선주/유승호 기자 sa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