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4일(현지시간) 애플의 삼성전자 특허 침해를 인정하면서도 아이폰4S 등 비교적 최신 제품은 수임금지 대상에 포함하지 않은 이유는 이른바 '특허 소진론' 때문이다.

특허 소진(patent exhaustion)이란 특허 보유자의 권리가 제품 생산 단계에서 1차례만 적용된다는 논리로 애플의 핵심 방어 논리 중 하나였다.

삼성전자의 3세대(3G) 표준특허에 대한 사용료를 퀄컴이 이미 지불했으며, 퀄컴의 칩을 사용하면 추가로 삼성전자에 해당 특허 사용료를 낼 필요가 없다는 게 애플의 주장이었다.

네덜란드 등 유럽 법원도 애플의 이 같은 주장을 받아들여 퀄컴 칩을 사용한 제품에 대한 애플의 특허 침해를 인정하지 않았다.

애플은 아이폰4를 포함해 그 이전 제품에서는 인텔이 만든 칩을 사용했으나 아이폰4S 이후 제품에서는 퀄컴 칩을 쓰고 있다.

이번에 인텔 칩을 사용한 제품에 대한 특허 소진론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이유는 삼성전자와 특허 사용계약을 맺은 주체가 인텔이 아니라 인피니온이기 때문이다.

인텔은 2009년 인피니온의 모바일 사업부를 인수한 이후 애플에 제품을 공급했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와 인피니온의 특허 사용권 계약이 인텔로도 이어지는지가 쟁점이었는데, ITC는 이를 인정하지 않은 셈이다.

캘리포니아 연방지방법원 새너제이 지원은 인텔 칩을 사용한 제품에 대해서도 특허 소진을 인정했지만, 제임스 길디 ITC 행정판사는 지난해 9월 예비판정 당시 '캘리포니아 법원 배심원들의 특허 소진 판단에 모순이 있다'며 애플의 일부 방어논리에 반대 견해를 밝힌 바 있다.

한편, 이번 판정에서 이동통신사 AT&T용 제품만 특허침해가 된 것은 미국 이통사 중 AT&T만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방식의 통신을 지원하기 때문이다.

이번에 ITC가 침해를 인정한 특허는 CDMA 통신 체계와 관련한 '348특허 한 건이다.

버라이즌 등 다른 이동통신사는 유럽이동통신(GSM) 방식을 사용하기 때문에 CDMA 방식과 관계가 없다.

(서울연합뉴스) 권영전 기자 comm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