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률 70%' 로드맵] 파견근로 확대 등 '노동 유연성'정책 빠져 실현 가능성 의문
박근혜정부가 임기 내에 ‘고용률 70% 달성’ 약속을 지킬 수 있을까. 많은 전문가들은 정부의 다양한 대책 수립에도 불구하고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고용률을 높이려면 무엇보다 노동 유연성을 강화할 수 있는 정책적 뒷받침이 필요한데, 4일 발표한 ‘고용률 70% 로드맵’에는 이런 내용이 빠져 있어서다.

◆“노동 유연성 먼저 확보했어야”

정부가 벤치마킹 사례로 들고 있는 독일과 네덜란드는 한국의 고용 정책 방향과 다르다. 한국의 고용 관련 법제는 경제민주화 바람을 타고 보호 쪽으로 기울어져 있다. 이번 로드맵에도 고용 유연성과 관련된 내용은 거의 언급된 게 없다.

하지만 이들 두 나라는 고용 창출의 핵심 정책으로 노동 유연성을 택했다. 독일은 2003년 하르츠개혁을 통해 파견근로 전면 허용, 파트타임 고용에 대한 규제완화 등을 시행했다. 네덜란드 역시 1993년 신노사협약을 통해 노조는 임금 인상 자제를 약속하고 사용자는 시간제 근로자의 법적 지위 향상에 합의하면서 파트타임 고용률이 높아졌다.

유길상 한국기술교육대 인력개발전문대학원 교수는 “한국이 고용률을 높이기 위해선 여러 가지 정책적 대안과 더불어 독일의 하르츠개혁에 준하는 노동시장 개혁과 고용 전략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경제가 성장하지 않으면 일자리도 늘지 않는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성장 없는 고용’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 경제의 실질 성장률이 연간 2%대인 점을 감안하면 쉽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정부가 목표치로 삼고 있는 고용률을 달성하려면 연평균 47만8000개의 일자리를 만들어야 가능하다”며 “현재 한국 경제의 고용 창출력으로는 매년 8%대 경제 성장을 이뤄야만 가능한 수치로 매우 어려운 과제”라고 지적했다.

◆시간제 일자리 부작용 가능성도


정부가 고용률 70% 달성의 핵심으로 삼고 있는 시간제 일자리에 대해서도 부정적 시각이 많다. 정부가 내놓은 시간제 일자리 확대 처방은 일자리를 만드는 게 아니라 나누는 성격이 강하고 일자리의 질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것이다. 정규직 채용 대신 시간제 일자리를 늘릴 경우 비정규직만 양산하는 부작용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용률을 높이기 위해선 경제활동 참가율이 높아야 하는데 현재 한국 고용시장에서는 이 비율이 높지 않다는 점도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정부가 주요 타깃으로 삼고 있는 여성 일자리는 여성 경제활동 참가율이 55%로 낮은 편이어서 큰 효과를 보지 못할 것이란 분석이다. 여성 실업률은 현재 3.2%로 상당히 낮다. 구직활동을 벌이는 여성이 그만큼 적다는 얘기다.

하르츠개혁 당시 독일의 실업률은 11%를 넘어섰고 네덜란드도 1993년 신노사협약 당시 여성 실업 률이 7.8%에 달할 정도로 구직활동을 벌이는 실업자가 많았다.

5년이란 짧은 기간 내에 고용률을 5.8%포인트 올린다는 목표도 달성하기 쉽지 않다. 이명박정부에서도 고용률은 거의 제자리걸음을 했다. 2007년 말 63.9%인 고용률은 2012년 말 64.2%로 5년 동안 0.3%포인트 올라가는 데 그쳤다.

■ 노동 유연성

사용자가 근로자를 고용할 때 받는 노동 관련 규제 정도를 말한다. 노동시장 유연성이라고도 한다. 근로계약 근로시간 임금 등에서 규제를 덜 받으면 ‘노동 유연성이 높다’고 표현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사용자가 해고를 얼마나 자유롭게 할 수 있는가를 노동 유연성의 가장 중요한 지표로 삼고 있다.

윤기설 노동전문기자 upyk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