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는 형벌 조항에 대한 위헌 결정이 내려지더라도 이를 소급 적용하는 것을 제한하는 방향으로 헌법재판소법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3일 밝혔다.

헌법재판소법 47조2항은 법적 안정성을 이유로 위헌 결정이 난 법률 조항은 즉시 효력을 상실하도록 규정, 형벌 조항의 경우 법률 제정 시점까지 소급해 효력을 상실하게 된다. 형벌 조항이 위헌으로 결정나면 유죄 확정 판결을 받은 사람은 형사소송법에 의해 재심을 청구할 수 있으며, 형사보상 및 명예회복에 관한 법률에 따라 국가에 보상을 청구할 수 있다.

헌재가 혼인빙자 간음죄에 대해 2002년 1월 합헌 결정을 내렸다가 2009년 11월 “결혼과 성에 관한 국민 법의식에 많은 변화가 생겼다”며 위헌으로 결정하자 이 죄로 처벌받은 피고인은 물론 사망한 피고인의 유족까지 잇따라 재심과 형사보상을 청구했다. 이에 따라 법적 안정성을 해치고 사법 정의에 반하는 결과를 불러왔다는 비판을 받았다.

현재 헌재 판결을 앞두고 있는 간통죄도 위헌 판결이 나면 비슷한 양상이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헌재는 소급효 제한과 관련해 위헌 결정시 이를 결정문에 기재하는 방식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은 ‘후발적 위헌’의 경우 소급 효력을 가장 최근 합헌 결정이 있었던 날까지만 적용하는 내용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지난달 초 발의했다. 김 의원 안이 통과되면 이전의 합헌 결정(2002년 1월) 이후에 혼인빙자 간음죄로 처벌받은 이들에게만 재심 및 형사보상 청구 권한이 생긴다. 이 같은 내용의 법 개정이 관심을 불러모으는 것은 현재 헌재에서 심사하고 있는 간통죄 때문이다. 헌재는 1990년과 1993년, 2001년, 2008년 등 과거 네 차례에 걸쳐 간통죄에 대해 합헌 결정했다. 그러나 2011년 8월 의정부지법에서 직권으로 위헌법률 심판을 제청하면서 현재 다섯 번째 위헌 심사가 진행 중이다.

만약 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은 가운데 헌재에서 간통죄를 위헌 결정할 경우 1953년 형법 제정 시점까지 소급해 효력을 상실하게 돼 약 10만명의 유죄 확정 판결자들이 재심과 형사보상을 청구할 수 있게 된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