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새로운 50년 출발] 박순호 세정그룹 회장 "신발·주얼리 사업 진출…세정, 토털 패션기업으로 도약"
“2016년엔 그룹 매출 목표 2조원을 달성하겠습니다.”

인디안 브랜드로 유명한 세정그룹 박순호 회장(사진)은 “올해 경영방침을 내실경영과 고객가치 혁신, 성장기반 구축으로 정하고, 회사 시스템도 올 하반기에 선보일 세정종합패션몰이라는 틀로 바꾸고 있다”며 “사실상 미래를 위한 제2의 도약의 원년인 셈”이라고 강조했다.

세정은 부산을 기반으로 국내 패션시장에서 ‘톱5’에 오른 국내 대표패션 기업이다. 그 명성을 반영하듯 매출도 해마다 늘고 있다. 2010년 9500억원, 2011년 1조50억원, 지난해 1조70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매출목표는 1조2000억원이다.

이 같은 성장 비결은 무엇일까. 박 회장은 사례를 소개했다. “최근 부산 영도구청에 주민과 공무원 400여명을 대상으로 특강을 진행했는데, 20년이 훨씬 지난 앤섬(ANTHEM) 로고가 새겨진 화이트 컬러 티셔츠를 입은 청중이 있었죠. 색이 바래지도 않고 얼마 지나지 않은 옷처럼 깨끗한 것이 마치 새 옷 같았습니다. 농담삼아 “이러니 요즘 장사가 안된다”고 하면서 웃고 넘겼지만, 속으로는 엄청 뿌듯했습니다. 그만큼 우리 제품이 튼튼하고, 세월이 지나도 시대에 뒤떨어지지 않는 우수한 디자인을 보유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죠.”

그는 강한 유통력도 세정의 경쟁력으로 꼽았다. 그는 “세정에서 전개하는 브랜드 매장 수는 1400여개, 이월제품을 취급하는 세정21의 상설매장과 세정과미래가 전개하는 브랜드 니(NII)와 크리스 크리스티(CHRIS.CHRISTY) 매장까지 포함하면 패션 브랜드 매장 수만 1800여개나 된다”며 “가두점, 백화점, 할인점, 아울렛, 온라인 등 다양한 유통망을 확보해 고객이 필요로 할 때 언제든지 구매할 수 있는 것이 강점”이라고 소개했다.

세정의 멤버십 고객은 700만명으로 5000만 국민의 약 14%를 차지한다. 브랜드 타깃과 거리가 먼 10세 미만과 80세 이상의 인구 수를 제외하면 우리나라 국민 5명 중 1명은 세정의 고객인 셈이다.

박 회장은 내년 회사 설립 40주년을 앞두고 사업다각화에 나섰다. 의류사업과 함께 연초부터 신발사업과 주얼리사업에 진출했다. 토털패션 전문기업으로 성장성을 확보하고 패션 사업과의 시너지 창출을 위해서다. 러닝화로 유명한 미국의 써코니를 비롯해 캐주얼 풋웨어 ‘캐터필라’, 아웃도어 슈즈 ‘고라이트’ 브랜드를 론칭했다. 주얼리 브랜드 ‘디디에 두보’를 선보이고, 주요 백화점을 중심으로 매장을 매고 있다. ‘디디에 두보’는 국내뿐 아니라 미국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박 회장은 “지난해 론칭한 아웃도어 브랜드 ‘센터폴’과 트래디셔널 캐주얼 브랜드 ‘헤리토리’는 세정의 리딩 브랜드로 육성하고 있다”며 “론칭 2년차인 센터폴은 스위스 트래킹 테크놀로지 아웃도어를 표방하며 시장의 조기안착에 성공, 올해 매출 1000억원을 달성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부산, 새로운 50년 출발] 박순호 세정그룹 회장 "신발·주얼리 사업 진출…세정, 토털 패션기업으로 도약"
그는 세정건설과 세정I&C도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해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수익구조 포트폴리오를 구상하고 있다. 패션사업과 함께 주력사업의 한 축으로 최고의 생활문화를 창조한다는 경영이념을 실현해 나갈 계획이다. 해외진출도 준비하고 있다. 디디에 두보 주얼리 브랜드 뉴욕 진출을 시작으로 향후 중국은 물론 미국 등으로 진출을 준비 중이다.

박 회장은 2008년 부산에서는 처음으로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고액기부자 모임인 ‘아너소사이어티’에 가입했다. 박 회장에게 봉사란 어떤 의미일까. 그는 “대부분의 기업들은 좋은 취지로 선행을 베풀지만 기업들 중에는 종종 나눔과 봉사활동을 기업 이미지 관리의 도구로 활용하는 경우가 있다”며 “오히려 도움을 받는 이들이 불편하거나 거부감을 가지게 돼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그는 “따라서 나눔을 홍보의 수단으로 생각해서는 절대 안된다”며 “진심을 다해 그들을 위로하고 격려하며, 나누고 봉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박 회장은 이어 “기업은 이익을 추구하는 영리집단이지만 영리란 것이 우리사회에서 발생한 것인 만큼 어려운 이웃과 사회적 약자에게 되돌려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산=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