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전선 지중화는 공사에 10년 이상 걸리고 비용도 예측하기 힘들 정도로 많이 듭니다. 이대로 가다간 수조원을 들여 건설한 발전소들이 송전망 부족으로 무용지물이 될 수도 있습니다.”

국회가 29일 밀양 송전탑 건설공사를 잠정 중단키로 한 데 대해 전력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렇게 푸념했다. 공사중단 기간 중 가동키로 한 전문가협의체에 대해서도 우려 섞인 시각을 내놓았다. 지난 8년여 동안 국민권익위원회 등 수차례 대화 창구가 있었는데도 사태 해결이 진전되지 않았던 걸 고려하면 이번에도 마찬가지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 오히려 밀양시 주민 절반이 송전망 건설에 찬성하는 상황에서 국회와 반핵단체 등이 개입해 문제를 더욱 복잡하게 만든다는 지적도 있다.

밀양은 경남 창녕군의 북경남 변전소와 올해 12월, 내년 9월에 각각 완공 예정인 신고리 원전 3, 4호기를 연결하는 송전선로가 지나는 5개 시·군 가운데 한 곳이다. 한국전력은 2008년부터 밀양을 포함해 울주군·기장군·양산시·창녕군을 지나는 90.5㎞(송전탑 161개)의 송전망 건설을 진행했다. 4개 시·군은 공사가 끝났지만 밀양에는 주민 반대로 송전탑 69개 가운데 52개의 설치가 지연되고 있다.

밀양 송전탑 문제는 2005년부터 불거졌다. 주민들은 전자파 피해, 땅값 하락 등을 이유로 반대 집회를 열었다. 2008년 공사가 시작됐지만 주민 반대로 10여차례나 중단됐다. 정부가 중재에 나섰으나 번번이 실패했다. 한전과 반대 주민 간 대화위원회에서도 협상은 결렬됐다.

반대 측 주민들은 송전선로를 땅에 묻거나 기존 송전선로를 이용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한전은 345㎸ 송전망 지중화는 시공기간만 12년이 걸리고, 공사비가 5배 이상인 2조7000억원이 든다고 설명한다. 또 초고압(765㎸) 송전탑 지중화는 현재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기존 선로는 새로 건설될 신고리 3호기를 수용하기 힘들다는 게 한전의 주장이다. 결국 한전과 반대 주민들은 전문가협의체를 구성해 지중화 등이 기술적으로 가능한지를 따져보기로 했다.

국회와 반핵 시민단체 등 외부 인사들이 사태에 개입하면서 문제 해결을 더욱 어렵게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밀양시 30개 마을 중 절반인 15개 마을이 공사에 찬성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핵없는사회를위한공동행동 등 시민단체가 밀양에 ‘희망버스’를 보내는 등 이번 사태에 개입하고 있다. 민원성 문제가 이념 싸움으로 변질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앞으로다. 한전에 따르면 향후 10년 동안 전국에 1904㎞ 송전망을 건설해야 한다. 송전탑만 1683개를 지어야 하는 것이다. 밀양뿐 아니라 이미 송전탑 건설이 진행 중인 전북 군산 등에서도 주민 반발이 거세다. 이처럼 전력시설에 대한 국민 여론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밀양 사태가 제대로 해결되지 않으면 앞으로 송전망 건설은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