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소득 4000만원인 개인사업자 김모씨는 10억원가량의 은행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아버지를 모시고 함께 살고 있다. 아버지의 이자·배당소득은 연간 4000만원이 조금 안 되는 수준이고 그 외 다른 소득은 없다. 김씨는 이달 종합소득세 신고 기간에 아버지 이름을 올려 인적공제 등 기본공제를 받을 수 있는지 국세청에 문의했다. 국세청은 “받을 수 있다”고 답했다.

# 연소득이 김씨와 비슷한 개인사업자 이모씨. 그는 간간이 파출부 일 등을 하며 연수입 600만원(소득 기준 120만원=수입액-필요경비)을 올리는 홀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다. 하지만 국세청은 이씨에 대해 “어머니의 근로소득이 기본공제 소득 요건 100만원을 초과해 인적공제를 받을 수 없다”고 답변했다.

소득공제 허점…이자소득 연 4000만원 부모 모시면 혜택…근로소득 연 101만원 부양가족 공제 '0'

○담당 공무원도 헷갈리는 기준

종합소득세 신고시 부양가족 기본공제를 받을 수 있는 요건이 소득의 종류에 따라 들쭉날쭉해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위의 사례에서 보듯 모시고 사는 부모나 배우자 등 부양가족의 근로소득은 연간 100만원만 넘으면 부양가족 기본공제를 받지 못하는 반면 이자·배당 소득은 4000만원까지 받을 수 있다. 결과적으로 대부분 부유층들인 이자·배당소득 가구에 대해서는 세금 혜택을 주고 근로소득 가구에 대해서는 세금을 덜 깎아주는 형평성 문제가 야기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발단은 소득세법 조항의 모호성 때문. 현행 소득세법 50조 1항 3호는 부양가족 기본공제 요건을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다. ‘종합소득이 있는 거주자의 배우자 또는 생계를 같이하는 부양가족으로서 연간 소득금액이 없거나 연간 소득금액의 합계액이 100만원 이하인 사람에 한한다.’ 즉 인적공제와 같은 기본공제를 받으려면 소득신고자의 부양가족 연간 소득이 100만원을 넘지 않아야 가능하다는 뜻이다.

그런데 이 소득에 대한 추가적인 설명이 없다. 국세청에 문의해 보니 소득 원천에 따라 기준이 모두 달랐다. 근로소득의 경우 100만원이었지만 기타소득(저작권료, 강연료 등)은 300만원이 기준이었고 이자·배당소득은 4000만원이 기준이었다.

관련 내용을 기획재정부에 처음 문의하자 “그럴 리가 없다”는 답변이 나왔다. 기재부 고위 관계자는 “소득세법에 나와 있듯이 소득 원천에 관계없이 100만원 이하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공제 제도 취지 고려해야

하지만 국세청은 이미 20년 가까이 소득 원천에 따라 기본공제 요건을 달리 적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세청은 국세청 예규 ‘소득46011-3221’에 규정된 ‘부양가족이 당해 거주자의 기본공제 대상자가 되기 위해서는 연간 소득금액이 비과세·분리과세 소득을 제외하고 100만원 이하여야 한다’를 근거로 집행하고 있다. 여기서 ‘비과세·분리소득을 제외하고’라고 돼 있는 문구 때문에 분리과세 소득인 이자·배당소득과 기타소득에 대해 별도의 기준을 적용하고 있는 것이다.

세법상 이자·배당소득은 연 4000만원 이하인 경우, 기타소득은 300만원 이하인 경우 종합소득신고를 하지 않고 10%대의 원천세 징수로 끝난다. 이 예규는 1996년 11월20일 당시 재정경제원과 국세청의 협의 아래 만들어졌으며 지금까지 이대로 시행되고 있다.

정부가 소득 유형별로 다른 기준을 적용하는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박춘호 기재부 소득세과장은 “100만원으로 일괄 적용할 경우 분리과세 적용 대상자는 별도의 기본공제를 받지 못한다”며 “모든 국민이 한번씩은 기본공제(인적공제)를 받을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각 소득별 공제 혜택을 만드는 데 신경을 쓰다 보니 체계적이고 일괄적인 기준을 만들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기재부 관계자는 “전체 그림을 보지 않고 개별 사안에 대해 일일이 공제 조항을 만들다 보니 이런 일이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