亞 홈쇼핑 통해 농산물 판매…돔형 식물공장 투자…쑥쑥 자라는 日기업 농업수출 경쟁력
‘6차 산업.’ 일본에선 농업을 이렇게 부른다. 1차 산업으로서의 농업과 가공식품 생산(2차 산업), 식자재 유통과 마케팅(3차 산업) 등이 ‘1×2×3=6’이란 등식으로 시너지 효과를 일으킨다는 뜻이다.

일본에선 최근 농업이 신성장동력으로 각광받기 시작했다. 한국에서 농업이 홀대받는 것과는 매우 대조적이다. 특히 일본 대기업들은 ‘일본산 농산물은 깨끗하다’는 이미지를 내세워 아시아 수출 확대를 노리고 있다.

27일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일본 종합상사 마루베니는 이달부터 홍콩의 ‘홍콩 위성TV 국제미디어 그룹(HKSTV)’과 제휴해 HSKTV 산하 홈쇼핑 채널에서 일본산 농산물을 판매한다. 쌀과 채소, 과일부터 시작해 향후 소고기와 생선, 유제품 등으로 품목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주요 판매지역은 홍콩과 마카오를 비롯한 중국 남부 등지며, 앞으로 동남아시아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그동안 일본산 농·축·수산물은 중국 내 일부 백화점과 대형 슈퍼마켓에서 소수 부유층을 대상으로만 판매돼왔다. 마루베니는 이번 홈쇼핑 계약을 계기로 중국 중산층까지 구매 계층을 넓히겠다는 구상이다. 또 홍콩 TV 홈쇼핑에서 2015년 300억엔, 2020년엔 1000억엔의 매출을 내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일본 최대 토마토 가공식품 회사 가고메는 ‘식물 공장’(실내에 식물이 자랄 수 있는 조건을 조성, 다양한 작물을 재배·생산하는 건물)을 새로운 투자처로 삼았다. 가고메는 돔형 식물 공장을 운영하는 일본 농업 벤처업체 그랜드파에 3억100만엔(약 33억원)을 투입, 그랜드파 지분 33.4%를 취득해 2대 주주가 됐다고 28일 요미우리신문이 보도했다. 돔형 식물 공장은 햇빛이 잘 들어오도록 하는 특수소재를 활용해 반구형 지붕을 만들고, 수경재배로 채소를 기르는 공간이다.

가고메는 이미 1998년부터 일본 내 30개 농장과 계약을 체결해 토마토 재배·판매사업을 하고 있다. 가고메는 “돔형 식물 공장에선 노지에서보다 채소가 자라는 속도가 빠르고 품질도 균일하다”며 “그랜드파와 협업해 공장 수를 늘려 수출을 확대하겠다”고 설명했다.

일본 대기업들이 농산물 수출에 관심을 갖고 진출한 배경엔 일본 정부의 전폭적 지원이 있었다. 일본 정부는 2009년 ‘헤이세이(아키히토 일왕의 연호) 농지개혁’으로 불리는 농지법 개정을 통해 개인 및 기업체의 농지 임대와 농업 진입을 완전 자율화했다. 이에 따라 2009년 말 436개였던 일본 내 농업 진출 업체 수는 지난해 말 1071개로 급증했다.

아베 정부도 농업을 성장 전략의 핵심 중 하나로 채택하고 있다. 작년 말 기준 4497억엔인 일본산 농·축·수산물 수출을 2020년까지 1조엔 규모로 키운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