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감몰아주기 규제법안 처리가 6월 임시국회의 쟁점으로 떠오른 가운데 대기업의 부당 내부거래를 처벌할 수 있는 공정거래법상 신규 조항 삽입을 놓고 전문가들의 의견이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

처벌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공정거래법 제5장(불공정거래행위 금지)에 있는 부당지원금지 규정과 별도로 제3장(기업결합 제한 및 경제력집중 억제)에도 처벌 기준을 신설해야 한다는 주장과 제5장 규정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일감몰아주기의 ‘부당성’을 재벌 총수 일가의 경제력집중 유지·강화 여부로도 판단해 처벌할 수 있도록 할 것인지, 아니면 기존처럼 불공정 거래행위의 한 유형으로 보고 경쟁제한성을 침해하는 행위만 선별적으로 규제할 것인지에 대한 논란이다.

박민식 새누리당 의원 주최로 24일 국회에서 열린 ‘일감몰아주기 토론회’에서도 이에 대한 찬반 논쟁이 뜨거웠다. 김우찬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총수 일가 개인에 대한 부당한 지원, 정상가격과 차이가 없거나 산정이 곤란한 일감몰아주기 등은 현행 공정거래법 5장으로는 처벌이 불가능하다”며 “부당 내부거래로 총수 일가의 경제력집중을 초래하는 게 분명하지만 시장 경쟁을 제한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규제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불공정한 일감몰아주기 상황을 규제할 수 있도록 3장에 규제 기준을 신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기종 숙명여대 법학과 교수도 “현행법상 부당지원 행위에 해당하지 않거나 해당 여부가 불명확한 일감몰아주기 유형이 많기 때문에 경제력집중 억제에 초점을 맞춘 규제를 도입하는 게 맞다”며 “대기업집단의 총수와 그 친족에 한해 부당지원행위와 사업기회 유용 행위를 금지하는 규정을 공정거래법 3장에 신설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주진열 부산대 법학전문대 교수는 “경제력집중이란 개념은 다의적이고 모호하기 때문에 기업결합의 경우를 제외하고 경제력집중을 합법과 불법으로 나누는 법적 판단기준으로 삼기는 적절하지 않다”며 “이런 이유 때문에 대기업과 계열사 간 거래를 공정거래법 3장에서 규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맞섰다. 이상승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대기업집단의 내부거래 문제는 기본적으로 경쟁제한성이 아니라 기업집단을 형성하는 회사 주주 간 이해상충 문제이기 때문에 공정거래법에서 규제한다면 5장이 아니라 3장에 두는 게 맞다”며 “다만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5장에 더해 3장에 신설하는 게 아니라 5장의 관련 조항을 폐지하고 3장으로 이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일감몰아주기 규제가 대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역차별 효과를 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