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게임은 다단계? 돈버는 건 구글·카카오뿐
“모바일게임으로 떼돈 벌었다는 건 정말 극소수의 얘기입니다.” 한 게임개발사 대표의 하소연이다. 그는 ‘카카오톡 게임하기’에 입점해 매출은 늘었지만 이런저런 수수료를 떼주고 나니 남는 게 거의 없다고 했다.

최근 모바일게임 업계에서 ‘다단계식 수수료 구조’가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모바일게임 열풍에 구글과 카카오는 중간에 수수료를 챙겨가며 큰돈을 벌었지만 정작 게임회사들은 이익을 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모바일게임 회사들은 매출의 30%를 구글이나 애플 등 앱장터 운영자에 내야 한다. 카카오톡에 입점했다면 나머지 70% 가운데 30%(전체의 21%)를 또 카카오에 지급한다.

구글과 카카오에 수수료를 주고 나면 처음 매출의 49%가 남는다. 하지만 서버 운영이나 고객관리, 마케팅 능력이 부족한 중소 개발사들은 퍼블리싱(게임유통) 회사를 중간에 끼게 된다. 이렇게 하면 49%를 또 나눠 가져야 한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톡 입점만으로 더 이상 성공이 보장되지 않자 CJ E&M이나 위메이드와 같은 대형 게임사를 퍼블리싱 회사로 끼고 게임을 서비스하려는 중소 개발사가 늘고 있다”며 “퍼블리싱사와 개발사들은 보통 4 대 6 혹은 3 대 7로 수익을 나눠 가진다”고 말했다.

모바일게임 매출 상위권에 게임을 대거 올려놓으면서 올 1분기 매출 실적이 크게 좋아진 CJ E&M, 위메이드, 컴투스 등도 영업이익은 크지 않은 상황이다. 위메이드는 1분기 매출이 595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71% 늘고 영업이익도 흑자 전환했다.

하지만 영업이익률은 7.5%에 머물러 2012년 1분기(22.2%)에 비해 크게 떨어졌다. 카카오 등에 주는 수수료가 222억원으로 전 분기(100억원)보다 122%, 전년 동기(43억원)에 비해선 418% 급증했기 때문이다. CJ E&M의 게임부문 영업이익률도 올 1분기 6.0%에 불과했다.

반면 카카오는 게임 덕분에 올해 매출이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카카오의 올해 매출은 2500억원 안팎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23일 현재 구글플레이 매출 상위 10개 게임 중 밀리언아서(8위) 퍼즐&드래곤(9위)을 제외하면 모두 카카오 게임이다.

구글플레이 장터도 이제는 ‘한국이 먹여 살린다’는 얘기가 나온다. 시장조사업체 뉴즈닷컴에 따르면 구글플레이 게임 매출 세계 10위 안에 한국 게임이 8개나 들었기 때문이다.

게임사들은 카카오에 수수료를 낮춰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그러나 카카오는 당분간 인하할 계획이 없다고 못 박았다. 이석우 카카오 대표는 지난 10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2013 카카오 게임 파트너스 포럼’에서 “지금은 하루 매출이 1억원이 넘는 게임도 속출하고 있다”며 “카카오가 변화에 큰 역할을 한 만큼 매출의 21%를 가져가는 것은 지나치지 않다”고 말했다.

한 게임사 임원은 “게임회사들이 아직은 이런 수수료 체계를 받아들이고 있지만 내는 비용만큼 효과를 못 보는 회사가 많아지면 수수료 인하 요구가 거세질 것”으로 내다봤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