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分家위한 '공개매수'…묘수인가 꼼수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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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연마공업, 자사주 매입해 형제간 지분정리
블록딜하면 배임 소지…공개매수로 논란 비껴가
블록딜하면 배임 소지…공개매수로 논란 비껴가
▶마켓인사이트 5월20일 오전 8시15분
공개매수가 오너 2세들의 분가(分家)에 활용된 첫 사례가 나왔다. 창업주의 차남이 이끄는 회사가 공개매수를 통해 형이 거느리고 있는 ‘형제 회사’가 갖고 있는 자기 회사 주식을 사실상 전량 매입하기로 한 것이다.
통상 자진 상장폐지나 적대적 인수합병(M&A) 수단으로 쓰이는 공개매수가 계열분리 용도로 활용됐다는 점에서 재계가 주목하고 있다.
○공개매수 목적 알고 보니…
![[마켓인사이트] 分家위한 '공개매수'…묘수인가 꼼수인가](https://img.hankyung.com/photo/201305/AA.7470132.1.jpg)
제일연마공업은 동일산업 창업주인 고(故) 오일룡 회장이 1955년 설립한 기업이다. 오 회장의 차남인 오유인 사장이 최대주주(38.57%)지만, 장남인 오순택 회장이 이끄는 합금철 제조업체인 동일산업도 24.6%를 보유하고 있다. 특수관계인을 포함한 최대주주 지분율이 74.71%에 이르는 셈. 통상 공개매수가 소액주주를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공개매수를 통해 지분 25%를 추가로 확보할 경우 제일연마공업은 상장폐지 대상이 된다. 최대주주 지분율이 100%에 육박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회사 측은 공개매수의 목적이 자진 상장폐지가 아니란 점을 분명히 했다. 제일연마공업 재무 담당자는 “공개매수 대상에는 최대주주의 특수관계인도 해당된다”고 말했다.
때문에 시장에선 이번 공개매수를 형제기업 간 지분 정리의 마지막 단계로 해석하고 있다. 실제 제일연마공업의 최대주주는 2005년까지만 해도 ‘형님 회사’인 동일산업이었지만, 오유인 사장이 꾸준히 지분을 매입하면서 2007년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거꾸로 동일산업에 대한 오유인 사장의 지분은 2005년 24.57%에서 현재 9.07%로 쪼그라들었다. 업계 관계자는 “제일연마공업이 공개매수 대상 지분을 25%로 설정한 것은 사실상 동일산업 보유 지분(24.6%)을 사들이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소액주주 참여 매력 떨어져
![[마켓인사이트] 分家위한 '공개매수'…묘수인가 꼼수인가](https://img.hankyung.com/photo/201305/AA.7471049.1.jpg)
결과적으로 회사에 쌓아둔 돈을 대주주의 특수관계인에게 지급하는 결과를 낳기 때문이다. 공개매수는 모든 주주에게 똑같이 주식을 팔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에 이런 논란을 피할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론 소액주주들이 공개매수에 응할 매력이 없다는 게 증권가의 분석이다. 공개매수 가격(6500원)이 현 주가(20일 종가 6410원)와 비슷한 수준이어서다. 공개매수를 통해 주식을 팔 경우 시세차익의 20%를 양도소득세로 내야 하는 만큼 소액주주 입장에선 별다른 실익이 없다. 통상적인 공개매수는 이런 점을 감안해 시가보다 20%가량 높게 매수가를 책정한다.
한 애널리스트는 “공개매수가격을 시가와 비슷하게 책정했다는 것은 사실상 동일산업 보유지분을 공개매수 타깃으로 삼았다는 것”이라며 “주가가 급락하지 않는 이상 소액주주들이 공개매수에 참여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한 법무법인 변호사는 “작년 순이익(72억원)의 2배가 넘는 자금을 자사주 매입에 사용하는 것이 합리적인 경영 판단인지는 주주들이 판단할 문제”라며 “별다른 잡음 없이 진행된다면 공개매수를 통한 분가 시도가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허란/조진형 기자 w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