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조 헤지펀드 부부싸움 '아내의 승리'
35년간 사랑을 키워오며 헤지펀드를 통해 막대한 재산도 거머쥔 부부 사이가 원수지간이 됐다. 운용자산 35억달러(약 4조원)의 아이코스 헤지펀드의 설립자인 마틴 코워드와 엘레나 앰브로시아두 얘기다.

지난 17일(현지시간) 영국 고등법원은 아이코스의 매매 알고리즘 소유권을 놓고 벌어진 남편 코워드와 아내 앰브로시아두(사진)의 다툼에서 아내의 손을 들어줬다. 외환 파생상품 투자를 주로하는 아이코스에서 특정 통화를 선택해 사고파는 시점까지 결정하는 매매 알고리즘은 가장 중요한 자산이다. 별거 중인 앰브로시아두가 알고리즘의 소유권을 갖고 가면서 코워드는 큰 경제적 손실을 보게 됐다.

이들은 1978년 케임브리지대에서 공부하며 사랑에 빠졌다. 대학 졸업 후 코워드는 골드만삭스에서 퀀트(계량분석) 전문가로 일했으며 앰브로시아두는 27세에 에너지회사 BP의 임원이 되는 등 승승장구했다. 이들은 1992년 함께 아이코스 헤지펀드를 만들어 독립했다. 코워드가 만든 매매 알고리즘과 앰브로시아두의 뛰어난 경영 및 고객관리 능력이 자산이 됐다.

아이코스는 2007년부터 2009년까지 연평균 11.5%의 수익률을 내는 등 외환거래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냈지만 이미 부부 사이는 벌어지고 있었다. 지분 90%를 소유한 앰브로시아두가 2004년 연봉으로 2600만달러를 챙긴 데 대해 코워드가 반발했기 때문이다.

앰브로시아두는 2008년 코워드의 직속 팀원들을 모두 해고하는 한편 코워드가 아이코스의 매매 알고리즘을 이용해 독자적인 헤지펀드를 설립하려 한다고 공격했다. 앰브로시아두는 증거를 찾기 위해 코워드의 자동차에 추적장치를 달고 이스라엘 특수부대 출신의 사설 정보원을 고용해 미행하기도 했다.

코워드 역시 자신의 편에 선 아이코스 직원들을 동원해 매매 알고리즘 설계에 필요한 기초적인 정보를 빼돌리려 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이번 소송에 패배하면서 코워드가 매매 알고리즘을 찾아오는 것은 불가능해졌다. 부부는 이혼 소송을 포함해 58건의 법적 분쟁을 벌이고 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