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계장터

신경림

[이 아침의 시] 목계장터
하늘은 날더러 구름이 되라 하고
땅은 날더러 바람이 되라 하네
청룡 흑룡 흩어져 비 개인 나루
잡초나 일깨우는 잔바람이 되라네
뱃길이라 서울 사흘 목계 나루에
아흐레 나흘 찾아 박가분 파는
가을볕도 서러운 방물장수 되라네
산은 날더러 들꽃이 되라 하고

강은 날더러 잔돌이 되라 하네
산서리 맵차거든 풀속에 얼굴 묻고
물여울 모질거든 바위 뒤에 붙으라네
민물 새우 끓어넘는 토방 툇마루
석삼년에 한 이레쯤 천치로 변해
짐부리고 앉아 쉬는 떠돌이가 되라네
하늘은 날더러 바람이 되라 하고
산은 날더러 잔돌이 되라 하네



이리도 ‘가벼운’ 시가 또 있을까요. 한 줄 한 줄 읽을수록 마음이 부풀어 훌훌 떠
나고 싶어지는 노래. 구름 바람 들꽃 잔돌⋯. 이것들이 어떻게 생겼는지 잊고 삽
니다. 생활이 몸을 놔주지 않으면, 마음의 짐이라도 내려놓고 이 시를 간직하며
장돌뱅이 가벼운 마음으로 살고 싶습니다.

박한신 기자han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