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에 자연경관을 감상할 수 있는 협곡열차(V-train).  /연합뉴스
백두대간에 자연경관을 감상할 수 있는 협곡열차(V-train). /연합뉴스
기차여행만큼 새록새록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여행은 없을 것이다. 동해로 일출을 보러 떠날 때도, 대학생 때 MT를 떠날 때도 함께했던 것이 바로 기차다. 친환경적이면서도 아날로그 여행의 진수를 보여주는 기차여행이 진화하고 있다. 코레일은 그동안 빼어난 관광자원을 갖추고 있음에도 접근성이 낮아 관광붐 조성에 어려움을 겪었던 지역을 5개 권역으로 나눠 신규 명품관광노선으로 개발한다. 일명 철도관광벨트를 구축하겠다는 것. 5개 관광벨트는 백두대간의 풍광을 즐길 수 있는 ‘중부내륙벨트’를 시작으로 ‘남도해양벨트’ ‘평화생명벨트’ ‘서해골드벨트’ ‘동남블루벨트’로 구성된다.

◆백두대간의 멋, 중부내륙벨트

[Travel] DMZ부터 남도까지…기차타고 전국 5개권역 누비자
철도관광벨트 시작은 중부내륙벨트다. 이 지역은 한때 석탄산업으로 번성한 곳이었지만 지금은 침체와 쇠락의 길을 걷고 있다. 백두대간의 아름다운 자연경관과 풍부한 관광자원을 갖고 있지만 교통이 불편해 관광산업도 쉽지 않은 지역이었다.

코레일이 중부내륙권과 백두대간을 연결하는 중부내륙순환열차(O-train), 백두대간협곡열차(V-train)의 운행을 시작하면서 중부내륙권이 ‘철도관광’의 새로운 명소로 재도약을 꿈꾸고 있다. 중부내륙관광열차 개통으로 연간 약 37만2000명의 관광객이 이용하고, 2017년까지 총 1980명의 취업유발 효과와 1567억원의 생산유발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남도해양벨트(S-train·부산~여수)는 중부내륙벨트에 이어 올 8월 개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코레일은 작년 9월 전남 순천에 해양관광개발사업단을 신설하고 사업 추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순천정원박람회 기간(4월20일~10월20일) 중 KTX를 1일 4회 추가 운행한다. 이용객 편의를 위해 KTX 정기열차를 2회 신설하고 막차시간도 연장했다. 박람회 장소 안에 ‘코레일정원(100평)’도 조성했다. 여수박람회 시설을 활용한 관광상품도 개발할 예정이다. 3000여개의 섬과 남해를 활용한 크루즈, 유람선, 요트체험 등을 연계한 다양한 해양관광상품도 준비 중이다.

◆안보·생태 체험의 장, 평화생명벨트

평화생명벨트는 분단의 상징에서 세계적 생태보고가 된 비무장지대(DMZ)를 중심으로 시티투어, 안보 및 생태관광 상품이 개발될 예정이다.

임진강 관광지, 평화누리공원, 제3 땅굴, 도라전망대 등 기차를 타고 가다 보면 분단의 아픔을 눈과 가슴으로 체험할 수 있다. 6·25전쟁 이후 60년 만에 복원돼 지난해 11월에 개통된 경원선 백마고지역도 색다른 관광지다. 강원의 곡창지대인 철원평야는 철새들이 머물기 좋은 천혜의 환경을 갖추고 있어 생태관광에 제격이다. 교외선을 활용한 관광열차도 준비 중이다. 수도권순환열차는 한강변을 끼고 서울 외곽을 한 바퀴 도는 관광열차로 숨가쁘게 살아가는 도시민에게 새로운 관광의 틀을 제시할 예정이다.

‘KTX-서울로’는 지방 거주 학생 및 학부모를 위해 국내 최고 기업, 최고 교육기관 등의 방문을 패키지화한 상품으로 청소년에게 꿈과 희망을 주고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교육테마열차(E-train)의 핵심 프로그램이다.

서해골드벨트는 호남의 풍부한 쌀을 실어 나르던 산업철도에 특화된 관광전용열차(G-train)가 운행되면 지역 사회에 제2의 부흥을 이끌 것으로 기대된다. 코레일은 장항, 군산, 임피 등 마니아 중심의 철도 관광코스에 무창포 신비의 바닷길, 보령머드축제, 안면도 꽃 박람회 등 다양한 관광 인프라와 연계해 철도관광의 폭을 넓힐 방침이다. 대하, 꽃게 등 신선한 해산물과 남도 한정식으로 이어지는 미각여행 코스도 개발할 계획이다. 대천역은 서해안의 섬들로 가기 위한 관문이기도 해 삽시도, 원산도, 외연도 등 섬여행과 기차여행을 겸할 수 있어 발전 가능성이 높다

동남블루벨트는 부산, 울진, 포항을 중심으로 푸른 바다 등 천혜의 관광자원과 함께 신라의 불교문화와 신비로운 가야문화, 대한민국 근대화 및 산업발전을 선도해온 단일 규모 세계 최대의 산업시설 등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 거리가 가득하다.

◆관광 인프라도 확충


철도관광 5대 벨트 구축과 함께 관광 인프라도 대폭 확충된다. 관광열차가 정차하는 역을 지역 특색에 맞는 테마역으로 조성하고, 지역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다양한 트레킹 코스를 개발해 여행의 즐길거리를 제공할 예정이다. 지역 업체 중 우수한 식당, 숙박업소를 코레일이 보장하는 인증제(Train House)를 실시한다.

관광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개발하기 위한 방안도 추진된다. 코레일은 철도관광벨트 지역의 우수 청년여행가이드 창업을 집중 지원해 방문객 만족도 제고 및 관광객 유치를 지속적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우선 등산전문가, 약초·심마니 등 약 300명을 여행가이드로 선발할 예정이다. 여행가이드 중 우수자원(5~10명)을 전문가 심사를 통해 선발, 중소기업청과 연계해 테마 관광버스 구매 및 창업지원금(1억원 이내) 융자를 지원할 방침이다. ‘산사 힐링체험’과 기차여행에 지역 문화관광지, 농촌체험프로그램, 귀농체험프로그램, 전통시장투어가 결합된 ‘레일그린’ 상품도 확대할 계획이다.

정창영 코레일 사장은 “철도여행으로 도시와 농어촌 간의 벽을 허물어 새로운 상생의 길을 열 5대 철도관광벨트사업을 통해 새로운 여행 패러다임을 열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최병일 여행·레저전문기자 skyc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