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도 해외주식·채권 담보로 대출 가능"
앞으로 해외주식, 채권 등을 보유한 기업이나 개인은 이를 담보로 대출받을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조성일 한국예탁결제원 홍콩사무소장(사진)은 지난 14일 예탁결제원 홍콩사무소 개소 2주년을 맞아 기자 간담회를 열고 향후 중점추진 과제로 외화증권 담보제공 업무를 꼽았다. 그는 “외화증권의 담보 제공이 가동하도록 작년 11월 유로클리어와 양해각서를 체결하는 등 관련 인프라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지금까지는 국내 투자자들이 외화 주식이나 외화 채권을 보유하더라도 이를 금융회사에 담보로 제공하긴 어려웠다. 담보로 제공된 증권의 가치가 바뀔 때마다 평가해 줄 신뢰성 있는 국내 기관이 없었던 탓이다. 담보가치가 하락하면 담보를 더 채워 넣으라는 ‘마진콜’ 업무를 할 기관도 필요했다. 예탁결제원이 마진콜이나 시가평가 등을 해주는 인프라를 구축하면 국내 기업이나 개인 입장에선 금융비용을 줄일 여지가 생긴다.

조 소장은 “해외 자회사나 타법인 보유지분을 담보로 활용할 수 있게 돼 금리에 유리한 담보를 선택하는 게 가능해진다”고 설명했다. 예컨대 국내 상장기업 주식과 홍콩 상장기업 주식을 동시에 보유한 A라는 기업이 대출받는 상황을 가정하면, 지금까지는 국내 상장사 지분만 담보로 인정받았지만 앞으로는 홍콩 상장사 주식도 담보로 활용할 수 있어 금융회사 간 금리 비교가 가능해진다는 얘기다.

예탁결제원은 또 법인이나 개인이 해외 증권을 빌려주고 수수료를 받을 수 있도록 국내 증권사들과 현재 논의 중이다. 해외 증권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최근 부쩍 높아진 상황이어서 국내 증권사도 전략적으로 이 서비스를 도입할 전망이다. 실제 몇몇 증권사는 이미 관련 인프라 작업을 마치고 마케팅 전략을 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연금 등 국내 주요 기관투자가는 대부분 해외증권에 대한 대여·대차를 자체적으로 하고 있다. 반면 개인이나 일반 법인은 해외 증권을 가지고 있더라도 금리나 배당 수익만 받을 뿐 별도로 활용할 여지가 적었다. 앞으로는 이를 타인에게 빌려주고 수수료를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생기는 셈이다. 예탁결제원을 통해 대여 및 대차가 가능한 홍콩 관련 증권만 현재 약 85억달러(9조5000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홍콩=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