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간 덜 위험하고 더 수익 낸 펀드는
손실 위험이 낮으면서도 매년 안정적인 수익을 내주는 펀드는 없을까. 2008년 이후 한결같이 ‘낮은 위험-높은 수익(또는 적은 손실)’을 기록한 펀드는 100개 중 3~4개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경제신문이 13일 펀드평가 회사인 에프앤가이드에 ‘지난 5년간 샤프지수가 높은 펀드’ 분석을 의뢰한 결과다.

◆한국밸류·신영운용 돋보여

이번 샤프지수 분석은 2008년 이전에 설정된 펀드 중 운용자산 규모가 50억원 이상인 263개(상장지수펀드 제외)를 대상으로 했다. 분석 결과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의 ‘한국밸류10년투자증권투자신탁1(주식)’ 등 10개 펀드의 샤프지수가 지난 5년간 같은 유형의 펀드에 비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의 3.8%에 불과한 수치다. 샤프지수가 지속적으로 높은 이들 펀드는 대부분 가치주나 배당주에 투자하는 전략을 취했다.

한국밸류10년투자증권투자신탁1의 작년 샤프지수는 1.9로, 전체 펀드 중에서 최고였다. 이 펀드가 속한 ‘액티브 주식형 펀드’의 평균 샤프지수(0.23)에 비해선 8배 이상 높았다. 2006년 이후 9458억원이 설정된 이 펀드는 작년에만 23.21%의 수익을 낸 데 이어 올 들어서도 지난 9일까지 12.33%의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표준편차(변동성 위험)는 작년 기준 9.23으로, 같은 유형 펀드의 평균(13.13)에 비해 매우 낮았다. 이승현 에프앤가이드 연구원은 “샤프지수가 높고 표준편차가 낮으면 주가가 급락해도 상대적으로 손실폭이 덜하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의 ‘한국투자정통적립식증권투자신탁1’과 ‘한국투자정통고편입증권투자신탁’ 역시 5년간 동일 유형의 펀드에 비해 높은 샤프지수를 보였다. 신영자산운용은 설정액 50억원 이상 펀드 중 샤프지수가 높은 ‘톱10’에 6개나 이름을 올려 관심을 끌었다.

◆‘가치·배당주펀드’ 전성시대

샤프지수가 높은 펀드의 공통점은 가치주 및 배당주 위주란 점이다. 위험을 낮추면서도 안정적인 수익을 내는 게 목표다. 예컨대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은 가치주 펀드의 대표 격이다. 이채원 한국밸류운용 부사장은 “가치주에 대한 정의가 운용사마다 다른데 우리는 내재가치에 비해 저평가된 종목 위주로 투자하는 게 기본”이라며 “이를 객관화할 수 있는 지표는 주가수익비율(PER)과 주가순자산비율(PBR)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소위 가치주 장세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영자산운용의 펀드 운용을 책임지고 있는 허남권 본부장은 “주식 종목을 고를 때 변동성이 낮고 3년 이상 투자할 만한지를 중점적으로 살펴본다”며 “거래비용을 낮추고 장기 투자를 도모하기 위해 연간 매매 회전율도 50~100% 선으로 묶고 있다”고 했다. 편입자산에 대한 매매 회전율이 자산운용 업계 평균(250%)보다 훨씬 낮다는 얘기다.

허 본부장은 “장기 투자 종목을 선정할 땐 기업의 순이익과 순자산, 배당수익률, 자기자본이익률을 눈여겨본다”고 말했다.

■ 샤프지수

Sharpe ratio. 특정 펀드가 한 단위의 위험자산에 투자해 얻은 초과 수익의 정도를 나타내는 지표다. 지수가 높을수록 똑같은 위험에 대해 더 좋은 수익을 냈다는 의미다. 1990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미국의 윌리엄 샤프가 1954년부터 10년간 34개 펀드의 실적을 분석해 개발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