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국채 시장에 경고음이 울리기 시작했다. 엔화 가치 하락세로 장기 국채 수익률이 지나치게 상승(국채 가격 하락), 일본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우려가 높아졌다는 지적이다.

후지타 쇼고 뱅크오브아메리카 애널리스트는 13일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일본 국채가 결국 ‘위험자산’이 됐다”고 말했다. 국제 금융시장에서 금과 함께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불리던 일본 국채의 인기가 크게 떨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지난 3월 해외 투자자들의 일본 국채 보유액은 전월 대비 3조9400억엔 줄었다. 최근 3년 새 가장 큰 감소폭이다.

투자자 이탈은 국채 가격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날 일본 채권시장에서 장기금리의 지표인 일본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전일 대비 0.1%포인트 상승한 연 0.790%로 마감됐다. 지난 2월6일 이후 3개월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엔화 가치 하락이 일본 국채 매도세를 부추긴 가장 큰 요인이다. 이날 엔화 가치는 장중 한때 달러당 102.12엔까지 하락했다. 엔화 약세가 지속되면 달러로 환산한 일본 내 자산 가격은 떨어지게 된다. 외국인 입장에서는 엔화 가치 하락폭만큼의 환차손이 발생하는 셈이다. 엔저(低)로 주가가 상승하면서 채권시장의 자금이 증시로 이동한 것도 국채 가격 하락을 부추겼다.

장기금리 상승은 일본 정부에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국채 발행 및 이자 비용이 급증해 일본의 국가부채 비율이 더욱 악화될 우려가 높기 때문이다. 세라 아야코 스미토모미쓰이신탁은행 애널리스트는 “현재 가장 큰 걱정거리는 엔화 가치 하락이 수입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면서 (일본 정부가) 내수는 띄우지 못하고 인플레이션만 부추길 수 있다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세계 주요 은행 가운데 4개월 전에 엔·달러 환율이 100엔대에 진입할 것으로 내다본 은행이 단 한 곳도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그나마 엔·달러 환율을 실제와 가장 비슷하게 예측한 은행은 모건스탠리로 엔·달러 환율이 올 2분기에는 97엔, 연말에는 100엔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도쿄=안재석 특파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