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의 경기예측 능력에 심각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금리를 내릴 듯하던 4월엔 동결하고, 정작 동결을 강하게 시사한 5월에는 인하했다는 갈지자 행보 때문만은 아니다. 한은의 경제전망이 제대로 맞았던 것이 언제였는지 기억이 없을 정도다. 실제로 최근 5년간 한은의 최초 전망치와 실제 성장률 간의 괴리는 무려 2%포인트에 이른다. 지난해 3.7% 성장을 예상했지만 결과는 2.0%에 그쳤다. 올해 전망치는 작년 10월 3.2%에서 작년 말 3.0%, 올 1월 2.8%, 4월 2.6%로 벌써 세 차례나 수정했다. 돌발변수가 생겼거나 대내외 여건이 크게 달라진 것도 없는데 한은의 수정 전망은 어느덧 분기행사가 돼 버렸다.

더불어 한은은 하반기에는 나아진다는 소위 ‘상저하고’도 올해를 포함해 3년째 앵무새처럼 되풀이하고 있지만 앞서 2년은 모두 틀렸다. 여느 민간 경제연구소보다 나을 것도 없다. 중앙은행의 전망이라고 발표하는 게 부끄러울 정도다. 물론 무수한 대내외 변수를 고려해 경기를 예측한다는 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그렇더라도 과거처럼 두 자릿수 성장 전망도 아니고 기껏해야 5% 미만의 예상치에서 2%포인트나 틀렸다면 너무나 실망스럽다. 이런 예측능력을 가진 한은의 보고서가 현실을 얼마나 정확히 분석할지도 의문이다.

한은 집행부가 집단오류에 빠진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 든다. 단순히 경제의 복잡성 탓으로 돌리기엔 너무 심각하다. 한은 고임금 임직원들이 외부와 담을 쌓고 순혈주의를 고집하면서 벌거벗은 임금님 노릇을 하고 있을 수도 있다. 한 중간간부가 인트라넷에서 총재와 금통위의 지난주 금리인하 결정을 공개 비판하자 내부 직원들의 환호와 지지가 쏟아졌다는 식의 분위기라면 한은은 이미 시장바닥이요 사이비 정치판이며 반지성적 이익집단에 불과하다.

한은법상 한은에 독립성을 부여한 것은 정치로부터 독립해 경제의 조정자나 나침반 역할을 하라는 취지일 것이다. 정권이 바뀌어도 한은 총재가 중도 사퇴하지 않고, 정부·정치권 인사들의 금리정책 언급이 부적절하다는 여론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한은이 ‘내부정치’로부터 독립한 것 같지는 않다. 총재가 말이 많다지만 임직원도 말이 너무 많다. 경제주체들이 한국은행을 불신한다면 이는 실로 불행한 일이다. 한은의 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