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 버냉키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이 지난 주말 “저금리 상황에서 고수익을 좇기 위한 투자자들의 과도한 위험 감수 성향을 면밀히 지켜보고 있다”고 경고했다. 세계 금융시장에 과도하게 풀린 유동성이 초위험 자산으로 몰리면서 버블을 일으킬 가능성을 다시 제기한 것이다. 국제통화기금(IMF)도 며칠 전 각국의 전례 없는 양적완화 조치로 자산시장에 거품이 형성될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을 경고했다. 버냉키는 양적완화의 책임자요 당사자이기도 한 만큼 그의 경고와 우려가 결코 예사롭지 않게 들리는 것이 사실이다.

이미 각국 금리는 제로 수준으로 수렴한 상태다. 미국의 10년물 국채 금리는 연 1.62%(11일 기준)로 1%대이고 일본 국채는 아예 1%도 안 되는 0.6%를 오르내린다. 이런 상황에서 고수익을 노린 뭉텅이 자금이 대거 위험 자산에 몰려들고 있다. 애플이 10년 만기 회사채를 연 2.42% 금리로 170억달러 발행하는데 540억달러 이상의 자금이 몰린 것은 결코 놀랄 만한 일이 아니다. 투기등급인 정크본드가 인기를 끄는 것은 차라리 자연스럽다. 미국의 하이일드채(고위험·고수익 채권)는 평균 수익률이 역사적 저점인 5% 밑으로 내려갔지만 엄청난 돈이 몰려든다. 최하위 ‘투기’ 등급인 포르투갈이 최근 발행한 30억유로 국채에 100억유로가 몰렸다. 5.7%는 결코 간단한 수익률이 아니다. 2008년 금융위기를 만들어냈던 서브프라임 모기지 열풍의 재연이다. 이번 유동성 버블이 터지면 당시의 금융위기를 능가할 더 큰 재앙이 나타날 것이라는 경고도 나오는 마당이다.

물론 버블이 붕괴된다면 한국도 피해갈 수 없다. 동아시아 지역으로의 총자본유입액이 1년 전보다 86%나 늘고 있다. 게다가 일본의 금융완화책으로 한국은 직격탄을 맞고 있다. 더구나 최근 상황은 경기 과열은커녕 윗목 경기도 냉랭한 상황이고 경제 성장률은 기조적 침하를 겪고 있다. 이런 판에 세계적인 버블 붕괴가 또 찾아온다면 그 결과는 예측하기 어렵다. 거품 파열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