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 중국 공장 신·증설 잇따라…中서 年 210만대 양산…대륙공략 속도낸다
현대자동차그룹이 급증하는 중국 자동차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적극적인 ‘공세’를 펴기로 했다. 현대차그룹의 중국 사업을 총괄하는 설영흥 부회장은 10일 “중국에 현대차 4공장을 짓겠다”고 말해 경쟁사들과 일전을 펼치겠다는 전략을 내비쳤다. 중국 공장 신설 계획은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최근 “필요하다면 해외 공장을 추가로 지을 수 있다”고 밝힌 직후에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올해 양적 성장보다 질적 성장에 집중하겠다는 현대차 그룹의 전략에 변화의 조짐이 일고 있다는 분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중국 4공장 신설 왜?

올 들어 현대·기아차는 국내외에서 고전하고 있다. 국내에선 수입차의 거센 공세에 시달리는 데다 해외시장에서도 엔저 효과를 등에 업은 일본 차들의 공세에 직면해 있다. 내수 판매량은 지난달 반짝 증가했지만 1~3월 내내 마이너스 성장을 했다. 미국에서도 1~4월 판매량이 40만2133대로 전년 동기보다 2% 감소했다.

이런 가운데 유독 잘나가는 시장이 설 부회장이 담당하고 있는 중국이다. 중국은 지난해 미국을 제치고 현대·기아차 최대 시장으로 부상했다. 작년 현대·기아차의 중국 내 판매량은 133만6561대. 현대·기아차 세계 판매량(712만대)의 19%에 이른다. 하지만 최근 변수가 생겼다. 현대·기아차와 함께 중국 판매 ‘빅3’를 형성하고 있는 GM과 폭스바겐이 적극적인 물량 공세에 나선 것. 중국 시장 판매 1위 업체인 GM은 최근 중국에 110억달러를 투자해 3년 내 4개 공장을 신설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이를 통해 중국 내 생산량을 지금보다 30% 늘어난 500만대로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중국 시장 2위 폭스바겐도 2016년까지 중국에 140억유로(약 20조2300억원)를 투자해 공장 4개를 더 짓는다는 방침이다. 이에 비해 현대·기아차의 작년 기준 중국 생산 규모는 133만대다. 내년 초 현대차 3공장을 30만대에서 45만대로 증설하고, 기아차 3공장(연산 30만대)을 준공하더라도 178만대에 그친다. GM과 폭스바겐이 공장을 신증설하게 되면 현대·기아차와의 생산량 격차는 300만대가량으로 벌어지게 된다.

설 부회장이 이날 “현대·기아차가 중국 시장 점유율을 10% 이상 유지하려면 공장 증설이 필요하다”고 한 것도 이 때문이다. 현대·기아차의 중국 시장점유율은 2011년 9.5%에서 작년 10.5%로 소폭 상승했지만 공장을 늘리지 않을 경우 점유율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GM, 폭스바겐과 ‘빅3’ 유지

현대차가 내년 중국 4공장을 지으면 2015년 중국 현지 생산 규모는 210만대로 늘어나게 된다. 중국 시장의 내수 판매량이 2015년이나 2016년께 2000만대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을 감안하면 점유율 10%를 유지할 수 있는 생산 규모다.

물론 현대·기아차의 판매량이 지금처럼 유지돼야 한다는 게 전제 조건이다. 현대·기아차는 지난 1~4월 중국 시장에서 52만9603대를 팔아 작년 같은 기간보다 32% 이상 판매량을 늘렸다.

한편 정몽구 회장은 이날 김포공항을 통해 귀국하면서 미국 공장 증설계획을 묻는 기자들에게 “지금 당장 증설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