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달러 환율이 4년 만에 달러당 100엔선을 돌파하면서 '글로벌 환율전쟁'이 갈수록 격화될 것이란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다만 미국, 중국, 독일 등 주요 20개국(G20) 회원국들이 엔저를 사실상 용인하고 있어 치열한 공방전이 벌어질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도 나온다.

9일(현지시간) 뉴욕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장중 100엔을 돌파했다. 엔달러 환율이 달러당 100엔을 넘은 것은 2009년 4월 14일 이후 처음이다.

10일 오전 11시1분 현재도 엔달러 환율은 도쿄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100.85엔을 기록, 100엔선 위에서 움직이고 있다.

일본의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부와 구로다 하루히코(黑田東彦) 일본은행 총재의 과감한 양적완화 조치 역시 오는 7월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재연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달러·엔 환율이 이번에 100엔을 돌파한 것은 '아베노믹스'를 통한 유동성 공급 정책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라며 "게다가 미국 경제지표가 개선되고 있는 모습이 포착되고 있는 것도 엔화 가치의 하락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렇게 일본의 '경제살리기'를 위한 양적완화가 계속되자 다른 나라들도 기준금리를 앞다퉈 내리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가 2일 정책금리를 연 0.75%에서 0.50%로 내렸고 덴마크도 0.2%로 0.1%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인도 중앙은행은 지난 3일 기준금리를 7.25%로 0.25%포인트, 호주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연 2.75%로 0.25%포인트 내렸다. 폴란드 중앙은행은 8일 연 3.25%의 기준금리를 3%로 낮췄다.

지난 4월 이미 헝가리, 터키 중앙은행도 기준금리를 낮춰 자국 경기 부양에 뛰어들었다. 세계 경기침체 상황에서 미국, 유럽, 일본 등 세계 주요국이 기준금리를 낮추거나 '제로금리'를 유지하며 경기부양을 계속하자 각국이 환율전쟁에 속속 동참하는 모습이다.

한국도 전날 금융통화위원회에서 7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연 2.50%로 0.25%포인트 전격 인하했다. 경기 회복이 더딘 행보를 보이고 있는 데다가 엔저 공세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란 평가다.

그러나 미국, 독일, 중국 등은 다소 무덤덤한 반응이다. G20은 지난달 중순께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 이후 발표한 공동선언에서 '일본의 통화정책은 디플레이션을 타개하기 위한 것'이라며 엔저를 용인한 바 있다.

미국의 경우 제로금리 상태로 수 년간 양적완화 정책을 진행해와 일본을 직접 비판하기 어려운 상황이고 독일도 흑자를 내는 상황에서 일본 엔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일 이유가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각이다. 중국도 위안화 기축통화를 목표로 위안화 절상을 계속 용인하는 분위기가 짙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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