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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께 심려를 끼쳐 드려 대단히 죄송합니다." vs "대국민 사기극이자 쇼다."

영업사원의 욕설 파문으로 이른바 '갑(甲)의 횡포' 비난에 휩싸인 남양유업이 9일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고 대리점 지원방안을 내놓는 등 뒤늦게 분위기 반전에 나섰다.

하지만 남양유업 대리점연합회는 기자회견 직후 "대국민 사과를 하는 도중에도 전 영업직원을 앞세워 녹취파일을 이용해 또 다른 고소 움직임을 보이는 등 여전히 국민을 기만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일단 주식시장에서 남양유업 주가는 대국문 사과 발표 이후 엿새 만에 반등, 100만원선을 웃돌고 있다.

김웅 남양유업 대표이사는 이날 오전 10시30분 서울 중구 중림동 엘더블유컨벤션에서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갖고 "영업현장에서 '밀어내기' 등 잘못된 관행이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한다"며 "이와 관련해 현재 진행 중인 검찰 수사와 공정위 조사에 적극 협조하고 원칙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제도적 시스템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고개숙여 사죄했다.

또 "남양유업과 갈등관계에 있는 '대리점피해자협의회'에 대한 경찰 고소를 취하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남양유업 대리점과 상생방안에 대해 "대리점 인센티브 및 거래처 영업활동 지원을 2배 늘려 연 간 500억 원 규모의 대리점 상생기금을 운영할 것"이라며 "대리점의 고충이 즉시 경영진에 전달될 수 있도록 대리점 고충처리기구도 운영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기자회견장에는 김 대표 외에도 남양유업 본부장급 이상 임원들과 지점장 등 12명이 참석해 사죄했다. 그러나 파문 직전 약 70억원 어치 보유주식을 팔아 도마위에 오른 대주주 홍원식 회장은 이 자리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김 대표는 홍 회장의 파문 직전 남양유업 주식 매도와 관련해 "개인적인 채무 때문에 판 것일 뿐 이번 사태와는 연관성이 없다"고 강변했다.

반면 남양유업 대리점피회자협의회 측은 이번 기자회견에 대해 "대국민 사기극이자 쇼"라고 주장하며 오후 2시 남양유업 본사 앞에서 참여연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등과 함께 반박 기자회견을 열겠다고 밝혔다.

이창섭 대리점피해자협의회 회장은 "피해자에 대한 사과와 재발방지를 약속하는 것이 우선인데 피해자들한테는 한 마디 말도 없이 도대체 누구한테 사과를 하는 것이냐"며 "이번 기자회견은 국민들을 속이려고 하는 대국민 퍼포먼스"라고 꼬집었다.

회장은 "대국민 사과를 하는 도중에도 뒤로는 전 영업직원을 앞세워 녹취파일에 대한 고소 움직임을 보이는 등 여전히 국민을 기만하는 행동을 보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일명 '주식 밀어내기'로 주식시장에서 도마위에 오른 홍 회장에 대한 한국거래소의 미공개 정보 이용 여부 관련 검토가 진행중인 가운데 남양유업의 주가는 반등을 시도 중이다.

남양유업은 영업사원의 욕설 파문 직후인 지난 2일부터 전날까지 주가가 14% 가까이 급락했고, 장중 한때 100만원선이 붕괴되기도 했다. 이날 오전 대국민 사과와 동시에 대리점 상생 협력 방안을 발표하면서 다시 오르고 있는 모습이다.

남양유업은 오전 11시45분 현재 전날보다 2.09% 오른 102만4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한경닷컴 노정동 기자 dong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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