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수익성 10년來 최악…점포 축소 나서
은행 수익성이 급속히 악화되고 있다. 지난 1분기 자기자본이익률(ROE)은 2003년 이후 10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은행들은 본격적인 구조조정에 앞서 일단 점포 수와 경비를 줄이는 방법으로 대응하고 있다. 하지만 STX그룹 구조조정 등 은행들이 추가로 손실을 떠안을 사안이 산적해 있어 수익성 악화를 피할 수는 없을 전망이다.

◆1분기 순이익 ‘반토막’

금융감독원은 5일 ‘국내은행의 1분기 중 영업실적 잠정치’를 통해 지난 1분기 국내은행의 당기순이익은 1조8000억원으로 전년 동기(3조3000억원)보다 44.9%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순이익이 1년 만에 반토막난 셈이다. 저금리로 인해 이자이익이 9000억원 줄어든 것이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했다.

순이익이 줄어들면서 수익성도 급속히 나빠졌다. 1분기 국내은행들의 ROE는 5.22%로 전년 동기(9.78%)의 절반 수준으로 추락했다. 연간으로 따질 경우 2003년(3.41%) 이후 10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총자산이익률(ROA)도 0.41%로 2009년(0.39%) 이후 4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악화됐다.

올해 STX그룹 구조조정 등으로 은행권에 추가 손실 부담이 생기고 충당금 적립 규모도 늘어나면 상황은 더 나빠질 것으로 예상된다. 권창우 금감원 건전경영팀장은 “올해 거액의 부실여신 발생으로 인한 수익성 악화가 예상되는 점 등을 감안해 철저한 리스크와 건전성 관리를 유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신한 13개·우리 6개 줄여

은행들은 일단 몸집 줄이기로 수익성 관리에 나서고 있다. 농협 국민 우리 신한 하나 등 8개 시중은행은 올 들어 지난달 말까지 점포 수를 40개 줄였다. 이들 은행의 점포 수는 작년 말 5917개에서 지난달 말 5877개로 감소했다. 은행들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점포 수를 121개 줄였다가 2010년부터는 공격적으로 점포를 늘려왔다.

은행별로는 신한은행이 14개 점포를 없앴다. 개포, 대치, 반포, 상암, 잠실 등 대부분 서울에 있는 점포들이었다. 새로 개설한 점포는 대구 출장소 한 곳에 불과했다. 한국씨티은행은 서울 지역 위주로 15개의 점포를 정리했다. 새로 문을 연 곳은 없다. 한국씨티은행이 지난해 말 희망퇴직으로 199명을 내보낸 것도 비용 절감을 위한 대규모 점포 축소를 염두에 둔 것이었다는 게 금융권의 시각이다.

지난해 3월 출범 후 공격적으로 점포를 늘렸던 농협은행도 올 들어서는 점포를 7개 줄였다. 사라진 점포는 모두 서울 인천 부산 대구 등에 있는 프라이빗뱅킹(PB)센터다. 이들 PB센터는 지난해 모두 적자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작년 한 해 동안 점포를 51개나 늘렸던 우리은행도 올 들어 6개 줄였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28개 늘리며 우리은행과 함께 점포 확장 경쟁을 주도했으나 올 들어서는 1개 늘리는 데 그쳤다.

이상은/김일규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