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사원이 대리점주에게 폭언과 욕설을 한 녹취록이 뒤늦게 공개돼 곤욕을 치르고 있는 남양유업이 5일 해당 영업사원을 해고하고 회사 홈페이지에 대표이사 명의의 사과문을 게재했다.

항공기 내에서 승무원을 때렸다가 사직한 포스코에너지의 ‘라면 상무’, 호텔 서비스 지배인을 폭행한 이후 폐업 추진을 밝힌 프라임베이커리 ‘빵 회장’ 사건에 이어 이번에도 네티즌은 불매 운동까지 거론하며 인터넷 공간에 분노를 쏟아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특정인과 특정사건이 과도하게 확대·재생산되며 나타나는 ‘인터넷의 여론 재판장화(化)’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남양유업은 사과문을 통해 “실망을 안겨드린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고개숙여 사과드린다”며 “해당 대리점주에게 진심어린 용서를 구하겠다”고 밝혔다.

이 회사가 사과문을 올린 것은 최근 인터넷을 통해 빠르게 전파되고 있는 2분40초 분량의 녹취록 때문이다. 녹취록에는 영업사원이 아버지뻘 대리점주에게 “물건을 받아라. 창고가 부족하면 늘리든가 (물건을) 버려라” “죽여버리겠다” 등 폭언과 욕설을 하는 전화 통화가 기록돼 있다.

녹취록이 트위터,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해 전파되면서 네티즌은 “남양유업 분유 아이한테 먹이면 독 된다” “욕 우유 먹지 말자”와 같은 표현을 동원하며 응징에 나섰다. 사과문 게재 이후에도 “직원 해고로 끝날 일이 아니다” “밀어내기를 강요하는 영업 방식이 문제” 등 비난이 끊이지 않고 있다.

그러나 남양유업이 사과문에서 밝힌 것처럼 폭언 사건이 3년 전인 2010년 4월에 발생했다는 점과 사건 발생 직후 당사자들이 화해하고 법적으로 문제삼지 않기로 합의했다는 사실은 인터넷상에서 철저히 무시되고 있다.

3년 전 사건이 새삼스럽게 수면 위로 떠오른 데 대해선 남양유업과 불공정거래 문제로 소송전을 벌이고 있는 남양유업 대리점 피해자협의회가 관여했다는 의혹이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라면 상무, 빵 회장 사건 등 특정인의 행동이 사회적 이슈화되면서 영업사원 욕설 사건도 네티즌의 분노를 사고 있다”며 “쌍방 분쟁 사건에서 유리한 입지를 차지하기 위해 상대방의 결정적 실수 등을 인터넷에 유포시켜 여론 재판하는 사례가 늘어날 가능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