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찾은 유커들 "강남이 좋아요"
지난달 27일부터 시작된 중국 노동절 연휴의 마지막 날인 5일 서울 압구정동 현대백화점 본점에서는 양손에 쇼핑가방을 가득 든 유커(중국인 관광객)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여자친구와 함께 이곳을 찾은 중국인 캉샤오핑(35)은 양손에 6개의 쇼핑백을 들고 있었다. 그는 “460만원짜리 ‘톰브라운’ 정장과 210만원짜리 ‘타임’ 정장 등 총 1100만원어치를 구입했다”며 “2~3년 전 처음 서울을 방문했을 때만해도 명동에 주로 머물렀는데 지금은 세련된 브랜드가 많고 상대적으로 깔끔한 강남을 주로 찾는다”고 말했다.

강남을 찾는 유커들의 숫자와 씀씀이가 명동 등 도심보다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이번 중국 노동절 연휴에는 강남지역 주요 유통점포의 중국인 관광객 매출이 도심보다 큰 폭으로 증가했다.

◆강남으로 발길 돌리는 유커

지난달 26일부터 5월1일까지 현대백화점 본점에서 중국인들이 은련카드로 결제한 금액은 전년 동기보다 217% 증가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의 전년 동기 대비 결제금액 증가폭(147%)보다 커진 것이다. 같은 기간 롯데백화점 소공동 본점의 은련카드 결제금액은 128% 늘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전년 동기 대비 260% 증가했다.

강남지역 백화점의 유커 매출 증가율이 강북 주요 점포보다 더 커진 이유로는 이곳을 찾는 고소득 30~40대 관광객이 크게 늘었다는 점이 꼽힌다. 해외여행에 익숙한 이들은 2~3명씩 무리를 지어 스스럼 없이 강남 구석구석을 찾는다. 압구정동에 위치한 갤러리아백화점 명품관의 우열 중국인 VIP담당 매니저는 “한반도 정세 불안 등 악재로 당초에는 노동절에 중국인 관광객을 상대로 한 판매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지난해보다 1.5배가량 늘었다”고 설명했다.

강남을 주로 찾는 유커들의 씀씀이는 다른 지역을 찾는 관광객보다 크다. 현대백화점 본점에서 은련카드의 건당 결제금액은 평균 88만원으로, 롯데 본점(31만원)의 두 배가 넘었다. 10~20명이 떼를 지어다니는 단체 관광객들도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 등 강남의 관광명소를 찾는 사례가 눈에 띄게 늘었다. 가로수길에 위치한 에잇세컨즈(사진) 매장 관계자는 “노동절 연휴에는 한국인보다 중국인 관광객 숫자가 더 많은 날도 종종 있었다”고 전했다.

노동절 연휴에 간단한 성형수술을 받기 위해 강남의 유명 성형외과를 찾는 유커들도 많았다. 장치하 드림성형외과 해외마케팅팀장은 “전체 환자 가운데 중국인 비중이 연휴 기간 중 40%에 달했다”며 “중국인을 대상으로 한 하루 평균 상담건수도 20여건으로 지난해 이무렵보다 두 배가량 늘었다”고 전했다.

강남을 찾는 유커들이 늘어나면서 관광회사, 성형외과 등은 이들을 잡기 위한 마케팅 활동을 본격화하고 있다. 모두투어는 강남구청과 함께 현대백화점 압구정 본점 앞에 중국인을 위한 관광안내 센터를 만들 계획이다.

◆연휴 끝나면 관광객 감소할 듯

한국관광공사는 이번 노동절 연휴 기간에 한국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이 지난해보다 52% 늘어난 10만여명에 달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관광공사 측은 제주항공 등 저비용 항공사와 크루즈선의 한·중 노선이 확대된 점을 증가요인으로 꼽고 있다.

다만 노동절 연휴가 끝난 이후에는 중국인 관광객 규모가 큰 폭으로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유한준 관광공사 중국팀장은 “노동절 기간까지는 괜찮았지만 이번달 중국인들의 관광상품 예약이나 항공 예약률은 전년 동기보다 40% 이상 감소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