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스권에 갇힌 '電車군단' 다시 달릴까
한국 주식시장의 ‘투톱’인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가 올 들어 장기 답보상태를 이어가고 있다. 삼성전자는 향후 성장성에 대한 의구심에 발목이 잡히면서 주가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고, 현대차는 엔저 충격과 노사문제라는 악재가 겹치면서 4월 이후 조정을 받았다. 그러나 삼성전자가 지난달 30일 150만원 선을 회복하고, 현대차도 지난 3일 20만원 선을 상향 돌파하자 ‘전차(電車)군단의 부활’에 대한 기대감도 형성되고 있다. 두 회사의 영업이익 합계는 전체 상장사 영업이익의 40% 이상을 차지한다. 따라서 삼성전자와 현대차의 향후 주가 흐름은 국내 증시 전체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박스권에 갇힌 '電車군단' 다시 달릴까

스마트폰 성장성 우려 여전…'대체재' LG전자의 부활도 발목…갤럭시S4 판매따라 외국인 컴백

국내 증시의 ‘대장주’ 삼성전자가 신형 스마트폰 ‘갤럭시S4’ 출시와 탄탄한 1분기 실적에도 불구하고 장기 횡보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 3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전자는 0.46% 오른 153만5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올 들어 5개월 동안 0.85% 오르는 데 그치며 제자리걸음을 반복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이처럼 횡보한 데는 △신제품 출시에 따른 호재 상실 △뱅가드의 벤치마크지수 변경에 따른 매물 증가 △한국 증시 전반의 부진한 흐름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삼성전자의 ‘대체재’ 역할을 하는 LG전자가 흑자전환하면서 단기 수익을 올리기에 매력적인 대안으로 등장한 것도 한 원인이 됐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지난해 하반기 이후 애플의 성장세가 주춤하면서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의 성장성 둔화 우려가 커진 점도 부담을 주고 있다. 1분기 삼성전자 영업이익(8조7794억원)의 대부분인 6조5100억원이 휴대폰(IM)사업 부문에 쏠리면서 스마트폰 시장 성장이 둔화될 경우 삼성전자에 미칠 타격이 커질 것이란 지적이 적지 않은 것이다.

홍성호 아이엠투자증권 연구원은 “갤럭시S4 초기 국내판매 실적이 썩 두드러지지 않는데다 이미 ‘정점’에 임박했다고 평가되는 스마트폰 시장의 성장성에 대한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홍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주당순이익(EPS) 증가율이 올해는 48.9%로 높을 것이지만 그 이후 2년간은 9.5%와 8.3%로 급격하게 둔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주가상승 폭이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삼성전자가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의 선도업체로서의 위상을 굳건히 한 만큼 주가 상승을 점치는 목소리도 만만찮다. 송종호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스마트폰 시장이 죽은게 아니라 애플이 죽은 것이며 오랫동안 삼성전자를 판 외국인들이 다시 매수를 시작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김동욱/윤희은 기자 kimdw@hankyung.com

박스권에 갇힌 '電車군단' 다시 달릴까

엔低 공습·노조 주말특근 과제…주가 싸지만 추세 상승 '물음표'…주력시장 中·브라질 실적이 관건

현대차 주가가 20만원을 회복하면서 추세적인 상승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엔저에 따른 실적둔화 우려 해소와 노사문제 해결을 현대차 주가 상승의 선결과제로 지적했다.

현대차는 지난 3일 2.28% 오른 20만2000원에 마감하며 지난 4월12일 이후 처음으로 20만원대를 회복했다. 현대차 주가가 15거래일 이상 20만원 밑에 머물렀던 것은 2011년 1월17일~3월28일 이후 처음이었다.

현대차의 20만원대 회복은 예상보다 나쁘지 않았던 1분기 실적 발표로 ‘19만원대 주가는 너무 싸다’는 인식이 확산됐기 때문이다. 최근 주가 상승은 기술적인 반등의 성격이 강하다는 뜻이다.

현대차의 반등이 추세적인 상승으로 연결되기 위해선 ‘엔저(低)’에 따른 실적 둔화 우려를 씻어내는 모습이 확인돼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미국 시장에선 일본 자동차업체들의 가격 인하 공세로 현대차의 올해 점유율은 작년(8.7%)보다 소폭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관건은 향후 중국 브라질 등 현대차가 주력하고 있는 해외 시장에서 긍정적인 실적을 낼 수 있는지 여부다. 최중혁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올해 현대차 중국법인의 생산능력과 가동률은 각각 108만대, 106.5%를 기록하며 GM 폭스바겐에 이어 3위권을 지킬 것”이라며 “브라질공장은 하반기부터 흑자전환이 예상되고 인도와 러시아에서도 시장 지배력을 유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노사문제도 현대차 주가의 키포인트다. 선결 과제는 주말특근 재개다. 근무시간 단축과 주말특근 미실시로 현대차 국내 공장의 3월 가동률은 91.7%로 떨어졌다. 노동생산성 하락으로 1분기 매출원가율도 78%로 전년 동기보다 1%포인트 상승했다. KB투자증권은 주말특근이 5월 초에 실시되면 2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기존 추정치보다 1.0~1.5%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통상임금 소송, 비정규직의 100% 정규직 전환 요구 등도 유심히 살펴야 하는 이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