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실패 대북정책 더는 안돼…北 돈줄 차단해야 核 개발 막아"
“박근혜 대통령의 ‘한반도 신뢰프로세스’가 성공하려면 북한 정권이 변해야 한다. 돈줄을 차단하지 않고서는 북한 정권이 변하지 않을 것이다.”

미국 정치권의 대표적인 지한파이면서도 대북 강경론자인 에드 로이스 미 하원 외교위원장(공화·캘리포니아·사진)은 2일(현지시간) 한국경제신문과의 단독 인터뷰에서 “북한은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공유할 자세가 돼 있지 않다”며 이같이 말했다. 로이스 위원장은 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의 은행, 기업까지 제재하는 ‘세컨더리 보이콧’이 포함된 ‘북한 정부 제재 강화 증진 법안’을 발의했다. 그는 “북한의 돈줄을 차단하지 않으면 핵무기 개발을 계속할 것이며 북한 정권도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법안 발의 배경을 설명했다.

▷북한 제재법안이 언제 통과될 것으로 보나.

“초당적으로 논의될 것이다. 실행되기까지는 시간이 좀 걸릴 것 같다. 북한 정권으로 흘러가는 달러를 차단하지 않으면 북한은 핵 프로그램을 계속 가동시켜 핵탄두까지 개발할 것이다. 이는 동북아시아를 군비경쟁 소용돌이로 몰아넣을 것이다. 북한 정권의 달러화 접근을 차단하는 것이야말로 고통받고 있는 북한 주민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면서도 북한의 핵무기 개발 및 확산 능력을 억제할 수 있는 방법이다.”

▷미국의 대북정책이 실패했다는 지적이 많은데.

“지난 20년간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음에도 성공하지 못한 게 사실이다. 1994년 10월 제네바 합의 이후 민주당 정부와 공화당 정부 모두 대화와 제재를 병행하는 정책을 되풀이해왔다. 북한 체제의 개혁이나 변화를 가져오기는커녕 결과적으로 핵프로그램을 가동시키는 시간을 준 꼴이 됐다.”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정책은 어떤가.

“최근 들어 바람직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 한반도의 비핵화가 우리의 최대 과제다. 이를 달성하는 방법에 대해 다시 생각해야 한다. 아직도 많은 전문가들이 대화와 협상을 통해 북한 정권이 핵무기를 내려놓게 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잘못된 판단이다. 20년간의 시행착오를 겪었다.”

▷비핵화 방법은 무엇인가.
“핵 무기를 개발하는 데 엄청난 돈이 들어간다. 이를 막아야 한다. 20년간 미국의 대북정책이 딱 한번 효과를 본 적이 있다. 2005년 마카오은행 BDA의 북한 계좌를 동결한 조치다. 북한 정권이 ‘경화(hard currency·달러 유로 엔 등 기축통화)’ 접근이 차단되면서 결국 손을 들고 나왔다.”

▷김정은 체제에서는 비핵화가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선 북한이 핵무기 프로그램을 가동할 수 있도록 하는 메커니즘을 알아야 한다. 바로 돈이다. 우리가 돈줄을 차단하면 북한이 어떻게 핵프로그램을 지속할 수 있겠는가. 북한 정권은 달러를 주민을 먹여살리는 데 쓰지 않고 폭탄을 만들고 군부를 살찌우는 데 사용하고 있다.”

▷대북제재에 중국의 협력이 중요하다. 시진핑 체제를 어떻게 평가하고 있나.

“북한의 핵 무장은 중국으로서도 달갑지 않다. 미국은 중국의 새로운 지도자들과 건설적으로 협력할 수 있을 것이다.”

▷북한의 도발 위협이 최근 주춤해졌다.

“과거 수차례 봐왔듯이 북한은 양보를 얻어내기 위해 도발적 언사 및 행동을 활용하고 있다. 도발적 행동이 큰 충돌을 불러올 수 있는 위험이 있다. 만약 충돌이 발생할 경우 북한이 유일한 패자가 될 것이란 점을 직시해야 한다.”

▷미국이 6자회담 등 대화채널을 가동할 것이란 관측이 있다.

“6자회담은 수년간 성과가 없었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다르다’고 말할 수 있는지 묻고 싶다. 물론 북한의 변화를 위해 비폭력적인 방법을 찾아야 한다. 오랫동안 고통받은 북한 주민과 북한의 도발 위협에 직면한 국제사회를 위해서다.”

▷박 대통령의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어떻게 평가하나.

“한반도 긴장 완화 차원에서 공감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북한의 행동으로 미뤄보면 북한은 박 대통령의 신뢰프로세스를 공유하지 않는 것 같다. 지난 2월 한국 방문 시 박 대통령을 만나 한·미 동맹을 강화하는 데 뜻을 함께했다. 북한 도발 위협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한·미 동맹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박 대통령은 미국의 좋은 친구다.”

▷외교위원장 취임 후 첫 해외 방문으로 아시아를 찾았다.

“아시아·태평양은 미국의 경제와 안보 측면에서 가장 중요한 지역 가운데 하나다. 남부 캘리포니아와 아시아국가 간 교역량이 날로 커지고 있다. 게다가 나의 지역구는 미국에서 한국 동포가 가장 많이 사는 곳이다.”

워싱턴=장진모 특파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