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국회에서 추경예산안 승인이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여야가 옥신각신하며 추경예산안을 여태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계수조정소위원회에 계류하고 있는 탓이다. 특히 민주당에서 돌연 재정건전성을 문제삼아 예산안 심사 자체를 거부하는 바람에 회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했다. 경제살리기가 시급하다며 추경 편성을 강조했던 지난달 여·야·정 합의가 무색할 지경이다.

민주당 예결위 간사인 최재성 의원과 박기춘 원내대표는 정부가 추경으로 인해 나빠지는 재정건전성 대책을 먼저 내놓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적자국채 발행으로 작지 않은 규모의 추경 예산을 편성하는 만큼 재정건전성 대책은 당연히 필요하다. 문제는 막바지 심사 단계인 지금 뒤늦게 이런 요구를 제기하는 배경이다. 추경을 논의하기 시작한 게 지난 3월이었고, 여·야·정 논의를 거쳐 17조3000억원 규모의 정부안이 국회로 넘어간 게 지난달 중순이었다. 그동안은 뭘 하다가 이제와서 이런 소리를 하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민주당에서 소득세 최고세율 과표구간을 낮추는 등 증세를 요구하는 것은 더욱 그렇다. 세제는 수많은 세금들 간의 균형과 상호보완 측면까지 충분히 감안해 논의할 사안이다. 하루아침에 결론을 낼 일이 아니다. 매년 9월 정기국회에서 다루는 것은 그래서다. 더욱이 소득세 과표구간을 조정하는 것은 예결위가 아니라 기획재정위원회 소관이다. 예결위가 손대는 것은 국회법 위반이다. 추경을 심사하랬더니 웬 세금논쟁이냐는 비판이 나오는 게 당연하다.

민주당 일각에서조차 추경 규모가 너무 작다며 더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던 게 엊그제다. 그것도 국토교통위 등에서 의원들이 불요불급한 민원성 사업을 ‘쪽지 예산’으로 잔뜩 끼워넣어 말썽을 빚었던 터다. 예결위 예산 심사자료에 최재성 간사 지역구 민원사업을 포함해 275억원 규모의 민주당 쪽지 예산 여러 개가 들어있어 시위성 보이콧을 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들리는 마당이다.

이러니 발목잡기가 아니냐는 소리가 나온다. 달라진 모습을 보여야 달라졌다는 말을 듣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