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韓銀에서 희망을 볼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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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정책 성공은 심리가 좌우…회복 기대감 없이는 탈불황 요원
중앙銀, 철학과 경쟁력 갖춰야
조장옥 < 서강대 교수·경제학 choj@sogang.ac.kr >
중앙銀, 철학과 경쟁력 갖춰야
조장옥 < 서강대 교수·경제학 choj@sogang.ac.kr >
지금 세계 경제는 곳곳에서 신음하고 있다. 그 신음의 근원이 무엇인지는 지역과 나라에 따라 다른 것 같다. 그러나 세계 경제의 고뇌는 저간에 심화된 개방화와 국제화 덕분에 서로에게 어느 때보다 크게 들린다. 2008년 위기 이후 세계 경제는 백약이 무효인 듯 헤매고 있다. 그나마 미국은 양적완화라는 극약처방을 통해 불황에서 헤어나고 있는 모양새이고, 일본은 미국의 그것을 모방해 장기간의 불황을 극복하고자 시도하고 있다.
이번 위기와 불황의 경험은 경제정책에 관한 분명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무엇보다 그동안 거시경제정책에서 전가의 보도처럼 운위되고 사용되던 재정정책의 효과가 그리 크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많은 나라가 웅변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오히려 장기간의 방만한 재정정책은 국가부채라는 스스로 키운 마수를 통해 끝내는 복수의 칼날을 들이댄다는 것을 아직도 위기를 극복하지 못한 유럽 여러 나라에서 볼 수 있다.
더욱이 완전고용 근처에서 변동하는 대부분의 현대 경제에서 재정정책의 효과가 대공황 때 케인스가 생각한 것만큼 크지 않다는 사실이 학계에는 널리 알려져 있다. 이번에 정부가 17조원 이상의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한다고 하는데 그 효과 또한 17조원보다는 훨씬 작을 가능성이 크다. 정부가 쓰는 돈은 결국 국민의 주머니에서 나오는 것이기 때문에 팽창적인 재정정책에는 소비나 투자와 같은 다른 지출을 밀어내는 소위 밀어내기 효과가 나타나는 것이다.
이와 같은 사정 때문에 현재는 통화금융정책이 보다 더 중요해지는 분위기다. 지구의 어느 편에서도 팽창적 재정정책을 통해 지금의 위기와 불황을 극복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전문가는 많지 않다. 미국이 그 대표적인 나라다. 오바마 행정부가 일부 시행한 팽창적 재정정책마저도 효과가 컸다고 보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다. 그보다는 벤 버냉키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의 양적완화가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는 견해가 다수인 것 같다. 양적완화를 통화량 증가를 통한 유동성 증대에 초점을 맞춰 이해한다면 이보다 큰 오해는 없을 것이다. 아무리 통화를 풀어도 유동성은 그것이 사용되고 유통될 때만 증가하는 것이다. 지금처럼 모두가 움츠리고 불황의 장기화를 기대하는 분위기에서는 통화증가가 신용과 유동성의 폭발로 나타날 가능성은 작다.
버냉키는 불황과 그것을 극복하는 데 통화의 역할이 무엇인가를 가장 잘 이해하는 학자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불황의 심리는 때로 브레이크 없이 언덕을 하강하는 기관차와도 같은 것이어서 심리를 되돌리는 크나큰 정책 전환 없이는 멈출 수 없다는 것을 그는 너무나 잘 알고 있는 것이다. 버냉키가 양적완화를 발표하면서 기자들 앞에서 무수히 되풀이해서 하는 말의 핵심은 불황 심리를 인플레이션 심리로 바꾸고 싶다는 것이다. 물론 그 또한 물가를 담당하는 중앙은행 수장인데 어찌 감히 기대 인플레이션 제고라는 언사를 통화정책을 설명하면서 사용할 수 있었겠는가.
그러나 모든 정책의 핵심은 시장참여자들의 심리와 기대에 있다. 지금과 같은 불황에 정책이 효과가 있기 위해서는 그와 같은 정책이 호황으로의 반전을 이끌 것이라는 시장참여자들의 기대의 전환을 불러일으킬 수 있어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지금 정부가 편성하고 있는 추가경정예산은 의미가 있으나 목표금리를 유지하기로 한 지난 4월 금융통화위원회의 결정은 집단적 몰이해의 전형이라고밖에 달리 표현할 수 없다.
정책을 발표하면서 내놓은 보도자료와 회의록 내용 또한 읽기가 민망한 것이었음을 환기하고 싶다. 디테일은 있지만 도대체 중앙은행이 가져야 할 철학이 보이지 않고, 외국 정책에 대해 시비나 가리자는 수준이다. 시장의 불황 심리 때문에 법에 명시된 인플레이션 목표가 과잉 달성되고 있음에도 연말쯤에는 기대 인플레이션이 증가할 것이라는 공포는 또 어디서 오는 것일까.
이 험난한 국제화 시대에 우리 중앙은행의 국제경쟁력은 얼마나 된다고 생각하는가. 지금 세계 거의 모든 나라는 중앙은행을 바라보고 있다. 우리에게는 희망을 갖고 바라볼 중앙은행이 존재하기는 한단 말인가.
조장옥 < 서강대 교수·경제학 choj@sogang.ac.kr >
이번 위기와 불황의 경험은 경제정책에 관한 분명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무엇보다 그동안 거시경제정책에서 전가의 보도처럼 운위되고 사용되던 재정정책의 효과가 그리 크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많은 나라가 웅변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오히려 장기간의 방만한 재정정책은 국가부채라는 스스로 키운 마수를 통해 끝내는 복수의 칼날을 들이댄다는 것을 아직도 위기를 극복하지 못한 유럽 여러 나라에서 볼 수 있다.
더욱이 완전고용 근처에서 변동하는 대부분의 현대 경제에서 재정정책의 효과가 대공황 때 케인스가 생각한 것만큼 크지 않다는 사실이 학계에는 널리 알려져 있다. 이번에 정부가 17조원 이상의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한다고 하는데 그 효과 또한 17조원보다는 훨씬 작을 가능성이 크다. 정부가 쓰는 돈은 결국 국민의 주머니에서 나오는 것이기 때문에 팽창적인 재정정책에는 소비나 투자와 같은 다른 지출을 밀어내는 소위 밀어내기 효과가 나타나는 것이다.
이와 같은 사정 때문에 현재는 통화금융정책이 보다 더 중요해지는 분위기다. 지구의 어느 편에서도 팽창적 재정정책을 통해 지금의 위기와 불황을 극복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전문가는 많지 않다. 미국이 그 대표적인 나라다. 오바마 행정부가 일부 시행한 팽창적 재정정책마저도 효과가 컸다고 보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다. 그보다는 벤 버냉키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의 양적완화가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는 견해가 다수인 것 같다. 양적완화를 통화량 증가를 통한 유동성 증대에 초점을 맞춰 이해한다면 이보다 큰 오해는 없을 것이다. 아무리 통화를 풀어도 유동성은 그것이 사용되고 유통될 때만 증가하는 것이다. 지금처럼 모두가 움츠리고 불황의 장기화를 기대하는 분위기에서는 통화증가가 신용과 유동성의 폭발로 나타날 가능성은 작다.
버냉키는 불황과 그것을 극복하는 데 통화의 역할이 무엇인가를 가장 잘 이해하는 학자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불황의 심리는 때로 브레이크 없이 언덕을 하강하는 기관차와도 같은 것이어서 심리를 되돌리는 크나큰 정책 전환 없이는 멈출 수 없다는 것을 그는 너무나 잘 알고 있는 것이다. 버냉키가 양적완화를 발표하면서 기자들 앞에서 무수히 되풀이해서 하는 말의 핵심은 불황 심리를 인플레이션 심리로 바꾸고 싶다는 것이다. 물론 그 또한 물가를 담당하는 중앙은행 수장인데 어찌 감히 기대 인플레이션 제고라는 언사를 통화정책을 설명하면서 사용할 수 있었겠는가.
그러나 모든 정책의 핵심은 시장참여자들의 심리와 기대에 있다. 지금과 같은 불황에 정책이 효과가 있기 위해서는 그와 같은 정책이 호황으로의 반전을 이끌 것이라는 시장참여자들의 기대의 전환을 불러일으킬 수 있어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지금 정부가 편성하고 있는 추가경정예산은 의미가 있으나 목표금리를 유지하기로 한 지난 4월 금융통화위원회의 결정은 집단적 몰이해의 전형이라고밖에 달리 표현할 수 없다.
정책을 발표하면서 내놓은 보도자료와 회의록 내용 또한 읽기가 민망한 것이었음을 환기하고 싶다. 디테일은 있지만 도대체 중앙은행이 가져야 할 철학이 보이지 않고, 외국 정책에 대해 시비나 가리자는 수준이다. 시장의 불황 심리 때문에 법에 명시된 인플레이션 목표가 과잉 달성되고 있음에도 연말쯤에는 기대 인플레이션이 증가할 것이라는 공포는 또 어디서 오는 것일까.
이 험난한 국제화 시대에 우리 중앙은행의 국제경쟁력은 얼마나 된다고 생각하는가. 지금 세계 거의 모든 나라는 중앙은행을 바라보고 있다. 우리에게는 희망을 갖고 바라볼 중앙은행이 존재하기는 한단 말인가.
조장옥 < 서강대 교수·경제학 choj@sogang.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