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이 대기업 취직한다고 해서 나도? 산삼 캐려면 남들이 안가는 길을 가야"
“중학교밖에 나오지 못한 나도 하는데 대학 공부까지 한 너희들이 못할 게 뭐가 있냐.”

제화업체 안토니의 김원길 대표(52·사진)가 자신이 키우고 있는 ‘비즈니스 꿈나무’들에게 늘 하는 말이다. 18세 때 가방 하나 달랑 메고 상경해 영등포에서 구둣방 일을 시작했고, 1991년 세운 안토니를 직원 200여명에 매출 450억원의 중견기업으로 키운 김 대표. 최근 두 번째 자서전 ‘멋진 인생을 원하면 불타는 구두를 신어라’(표지)를 출간한 김 대표를 경기 고양시 설문동 안토니 본사에서 만났다.

"남들이 대기업 취직한다고 해서 나도? 산삼 캐려면 남들이 안가는 길을 가야"
김 대표는 예사롭지 않은 이력이 말해주듯 에너지가 넘치는 사람이었다. “제가 대한민국에서 제일 행복한 사업가예요. 가진 돈이 제일 많지는 않지만 노는 데는 제가 최고입니다.”

그는 봄·가을엔 골프(핸디캡 3), 여름엔 수상스키, 겨울엔 스노보드를 즐긴다. 혼자서 하는 게 아니다. 직원들과 함께, 또는 자신이 키우는 비즈니스 꿈나무·골프 꿈나무들과 함께 어울려 즐긴다. 직원들을 위해선 1억원을 호가하는 벤츠 스포츠카(SLK 55 AMG)를 구입해 맘껏 드라이브를 즐기게 하고, 공장 뒤편 나대지에 제주도에서 말 두 마리를 사다 직원 전용 승마장까지 만들었다. 직원이 셋째 자녀를 낳으면 현금 1000만원을 준다. 골프 꿈나무 4명을 위해선 고양시에 땅 1300여㎡(약 400평)를 구입해 연습장까지 만들었다. 군부대 지원·대학 장학금·다문화 가정 지원은 물론이다.

이쯤 되면 사업의 제1 목적이 이윤 추구나 고속 성장이 아닌 셈. 이유를 물었다. “재미있게 놀 수 있다는 것은 열심히 사는 삶에 대한 보상입니다. 직원들이 행복해할수록 회사는 더 잘되는 것이고요. 꿈나무 지원은 의지는 있으나 길을 몰라 방황하는 친구들을 위한 것이지요.”

김 대표의 말처럼 안토니의 실적도 좋다. 2009년 매출 330억원을 기록한 이후 매년 10% 이상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바이네르’를 인수하기도 했다.

정운찬 전 국무총리로부터 들은 “세상에 김원길 같은 사람이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칭찬이 가장 기분 좋았다는 김 대표. “저는 죽음 앞에서도 후회하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살려고 노력합니다. 죽으면 이름 석 자 남는다는데 돈 많이 벌어서 돼지같이 살다 가면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 팔순 노모를 모시고 사는 김 대표는 일산에서 전세를 살다가 두 달 전에야 처음 집을 샀다.

자서전 제목의 ‘불타는 구두’는 곧 열정이며 도전을 의미한다며 청춘들에게 조언을 남겼다. “남들이 가지 않는 곳을 가야 맛있는 것이 있습니다. 운이 좋으면 산삼도 캐는 것이고요. 남들이 모두 대학 가고 대기업 취직한다고 해서 따라가기만 하면 먹을 게 별로 없어요. 암벽을 뚫고 자란 소나무가 더 멋있고, 스프링클러 옆에서 자란 화초보다 황무지의 야생화가 더 끈질긴 것과 같은 이치이지요.”

인터뷰를 마치고 나오는 길에 공장 복도에서 마주친 직원에게 으레 하는 인사인 듯 김 대표가 건넨 한마디. “굿모닝! 오늘도 꿈을 향해.”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