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희은 가창력 돋보인 '콘서트 같은 뮤지컬'
따뜻한 무대였다. 그리움과 사랑 용서 화해 희망 등을 담은 라디오 방송 사연들이 무대에서 배우들의 호연과 양희은의 아름다운 노래로 살아나 관객들의 가슴을 파고들었다.

서울 올림픽공원 우리금융아트홀에서 공연 중인 ‘아름다운 것들’(사진)은 양희은의 히트곡들을 테마로 만든 뮤지컬이다. 양희은이 대부분의 노래를 혼자 또는 배우들과 함께 부른다. 굳이 공연 장르를 규정한다면 ‘뮤지컬 콘서트’ 정도가 적당하지 않을까 싶다.

공연은 ‘라디오 공개 방송’ 형식으로 진행된다. 양희은은 방송 진행자로 등장해 청취자들의 사연을 소개한다. 자신의 인생을 살겠다며 환갑 나이에 택시기사로 취직한 김여사가 부르는 ‘인생의 선물’, 고생만 시킨 아내를 먼저 떠나보낸 할아버지의 ‘늙은 군인의 노래’, 유기견들을 자식처럼 키우는 아주머니의 ‘내 꿈을 펼쳐라’, 남자친구에게 차이고 ‘사랑, 그 쓸쓸함에 대하여’를 되바라지게 부르는 중학교 2학년 소녀.

춤과 노래와 연기가 어우러진 뮤지컬로 펼쳐지는 사연들은 관객들의 감성을 자극한다. 양희은은 라디오 방송을 오랫동안 진행해온 솜씨를 유감없이 발휘한다. 직접 기타를 치면서 노래를 부르기도 하고, 배우들과 함께 춤을 추기도 한다.

뮤지컬적 재미를 주는 것은 전문 배우들의 몫이다. 장이주 신문성 성열석 등 뮤지컬과 연극을 넘나드는 연기파 배우들이 코러스까지 수행하며 열연한다. 양희은과 배우들 간의 연기 호흡과 음악적 하모니도 수준급이다. 다만 극이 끝난 후 커튼콜을 하기 전에 양희은의 콘서트 무대를 마련한 것은 공연의 완성도를 떨어뜨린 느낌이다. 차라리 에피소드를 추가해 뮤지컬적인 재미를 더 살렸으면 좋았을 것이란 아쉬움이 남는다. 공연은 오는 6월2일까지. 5만~10만원.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