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세무공무원의 비리 사건을 둘러싸고 검·경 갈등이 재연될 조짐이다. 검찰이 뇌물수수 혐의를 받고 있는 전 서울 용산세무서장 윤모씨(57)에 대해 경찰이 신청한 구속영장을 지난 27일 기각했기 때문이다.

검찰은 혐의가 제대로 입증되지 않아 보강수사토록 다시 지휘한 것이 당연하다는 입장인 반면 경찰 일각에서는 윤씨가 검찰 고위 간부의 친형이어서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 아니냐는 의혹의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다. 윤씨는 지난해까지 대검찰청에서 근무하다 현재 서울중앙지검 핵심 부서로 자리를 옮긴 한 부장검사의 친형이다.

경찰은 겉으론 최대한 말을 아끼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28일 “보강수사하라는 재지휘가 내려온 만큼 수사 자료를 정밀하게 검토해 새로운 증거를 찾아보겠다”며 “구속영장을 재신청할지 여부는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새 정부 출범 초기인 데다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을 부실수사했다는 의혹을 검찰이 수사 중이라 강경한 입장을 취하기 부담스러웠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내부에선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나온다. 한 경찰 간부는 “실제 도주했던 사람에 대한 구속영장 신청을 기각한 건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며 “외국까지 가서 어렵게 체포해온 우리만 웃음거리가 됐다”고 푸념했다.

검찰은 상당히 곤혹스러워하는 분위기다. 지난해 부장검사 뇌물수수 의혹, 검사 성추문으로 도덕성에 생채기가 난 데다 검찰 고위 간부의 직계 가족이 연루된 비리 사건을 무마할 경우 치명타가 될 수 있다는 위기감에서다. 검찰 관계자는 “이 사건을 검·경 수사권 다툼이나 검찰의 친인척 감싸기 차원으로 보지 말라”며 “오직 범죄 사실 입증이 부족해서 보강수사를 지시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씨는 2010~2011년 서울 성동·영등포 세무서장으로 재직하면서 육류 수입업자인 김모씨(56)의 세금을 감면해주고 세무조사를 무마해주는 대가로 현금 2000만원, 20여회에 걸친 골프 접대 등 모두 6000만원 상당 금품을 받은 혐의(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뇌물)를 받고 있다. 그는 지난해 8월 경찰에 통보하지 않은 채 출국, 사실상 해외로 도피했다. 경찰은 태국에서 윤씨를 검거, 25일 국내로 송환하고 다음날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검찰은 이번 영장을 포함해 이 사건과 관련 경찰이 신청한 영장을 7회 기각했다.

김선주/박상익 기자 sa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