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러피언투어 발렌타인챔피언십 우승자 브렛 럼퍼드(호주)가 28일 경기 이천시 블랙스톤GC에서 경기가 끝난 뒤 트로피를 들고 웃고 있다.     /발렌타인챔피언십 제공
유러피언투어 발렌타인챔피언십 우승자 브렛 럼퍼드(호주)가 28일 경기 이천시 블랙스톤GC에서 경기가 끝난 뒤 트로피를 들고 웃고 있다. /발렌타인챔피언십 제공
‘쌍둥이 아빠 골퍼’ 브렛 럼퍼드(36·호주·세계랭킹 253위)가 연장전까지 가는 접전 끝에 짜릿한 이글을 잡으며 6년 만에 유러피언투어 네 번째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우승상금은 36만7500유로(약 4억811만원). 럼퍼드는 연장전 티샷 이후 국제전화로 영국에 있는 스윙코치에게 조언을 받은 뒤 완벽한 어프로치 샷으로 이글을 잡아냈다.

럼퍼드는 28일 경기 이천시 블랙스톤GC(파72·7281야드)에서 열린 발렌타인챔피언십(총상금 220만5000유로·약 24억4900만원) 마지막날 4언더파 68타를 치며 최종 합계 11언더파 277타로 마커스 프레이저(35·호주), 피터 화이트퍼드(33·스코틀랜드)와 함께 공동 선두로 정규 라운드를 마쳤다.

럼퍼드는 18번홀에서 열린 연장 첫 번째 홀에서 이글을 성공시켜 긴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티샷한 뒤 럼퍼드는 다음 샷을 위해 이동하던 중 휴대폰을 꺼내들고 누군가와 짧게 통화했다. 럼퍼드는 경기가 끝난 뒤 기자회견에서 “연장전에 돌입하기 전 15분 동안 연습을 했지만 스윙할 때 여전히 답답했다. 이동하던 중 1분 정도 영국의 스윙코치에게 전화해 조언을 받고 국면을 전환했다”고 말했다. 그는 “코칭 내용은 비밀”이라고 덧붙였다.

이후 2온을 시도했던 다른 두 선수가 공을 그린에 올리지 못한 상황에서 럼퍼드는 그린까지 201야드 거리에서 두 번째 샷한 공을 핀 1.3m 지난 지점에 세웠다. 프레이저는 세 번째 샷에서 공을 1m 지점에 세웠고 화이트퍼드도 버디를 잡아 럼퍼드를 압박했다. 이런 긴장감 속에서 럼퍼드는 롱퍼터로 정확하게 공을 홀에 떨궜다.

럼퍼드는 연장전에서 강했다. 2007년 오메가 유러피언 마스터스에서 우승할 때도 연장 첫 번째 홀에서 칩샷으로 영국의 필립 아처를 누르고 극적으로 우승했다. 이후 우승이 없던 럼퍼드는 2년 전 쌍둥이를 낳고 심기일전했다.

16번홀까지 2타차 선두에 나서 무난하게 우승할 것으로 보였던 럼퍼드가 17번홀(파4·446야드)에서 더블보기를 범하자 경기는 혼전으로 빠져들었다. 이날 6타를 줄이며 견고한 플레이를 보여줬던 럼퍼드는 17번홀 티잉 그라운드에서 갑자기 흔들렸다. 티샷한 공이 페어웨이 오른쪽 경계를 지나 경사 아래로 굴러내려갔다. 힘들게 찾은 공은 바위 위에 올라가 언플레이어블이 선언됐다. 1벌타를 받은 럼퍼드는 드롭한 뒤 세 번째 샷에서 공을 페어웨이로 레이업했다. 네 번째 어프로치 샷을 그린 위에 올렸지만 보기 퍼트를 실패했다.

파로 막은 같은 조의 프레이저, 뒷조의 화이트퍼드와 공동 선두로 내려왔다. 18번홀(파5·543야드)에서도 럼퍼드는 평정심을 찾지 못했다. 드라이버로 친 공이 오른쪽 산으로 올라가 버려 간신히 파로 막았다.

럼퍼드는 “2~3년간 어려운 시기를 겪었는데 오랜만에 우승해 기쁘다. 지난 7년간 술을 끊었는데 부상으로 받은 발렌타인 41년산은 꼭 맛보도록 하겠다”고 우승 소감을 말했다.

한국 선수 가운데서는 김형성(33·현대하이스코)이 가장 좋은 성적을 냈다. 3라운드까지 공동 25위에 머물렀던 김형성은 이날 버디 6개, 보기 1개로 5타를 줄여 최종 합계 7언더파 281타로 공동 6위에 올랐다. 홍순상(32·SK텔레콤), 김경태(27·신한금융그룹), 김기환(22·CJ오쇼핑)이 최종 합계 6언더파로 나란히 공동 11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천=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