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도 '예상보다 암울'…1분기 성장률 2.5% 불과…시퀘스터 영향 소비 줄어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경기침체와 중국의 성장률 둔화에도 나홀로 성장세를 이어가던 미국 경제가 심상치 않다.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한 미국 연방정부의 예산 삭감이 경제에 본격적인 영향을 미치기 시작하면서 성장 속도가 둔화하고 있다. 또 경기 회복의 혜택이 일부 부유층에만 집중되면서 소득 불균형도 심해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미국의 1분기 경제성장률이 시장 예상치인 3%를 크게 밑도는 2.5%에 머물렀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암울하다(dismal)’고 27일(현지시간) 평가했다. 지난해 4분기의 0.4%와 비교하면 크게 나아졌지만 기업들의 재고 증가 등 계절적 요인에 의한 것일 뿐 경제의 기본 체질은 나아진 게 없다는 분석이다.

WSJ는 특히 역사적으로 볼 때 최근의 성장률 둔화는 구조적인 문제라고 지적했다. 미국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경기침체 이후 최근 15분기 동안 평균 2.1% 성장했다. 대공황 이래 최대 침체를 겪고 난 후인 1980년대 초반 15분기 동안 평균 5.3% 성장했고, 1990년대와 2000년대 초반에도 각각 3.4%와 2.9% 성장했던 것과 비교하면 경기침체 후의 회복 속도가 너무 느려졌다는 것.

문제는 성장률 둔화 추세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1분기에는 그나마 소비가 늘어나면서 경제 성장률에 2.24%포인트나 기여했지만 연초 세금 인상과 연방정부의 예산 자동삭감(시퀘스터)이 동시에 이뤄지면서 지난달부터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기 시작했다고 WSJ는 전했다.

설상가상으로 소득 불균형도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미국 여론조사기관인 퓨리서치센터에 따르면 경기침체가 공식 종료된 2009년부터 2011년까지 3년간 미국에서 순자산 50만달러 이상 가구는 자산규모가 21.2% 늘어난 반면 나머지 가구의 자산은 4.9% 줄어들었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양적완화 정책으로 주식과 채권 가격이 오르면서 금융자산을 많이 보유한 부자들은 돈을 벌었지만 부동산 거품 붕괴 전에 빚을 내서 집을 샀던 중산층 이하 가구의 재산은 줄어들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소득 불평등 정도를 나타내는 지니계수도 이런 추세를 반영한다. 미국 지니계수는 2011년 0.477로 1967년의 0.397에 비해 20.2% 늘어났다. 이는 중국이나 에콰도르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이 전했다. 지니계수는 0과 1 사이에서 표시되며 숫자가 높을수록 불평등이 심하다는 뜻이다.

뉴욕=유창재 특파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