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유력 일간지들이 27일(현지시간) 최근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이른바 '침략 망언'으로 불거진 일본 정치권 등의 우경화에 대해 사설을 통해 강도 높은 어조로 일침을 가했다고 28일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사설을 통해 아베 총리가 지난해 집권 후 많은 기대를 받았고 경제와 국방 등의 분야에서 획기적인 조치를 내놓으며 부응했으나 최근 삐뚤어진 역사인식으로 자신이 이룬 모든 진전을 스스로 위험에 빠뜨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아베 총리가 지난 23일 참의원(상원) 예산위원회에서 침략과 식민지 지배를 사죄한 소위 '무라야마 담화'와 관련, "침략에 대한 정의는 학계에서도, 국제적으로도 확실하지 않다"고 주장한 사례를 소개했다.

신문은 "한국과 중국 당국자들은 이에 격분하고 있고, 이는 이해할만한 반응"이라고 평가한 뒤 "물론 역사는 늘 재해석되지만 사실(fact)은 있다"면서 "일본은 한국을 점령했고, 만주와 중국을 점령했고, 말레이 반도를 침공했고, 침략을 저질렀다"고 꼬집었다.

특히 "독일은 이미 수십 년 전에 역사를 정직하게 받아들이면서 유럽에서 확고한 위치를 차지했는데 왜 일본의 일부 진영은 (역사적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가"라고 반문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이날 '한 사람의 침략은…'(One Man's Invasion is…)이란 제목의 사설에서 아베 총리의 잇단 '과거사 역주행' 행보를 통렬하게 야유했다.

신문은 2차 세계대전을 누가 일으켰는지는 지구가 태양을 도느냐에 대한 의문과 마찬가지로 이론의 여지가 없는 문제라고 보는데 유독 아베 일본 총리만 '새로운 해석'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아베의 역사적 상대주의 이론은 진주만 공습과 필리핀 역사상 최악의 희생자를 낸 '바탄 죽음의 행진', 중국에서 자행된 난징대학살 등의 생존자들을 경악하게 만들 것이라고 비판했다.

WSJ는 국제사회 구성원들이 2차대전 당시 일본이 저지른 잔혹행위를 오래전에 용서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그 시절의 과오를 잊은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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