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개성공단 체류인원 전원철수 조치에 따라 27일 오후 우리 측 인원 126명을 귀환시켰다.

북한은 이날 정부의 개성공단 체류인원 전원 철수 조치를 강도높게 비난하면서도 공단 완전 폐쇄에 대해서는 결론을 내리지 않은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다.

개성공단에 체류 중이던 우리 측 인원 126명은 이날 오후 2차례로 나눠 무사히 귀환했다. 현재 개성공단에 체류 중인 나머지 50명은 오는 29일 오후 추가로 귀환할 예정이다.

2번에 걸쳐 진행된 이날 귀환절차는 북한 측의 차량검사 등의 이유로 약 2시간 이상 지연됐다.

1차로 우리측 체류인원 11명은 오후 2시40분께 차량 4대에 나눠타고 경의선 남북출입사무소(CIQ)에 도착했다. 이어 115명이 오후 4시20분께 차량 59대를 이용해 돌아오면서 이날 계획된 개성공단 '엑소더스'는 완료됐다.

애초에는 116명이 돌아올 것으로 계획했으나 개성공단관리위원회측 직원 1명이 29일 돌아오는 것으로 일정을 변경하면서 115명이 돌아오게 됐다.

일정을 변경한 1명을 뺀 126명(중국인 1명 포함)이 계획대로 귀환했으나 75대를 이용할 예정이던 차량은 63대로 줄어들었다.

개성공단기업협회는 이날 CIQ 로비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결정 수용" 입장을 밝히며 정부에 피해보전 대책과 오는 30일 방북 허가 등 4개 항을 요구했다.

이런 가운데 정홍원 국무총리는 우리 측 인원의 귀환 후속 대책과 관련, 입주기업 지원을 위한 대책기구를 가동하겠다고 밝혔다.

정 총리는 이날 국회 예산결산특위 전체회의 추경안 종합정책질의에 출석, "개성공단은 계속 유지돼야 한다"며 정상화 노력을 약속하면서 "개성공단 대책과 조치, 입주기업인 지원 등의 문제는 관계기관 대책기구를 구성·가동해 여러 방면에서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한국계 미국인 케네스 배(한국명 배준호)씨가 북한 최고재판소의 재판에 회부됐다고 보도했다.

중앙통신은 "지난해 11월3일 나선시에 관광 명목으로 입국했다가 체포된 미국공민 배준호에 대한 예심이 전부 끝났다"며 "배준호는 가까운 시일 내에 최고재판소에 기소돼 판결을 받게 된다"고 전했다.

이어 "배준호는 공화국을 전복하려고 책동한 자기의 범죄행위에 대해 전부 인정했으며 그의 범죄는 증거물들에 의해 명백히 입증됐다"고 주장했다.

다만 북한은 개성공단 체류인원 전원 철수 조치를 강도높게 비난하면서도 공단 완전 폐쇄에 대해서는 결론을 내리지 않은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다.

북한의 개성공단 담당 실무기관인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의 대변인은 이날 조선중앙통신 기자와 문답에서 "개성공업지구 운명은 지금 경각에 이르렀다"며 "개성공업지구가 완전히 폐쇄되는 책임은 전적으로 괴뢰패당이 지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고 중앙통신이 보도했다.

그러나 개성공단의 완전 폐쇄 여부에 대해서는 특별히 언급하지 않았다.

대변인은 "청와대 안주인이 대결광신자들의 장단에 춤을 추면서 민족공동의 협력사업으로 유일하게 남은 개성공업지구마저 대결정책의 제물로 만들 심산이 아닌지 우리는 예리하게 지켜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북한은 먼저 개성공단의 완전 폐쇄 조처를 하지는 않은 채 당분간 남측의 대응을 지켜볼 것으로 예상된다.

발표 형식이 개성공단을 담당하는 북측 실무기관의 대변인 문답으로 수준이 낮다는 점도 이런 관측을 뒷받침한다.

대변인은 "괴뢰 패당이 인원 철수 조치가 공업지구에서 식자재가 바닥이 난 것 때문에 취해진 것처럼 떠들고 있으나 현실적으로 먹을 것이 떨어진 것도 아니다"며 "식자재니 뭐니 하며 인도적 문제에 걸어 도발을 해 온 것은 그들이 공업지구를 깨버리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는 6·15의 옥동자로 태어난 개성공업지구를 소중히 여기지만 덕도 모르고 은혜를 원수로 갚는 자들에게 은총을 계속 베풀어줄 생각이 없다"며 "개성공업지구가 폐쇄되면 막대한 손해와 피해를 볼 것은 남측이며 우리는 밑져야 본전"이라고 강조했다.

대변인은 "우리는 괴뢰패당이 인원철수요 뭐요 하는 데 대해서도 전혀 개의치 않는다"며 "우리는 지금까지도 개성공업지구에 남측 인원들을 붙들어둔 적이 없으며 나갈 사람들은 다 나갈 수 있게 했다"고 밝혔다.

대변인은 또 "괴뢰패당이 도발에 매달릴수록 개성공업지구는 더 위태롭게 될 것"이라며 "우리는 괴뢰패당의 무분별한 대결적 망동을 절대로 용납하지 않을 것이며 반드시 비싼 대가를 치르게 하고야 말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경닷컴 뉴스팀 bky@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