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폐쇄 위기] 朴 대통령의 초강수…"北 벼랑 끝 전술에 말려들 수 없다"
남북관계 최후의 보루로 여겨졌던 개성공단이 폐쇄 위기를 맞았다. 북한은 26일 우리 정부의 대화제의를 거부한다는 뜻을 밝혔고, 정부는 공단에 머무르고 있는 우리 국민 175명을 전원 귀환시킨다는 ‘중대조치’로 맞섰다.

남북이 첫 삽을 뜬 지 10년 만에 개성공단은 기약 없는 조업중단 상황을 맞게 된 셈이다. 북한도 이날 ‘중대조치’를 언급함에 따라 개성공단은 ‘철수→북한의 시설 압류→폐쇄’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국민 보호에 최우선 가치”

류길재 통일부 장관이 26일 개성공단 우리 측 체류인원의 전원 철수를 결정하는 정부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류길재 통일부 장관이 26일 개성공단 우리 측 체류인원의 전원 철수를 결정하는 정부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 국방위원회 정책국 대변인은 이날 발표한 담화에서 남한 정부의 대화제의를 ‘북을 우롱하는 최후통첩식 성명’이라고 비난했다.

정부는 북한의 담화 발표 직후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외교안보장관회의를 개최, ‘중대조치’로 우리 측 근로자 전원을 귀환시키기로 결정했다. 이는 “정부가 우선 철수를 권고하는 수준의 조치를 내놓을 것”이라는 정부 안팎의 예상을 뛰어넘는 강수다. 북한이 개성공단을 볼모로 한 벼랑끝 전술을 펴는 데 대해선 단호하게 대응하겠다는 박 대통령의 뜻이 반영된 결과라고 정부 관계자는 설명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 24일 언론사 편집국장단과 만나 개성공단 문제와 관련, “무원칙한 퍼주기로 더 큰 위기를 초래하지는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박 대통령이 귀환 카드를 꺼낸 것은 국정 최고책임자로서 ‘자국민 보호’에 최우선 가치를 두었기 때문이라고 청와대 관계자는 말했다. 하지만 당분간 남북관계는 경색 국면을 벗어나기 힘들 것으로 예상돼 새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인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는 암초에 걸리게 됐다.

정부는 27일부터 공단 내 우리 국민 귀환에 착수할 예정이다. 일단 127명을 이날 1차로 철수시킨 뒤 29일 남아있는 인원을 대상으로 2차 철수를 시도할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당국자는 “최대한 신속하고 질서있게, 무사히 귀환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북한의 중대 조치는?

정부는 우리 측 체류인원이 모두 빠져나온 다음 공단 내 인프라 및 시설에 대한 조치에 착수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잔류인원 철수가 완료되면 개성공단과 연결된 송전과 통신을 차단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북한은 자산 동결·몰수 등 더 강경한 조치로 대응할 가능성이 있다. 북한은 이날 국방위원회 성명에서 우리 정부의 중대조치에 대해 “먼저 최종적이고 결정적인 중대조치를 취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북한은 금강산 관광 중단 당시에도 현지 업체의 자산을 동결하고 몰수하는 수순을 밟았다. 개성공단 관련 시설은 금강산 자산과 마찬가지로 ‘남북 투자보장 합의서’에 따라 자산보호가 규정돼 있다.

정부 역시 북한의 대응조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입주기업의 피해를 최대한 보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외교안보장관회의에서 “어떤 결론이 나더라도 기업들이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개성공단이 폐쇄단계로 접어들 경우 남북 모두 치명적인 손실을 입는다는 점에서 정상화를 위한 노력이 재개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북한이 이날 회담제의를 거부하면서도 잔류인원의 신변보장 대책을 거론하고 “남한 당국의 태도 여하에 따라 중대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힌 대목에서 향후 협상의 여지를 열어둔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남북이 개성공단 잔류인원의 귀환문제 등을 놓고 다시 대화의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