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렌타인챔피언십이 열리고 있는 경기 이천시 블랙스톤GC에 설치된 후원사들의 광고판이 갤러리들의 시선을 끈다.  /발렌타인챔피언십 조직위 제공
발렌타인챔피언십이 열리고 있는 경기 이천시 블랙스톤GC에 설치된 후원사들의 광고판이 갤러리들의 시선을 끈다. /발렌타인챔피언십 조직위 제공
경기 이천시 블랙스톤GC 16번홀(파3). 티잉 그라운드 뒤쪽에 홀인원 경품인 현대자동차 제네시스 광고판이 갤러리들의 시선을 끈다. 그 왼쪽엔 위스키 브랜드 발렌타인 광고판이 선명하다. 스위스 명품시계 브랜드 오메가는 빨간색 보드 위에 자사 시계를 걸어놔 선수들과 갤러리들에게 시간을 알렸다.

발렌타인챔피언십은 국내 유일의 유러피언투어 골프대회답게 스케일이 남다르다. 대회가 열리고 있는 블랙스톤GC에선 글로벌 기업들의 마케팅 경쟁이 치열하다. 영국의 스카치 위스키업체인 발렌타인은 이 대회 타이틀 스폰서로서 막대한 자본을 투입한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상금 규모다. 이 대회 총상금은 220만5000유로(약 31억8600만원). 국내 최고의 상금을 내건 SK텔레콤오픈, 하이원리조트오픈, 신한동해오픈 등의 총상금(10억원)보다 3배 이상 많다.

스포츠 경기에서 후원사가 얼마를 쓰고 얼마의 경제적 효과를 얻었는지는 공개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추정은 할 수 있다. 국내 골프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발렌타인의 글로벌 본사가 이 대회를 위해 1년 동안 전 세계에 약 120억원의 돈을 쓰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약 30억~40억원을 쓰는 것으로 알려진 국내 최대 대회에 비해 3~4배 이상 많은 자금을 투입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그는 “보통 이런 기업들은 투자 대비 최소 3배 이상의 효과를 거둬야 이 같은 이벤트를 지속한다”고 말했다. 적어도 360억원 이상의 경제적 효과를 본다는 설명이다.

많이 투자하는 만큼 마케팅도 적극적이다. 대회장 입구의 후원·협찬사 집단홍보관인 ‘퍼블릭 빌리지’ 왼편에 마련된 발렌타인관에선 이 대회 우승컵이 반짝이며 시선을 끈다. 경기장으로 나가는 길엔 고급스러운 인테리어의 ‘발렌타인 바’가 갤러리들의 발길을 붙잡는다.

발렌타인을 수입·판매하는 송현귀 페르노리카코리아 인터내셔널브랜드마케팅 이사는 “국내법상 TV를 통해 술 광고를 할 수 없는데 대회 기간에 TV 중계를 통한 브랜드 노출 효과가 상당히 크다”고 말했다. 페르노리카코리아가 조사한 결과 이 대회를 아는 사람들이 모르는 사람에 비해 발렌타인에 대해 7~8% 더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는 것.

발렌타인 외에도 국내 대회에선 볼 수 없는 글로벌 기업들이 마케팅 경쟁을 치열하게 펼치고 있다. 2라운드가 열린 26일 블랙스톤GC 필드엔 공동 후원사인 에미레이트항공 승무원들이 깜짝 등장했다. 유니폼을 입은 승무원들은 인기 선수인 양용은과 김경태가 속한 조를 따라다녔다.

글로벌 금융사인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와 시계업체 오메가도 후원사로서 ‘홀인원 클럽’이라는 고급 라운지를 마련, 자사 고객들이 편안하게 경기를 즐길 수 있도록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전 세계로 중계되는 대회여서 국내 기업들의 마케팅도 활발하다. 현대자동차는 의전용 차량을 지원하고, 클럽하우스 주변에 ‘제네시스 프라다’와 ‘에쿠스 바이 에르메스’ 등 고급 차량을 전시해 주목받고 있다. 국내 후원사로 참가하고 있는 KT와 KT렌터카는 홍보 부스를 만들어 시타 이벤트를 벌이고 있다.

한편 전날 폭우와 안개로 경기가 지연된 데 이어 이날도 천둥과 번개가 치는 바람에 한 시간 이상 경기가 중단됐다. 1, 2라운드를 끝낸 선수 중에서 웨이드 옴스비(호주)와 아르논드 봉바니예(태국)가 중간합계 7언더파 137타로 공동 선두에 나섰다.

한국 선수로는 김형성(33·현대하이스코) 강경남(30·우리투자증권) 주흥철(32·토마토저축은행)이 중간합계 4언더파 140타를 쳐 상위권에 진입했다. 잔여 라운드는 27일 오전 7시30분부터 재개된다.

이천=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